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은 잉여인간 제조기?
한국의 대학은 잉여인간 제조기?
  • 미래한국
  • 승인 2010.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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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에 대한 국가 사회의 걱정이 많다. 초중등 교육에 비해 대학의 질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국제비교 조사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한국 대학의 경쟁력 순위는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세계적 수준에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

BK21 등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정책에 따라 그동안 대학의 연구경쟁력은 많이 향상됐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 논문이 많이 발표됐고 그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 경쟁력의 또 다른 한 축인 교육경쟁력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산업계의 수요와 대졸자 공급의 불일치

대학교육의 질과 경쟁력은 졸업한 학생이 사회에서 인재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가치를 창출할 때 확인된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면에 있어서 미흡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09년 IMD 교육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교육이 경쟁사회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에 대한 기업인들의 설문조사 결과 스위스가 10점 만점에 8.24로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8.13점), 덴마크(7.85점), 싱가포르(7.85점), 캐나다(7.75점)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3.95점(51위)으로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준급 엔지니어의 공급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핀란드의 경우 8.47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스라엘 7.81점, 아일랜드 7.75점으로 2,3위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는 1위인 핀란드의 8.47점보다 절반 가량인 4.73점으로 최하위권인 50위를 기록해 기업인의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양적 불일치

1990년대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대학의 수와 학생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1.9%로 나타났다. 이는 공급과잉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채창균 외(인재대국형 고등교육-노동시장 연계의 쟁점과 과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08, 38)의 연구에 의하면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24%)은 비교대상국 중 과잉학력(Overeducaton)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평균 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14%)에 비해서도 10% 정도 높아 심각한 과잉학력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학력은 1차적으로는 실업을 가져오지만 더불어 학력과 직무의 미스매칭과 비효율을 낳는 주요 요인이 된다.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 직업의 일치 문제는 대학교육의 효용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취업통계조사에 의하면 2008년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취업자의 전공일치비율은 69.2%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30.8%가 전공교육과 관련 없는 직업세계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의 경우에는 40~50%의 졸업생이 전공분야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 3명 가운데 1명이 대학교육에서 배운 내용과 무관한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국가인력 수급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수요에 따른 공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적자원의 최적 활용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매칭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의 인력수급이 미스매칭되면서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칭 현상은 대학교육이 산업계의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전공과 직무의 불일치

채창균 외의 연구(윗글, 39)에 의하면 OECD 13개 국가 졸업생들의 78%가 대학에서 배운 자신의 지식이나 기술이 업무에 활용 및 적용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식이나 기술을 가장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노르웨이(95%)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이어 핀란드와 스웨덴이 각각 88%로 나타났다. 반대로 활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는 일본(47%), 프랑스(36%), 한국(32%) 등이다.

위의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졸업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현재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기업의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대단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 인문사회계열 졸업 신규 인력에 대해 기업의 요구 수준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응답이 56.3%,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응답은 20.0%로 나타나 76.3%가 대졸 신규채용인력의 능력수준이 기업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채창균 외, 2008, 46)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대학에서 습득한 교육내용과 기업현장과의 차이가 크고,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경력자를 채용하거나, 신입사원에 대한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졸업자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배운 전공이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문대학의 경우 32.8%, 4년제 대학의 경우 27.1%에 달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분석보고서, 2009)


미스매칭의 결과

대학교육을 둘러싼 미스매칭의 최대 희생자는 1차적으로 대학생과 대학 졸업자들이다. 대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졸업하고 난 후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졸자 취업률 지표를 살펴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2009년 68.2%를 기록하고 있어 10명중 3~4명이 취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정규직의 비율은 48.3%로서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스매칭의 주요 원인과 대책

대졸자 미취업의 원인은 수요를 초과하는 대학생 수의 과다로 인한 공급과잉(Overeducatin)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동시에 산업계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부실한 대학 교육 운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즉, 양적 미스매칭과 질적 미스매칭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스매칭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공급사이트(대학) 주도의 대학 운영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공급자 주도로 운영되며 백화점식 학과 및 전공 증설을 통한 양적 확대에만 주력하여 왔다. 4년제 대학은 1990년의 107개에서 2008년에는 174개로 1.6배 증가했으며 대학의 평균 학과는 1990년의 37.5개에서 2008년에는 61.1개로 1.63배로 증가됐다.

지식기반사회, 국제사회에 부합되는 창의적인 인재를 사회에서는 요구하지만 산업사회에 적합한 범용인재를 공급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주문식 교육을 실시하며 산업계의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러한 노력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대학을 둘러 싼 미스매칭 문제와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노력이 중요하다. 대학교육에 대한 산업계의 평가, 졸업생들의 불만족한 평가는 대학의 교육과정이 보다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여 준다. 대학들은 특성화교육, 실무중심의 교육, 실효성 있는 산학협력 등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노동 시장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동안 대학의 연구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교육경쟁력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특별히 대학의 교육력과 취업력을 강화하는 질적 구조조정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산업계 역시 대학교육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산업계는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고 대학이 개발한 우수 인재를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채용해 이익을 취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투자 없이 대졸자들이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업들은 소극적이고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대학의 안고 있는 고민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육성되도록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독일 튀빙겐대 교육학박사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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