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와 나무의 성장
태풍 곤파스와 나무의 성장
  • 미래한국
  • 승인 201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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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교수의 원예이야기]


시속 20km가 넘는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피해는 매우 컸다. 전라남북도에서는 수확기의 벼가 도복됐고 전국의 과수원도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학교 과수원도 배의 95%가 낙과됐다. 결국 올해 추석에 사과와 배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결과를 낳았다.

나무도 예외가 아니어서 가로수나 골프장의 조경수가 많이 뽑혀 나갔다. 서울지역의 가로수만도 1,887주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반 공원 수목 4,018주, 한강공원수목 973주, 하천 수목 1,313주 등이 부러지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바람이 식물의 생장에 무조건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초속 약 4~6m 이하의 바람은 식물 주위의 과습을 막아 병 발생을 줄이고, 증산작용을 촉진시켜 뿌리로부터 양수분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대기 중의 탄산가스 농도와 온도를 균형 있게 맞춰 식물의 생장을 촉진한다. 또한 바람이 있어야 뿌리의 발달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바람에 의한 꽃 수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바람이 없다면 벼는 알곡을 맺을 수 없을 것이다. 난초 관리에서는 약한 바람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로 가로수나 조경수 선정 시 천근성인 나무는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천근성 나무는 대개 뿌리가 지하 40cm 이내에 분포하는 나무로 가뭄과 강풍에 약한 단점이 있다. 사실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플라타너스, 미루나무, 버드나무, 편백, 가문비나무, 낙우송, 피나무 등과 산에 있는 아카시나무는 대표적인 천근성 나무이다. 우리 집 앞의 산에서도 아카시나무들이 넘어진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반면 뿌리가 깊게 내리는 심근성 나무에는 느티나무, 느릅나무, 팽나무, 백합나무, 소나무, 해송, 참나무류, 삼나무 등이 있는데 삼나무와 해송은 이미 제주도에서도 방풍림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피나무, 독일가문비, 편백 등은 천근성이면서도 내풍성이 강한 나무이다. 즉, 뿌리가 얕다고 무조건 다 바람에 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뿌리가 얕아도 넓게 분포돼 있거나 수관의 모양에 따라 바람에 잘 견딜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로수의 경우에는 차도와 인도 및 건물 등으로 인해 뿌리의 분포가 제한을 받아 바람에 약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번 강풍에 뿌리째 뽑혀진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들을 보면 뿌리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심을 때부터 분이 작았고 식재 후에도 뿌리가 뻗어 나갈 공간이 없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근성이라는 소나무도 뿌리를 작게 떠서 심은 것은 이번 강풍에 많이 넘어졌다. 따라서 앞으로 가로수를 비롯한 조경수 대책을 세울 때에는 뿌리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심을 때부터 뿌리의 분을 크게 하고, 심을 곳의 토양 상태도 잘 검토해 올바르게 심어야 하겠다.

이번 강풍사태에 넘어갔다고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들을 가로수에서 다 배제해야 한다면 과연 무슨 나무를 심을 수 있겠는가? 가로수로서는 내풍성 만이 아니라 경관, 관리 용이도,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 지역 연고성 등 여러 가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인사 청문회를 보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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