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한 세종연구소, 차라리 문닫아라
일탈한 세종연구소, 차라리 문닫아라
  • 미래한국
  • 승인 201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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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 김광동 편집위원


1983년 10월 9일, 김정일은 미얀마를 방문 중인 한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폭탄테러를 자행했다. 6개국 공식순방 중 아웅산 국립묘소를 참배하던 전두환 대통령 일행의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김동휘, 서상철 장관과 함병춘 비서실장 및 김재익 경제수석 등 17명이 사망했고 그 외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북한과 우호적이던 사회주의 미얀마 정부는 대통령테러가 김정일의 친필 지령을 받은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정찰국 소속 강민철과 신기철 대위에 의한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테러범은 사형선고를 받았고 코스타리카 등은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했고 69개국이 나서 북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새삼 김정일의 대통령 테러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재단 세종연구소 때문이다. 세종연구소는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유래된 기관이며 그 사건이 없었다면 태어날 수 없었던 연구소다. 세종연구소의 설립 취지는 명확히 두 가지다. 첫째는 당시 희생당한 17명의 희생자들이 살아 있었다면 했을 일을 연구기관이 맡아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분들의 뜻을 받드는 연구소를 설립, 대신해 나라를 위한 일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희생을 초래한 장본인인 북한 전체주의 및 김정일에 맞서 전체주의와 개인숭배적 독재를 종식시키고 북한 주민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김정일에 희생당한 분들의 못 다한 뜻을 잇고 김정일에 맞서 그 체제의 종식과 통일에 기여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만들어질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세종연구소는 DJ정부 이후 그렇지 못했다. 전체주의나 공산주의와는 조금도 싸우지 않았다. 싸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얀마에서 명을 달리한 17명의 희생에 반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대한민국 헌법정신까지 짓밟고 김정일을 추종, 옹호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정일의 선군정치(先軍政治)라는 독재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는 것은 물론 ‘햇볕정책’의 산실이라며 북한 공산체제에 대한 동조와 우호적 정책을 만들어내는 ‘선전·선동 공장’임을 자부했다. ‘굽신 만복, 꼿꼿 장수’라는 말이 유래된 전 국정원장 김만복이 대북정책을 새로 배운 곳도 세종연구소였다. 김정일 테러에 의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연구기관이 거꾸로 그 같은 독재체제의 유지와 대남선전을 지원하는 남한 내 연구기관으로 전락한 그야말로 세계사 초유의 아이러니가 우리 사회에 버젓이 진행돼 왔다. 

그랬던 세종연구소가 또다시 사회적 초점이 되고 있다. 아웅산사건 후 대기업들의 출연으로 약 500억 원에 달하는 당시로는 우리 역사에 최대의 기금으로 출발했던 연구소가 재원이 바닥났으니 돈 좀 더 지원해 달라며 손을 벌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임동원을 정점으로 백학순, 이종석, 정성장으로 이어지며 나라와 체제를 공격하고 김정일과 북한 전체주의를 옹호하더니 이제 돈을 더 달라니, 누구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김정일에게 요청해야 맞는 것 아닌가. 그렇게 옹호하던 북한의 조선노동당에게 지원해 달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연구소가 지금이라도 당장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닫는 것이 정도이며 그것이 아웅산 희생자와 기금 출연자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않는 길이다.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키워놓지는 못할 망정 국체에 반하는 짓을 하며 흥청망청 돈장난 하다말고 돈을 더 출연해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남은 재산은 유가족 지원사업에 쓰거나 국고 환원하고, 능력 있다고 자부해온 연구진들은 떳떳하게 개인 연구자로 스스로 서면 될 일이다. 더 이상 아웅산 희생과 대한민국을 능멸하지도 말고 북한의 ‘특수성’과 김정일의 ‘지도력’을 에둘러 말하지 말고 간판을 내리고 보따리를 싸는 것이 맞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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