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투표권, 2012 승리의 기회로
재외동포 투표권, 2012 승리의 기회로
  • 미래한국
  • 승인 2010.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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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전재욱 미래한국 편집위원·국회 외통위 자문위원
▲ 전재욱 편집위원

통한의 97년 대선. 필자는 당시 미국에 있었고 개인 통장은 바닥을 보이는데,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구원’의 대통령이 됐다. 필자는 투표조차 하지 못했다. 여권을 든 완전한 대한민국 국민이 거주지를 이유로 참정권을 박탈 당한 것이다. 한 표라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또렷하다.

2008년 2월 5일 재외국민투표법이 개정됐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제한되던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부여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약 23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해외공관의 지정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인터넷, 우편, 선상, 지역구 투표까지 주장하고 있으나 2012년에 가서 그런 광범위한 투표권의 확대가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2012년 총선과 대선도 역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질 수 있는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2017년까지 계속될 패배의 비참한 결과를 감내할 수 있는가? 그런 비참한 결과가 오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2012년을 향한 시계가 가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겨우 수십만 표 차이로 10년의 비극과 통한을 맛본 우리는 치밀한 계산법과 대체 전략을 동원해 재외국민투표로 인해 물을 먹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도 막아내야 한다.

아무도 정확한 표 계산을 해보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의 자본주의 혜택을 받으며 산다고 해서 북한의 김정일 양아치 정권을 반대하며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찬성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물며 서울에도 외제차를 타는 ‘강남 좌파’들이 횡행하는 마당에.

‘목사’ 타이틀을 달고 다니던 김민웅 같은 친북사회주의자가 미국에서 김대중과 노무현 후보를 열심히 홍보하고 다니던 기억이 있다. 대학도시를 중심으로 진보좌파교회는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갔다. 카톨릭과 불교도 다를 바 없었다. 과거, 먼 옛날 미국의 도움을 구원으로 여기며 적어도 90%는 대동단결했던 재미교포들의 지극한 신앙이 저절로 되살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을 매도할 수 없다. 미국은 그런 나라다. 온갖 소비의 혜우(?雨)는 즐기면서 머리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노(老)교포들은 “우리도 한 때는(we used to)…”을 되뇌며 보수의 승리를 확신할지 몰라도 이분들은 투표권이 없다. 미국 시민이므로.

조총련이 뿌리 깊은 일본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북한은 당장 조직 동원을 할 것이다.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 마이클 호로위츠 씨는 헬싱키 아젠다에 의해 북한의 반인권, 반인륜 행위를 벌하지 못하는 이유가 재미교포들의 의식 부족, 단결 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재미교포라는 집단 자체가 분열 덩어리라 힘을 쓰지 못한다는 원인을 간과하는 것 같다.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쿠바인 모두 하나의 아젠다를 가지고 움직인다. “당하고 살 수 없다”는 의식이 그것이다.

그런데 많은 우리 교포들은 갈비 잘 구워먹고 골프 잘 치고 한국에 한번 씩 와서 동창들 만나면 그만인 듯하다. 너무 편하다. 정치는 귀찮다. 내 이익과 내 형제와 내 정신과 내 뿌리를 위한 정치일지라도.

일단 계산 좀 잘 해보자. 그리고 숫자를 놓고 얘기해보자. 그리고 제발 좀 뭉쳐보자. 또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80여 년 전 필자의 외조부가 했던 절규가 떠오른다.

“이렇게 사경에 빠져 있는 민족을 통일해 공동전선에 세운 들 무엇 하겠습니까. 죽은 자는 만 명이 모여도 죽은 자요 억이 모여도 죽은 자외다. 공(空)은 억만배 하여도 공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외다. 온 민족을 단합하여 공동전선을 세우기 전에, 그 탄압과 통일을 절규하며 동지를 구하려고 바다로 땅으로 헤매는 그 선각자들 자신 안에서 벌써 찢고 싸움이 멎지 않는 이 현상이 아니오리까…” (정상훈, 성서조선, 1928년 11월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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