세계 최고 수준 R&D 예산, 조정 기능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 R&D 예산, 조정 기능이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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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 박성현 편집위원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 부문을 합쳐 과학기술 관련 국가 총 R&D 투자규모는 2008년에 34.5조 원으로, 외국에 비해 GDP 대비 총 R&D 투자비중이 3.37%로 세계 3위의 높은 수준이며, 2012년까지 이 투자 비중을 5%로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 R&D 투자를 2008년 11.1조 원에서 올해에는 13.7조 원으로 증액했고, 2012년에는 2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가 R&D 투자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강한 의지에 비해 국가의 R&D 거버넌스에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정부 R&D 예산에 대한 효율적 투자 배분과 관리를 담당하는 소위 ‘컨트롤 타워’ 기능이 미비하다. 올해의 13.7조 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에서 각각 나눠 집행하고 있으나, 예산 집행에서 범부처 연계·협력 사업의 공동 기획 및 추진이 미흡하고, 부처 간 칸막이식 연구개발사업 수행으로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녹색기술개발 투자에서도, 또한 지방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사업에서도 부처 간 협력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조정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교과부가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교과부 이외의 다른 부처에서 승복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과학기술행정에서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투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하고 그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본부장 장관급)를 둬 정부의 모든 부처 R&D를 조정하는 기능을 부여한 바 있었다. 현 정부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윤종용 위원장)에서 ‘새로운 국가과학기술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을 지난 7월에 발표한 바 있고, 이를 근거로 지난 8월 27일에는 국회에서 국가 R&D 거버넌스에 관한 대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이 발전 방안에 보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안이 제시돼 있다.

1안 : 국가연구개발위원회(국연위) 신설안
-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 성격(현 방송통신위원회 형태)
- 위원장(장관급), 위원(공무원 및 민간전문가)
- 기능 : 현행 국과위 기능 + 예산배분  조정권 + 평가권
- 출연연 소속 : 국연위에 국가연구개발원을 두어 연구소들을 통합해 단일 법인화

2안 :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강화안
- 대통령 직속 상설위원회
- 위원장(대통령), 부위원장(장관급 상근 민간전문가), 위원(공무원 및 민간전문가)
- 기능 : 현행 국과위 기능 + 예산배분  조정권 + 평가권
- 출연연 소속 : 국과위 소관(어려울 경우 총리실로 하되 운영은 국과위에서 담당)

위의 두 안은 컨트롤 타워의 입장에서 모두 현재의 국과위 기능과 운영보다 진일보한 좋은 안들이다. 1안과 2안을 비교할 때, 2안이 실질적으로 더 좋아 보인다. 대통령 직속 상설위원회가 행정위원회 보다는 자료수집이나 의사결정에서 효율적이며,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고, 부위원장으로 장관급 상근 과학기술 민간전문가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강화된 국과위가 예산배분 조정권과 평가권을 가지는 것도 과학기술행정의 획기적인 발전이다.

출연(연)의 소속은 현재는 기초기술연구회에 13개 연구소, 산업기술연구회에 13개 연구소가 소속돼 있다. 이를 모두 국과위에 소속시키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구소들의 소속 변경과 더불어 연구에 활성화가 기해지고, 연구원들의 사기가 진작돼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10위권에 위치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기술 투자가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KIST, KAIST, 울산공단 등을 만들면서 과학기술자를 최고로 대우했고, 대학의 공과대학들이 최고의 인재들이 모아 교육했고, 과학기술 우선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우리의 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고, 오늘날의 번영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깊이 우려하는 바는 현 이명박 정부는 과학기술 정책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과학기술자들은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고, 우수 인재들이 공과대학에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을 위해 이를 타파할 획기적인 과학기술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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