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북한 지도부는 무슨 생각할까
김정은 시대, 북한 지도부는 무슨 생각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10.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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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한미우호협회 공동기획] 김영수 서강대 교수(북한학)


3대 세습왕조시대를 맞는 북한의 속사정은 어떨까?최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영국도 여왕이 아들을 낳으면 왕자가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취지로 김정은 옹호 발언을 했다. 하지만 영국 왕자 찰스 1세는 학정으로 시민들에 의해 단두대에 처형됐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김씨(金氏) 왕조의 미래는 결국 북한 주민들의 민심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북한학)의 강연을 통해 북한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김정은은 1983년생 그러나 할아버지 김일성(1912년생), 아버지 김정일(1942년생)과 맞춘다고 1982년생으로 고쳤다. 생일은 1월 8일. 올해를 공휴일로 이미 삼았다. 그리고 3월에는 주민들 중에 성은 어떻든 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주민들은 이름을 다 바꾸라는 지시를 해 지금 현재 정은이는 김정은이 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 있는 상상은 남북교류가 예전처럼 다시 활발해졌을 때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김정은이 만날 것인가? 안 만날 것인가? 안 만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정은 회장이 이름을 바꾸지 않는 한 안 만나 줄 것이다. 그 정도로 김정은은 이번에 동명이인까지 전부 바꾸는 등 3년 동안 꽤 잘 준비 해온 셈이다. 생일도 공휴일로 만들고…또 작년 5월에는 전 주민들에게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교육시켜 인민학교 아이들이 등하교 길에 노래를 부르면서 간다.

김정은의 친모(親母)문제 해결 고민

김정은은 예상과는 달리 모든 요직을 독식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자리에 앉았다. 김정은이 뜨면 당원들은 묻는다. 언제 입당했는가, 입당하는 데 추천한 당원은 누구인가, 어느 당을 통해 초급당에서 올라왔는가, 어느 지역인가, 현직은 무엇인가, 그동안 당적 생활은 무엇을 했는가 북한의 당원들은 아주 철저하게 묻는다. 그러고 난 다음에 묻는 또 하나의 근본 질문이 어머니는 누구인가, 김정일과 김정은은 지금 이게 고민이다.

김정은이 뜨면 뜰수록 어머니가 누구냐에 대한 질문이 따라오게 돼 있다. 김정은의 모친이 누군가. 김정남이 올 봄에 마카오에서 우리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은 고영희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 김옥의 아들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김옥이 마흔여섯인데 김정은이 스물여덟이면 열여덟에 난 것인가. 아 그것도 좀 안맞는다. 그래서 지금 추정컨대 두 가지의 아직 확인되지 않은 거친 상상을 해본다.

하나는 김옥이라는 이름의 밝혀지지 않은 다른 여자. 또 하나는 김정은을 본 사람의 얘기로는 김일성과 많이 닮았는데 목소리며 목선이며 그래서 일설에는 김정은이 김일성이 70세에 낳은 막내 아들이 아닌가, 김정일과 항렬이 같은 형제가 아닌가 하는 얘기가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북한의 김정은의 가족력은 아무도 모른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가족 사생활을 파헤치려고 의심을 갖는 순간 정치적 생명과 육체적 생명을 다 내놓아야 한다. 그런 체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 황장엽 비서 마저도 그 안의 내력은 잘 모른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김정은은 그래서 후계자로 뜨는데 어머니가 누구인가를 설명해야 될 한 가지 고비가 있다.

김정은이 3대 세습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될 조건이 또 있다. 첫째, 민생안정이다. 일반 주민들이 김정은을 따를 수 있을 만큼 충성심을 유도할 유인책이 있는가, 업적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둘째, 일반 당원들이 충성을 할 수 있을 만큼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셋째, 별을 달아준다고 해서 장군들이 김정은의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벌써 북한 안에는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뜨면 김정일에 충성했던 충성분자들이 다 제거된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번에 충격을 준 또 하나의 사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이었다. 남한에서는 통일에 무슨 세금이냐고 난리 났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최고로 성공했다. 그런 논란 속에 평양 반응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평양의 반응은 이랬다. “리명박이가 통일세를 얘기했어? 이거이 그럼 우리 공화국은 망했다는거 아닌가? 리명박이가 저 정도 얘기했으면 우린 망했다는 것을 이미 리명박이 판단했다는 건데 이거이 우리가 모르는 뭐가 일어난 거 아닌가. 우리가 살아야 될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이것이 북한의 고위층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고위층들 몇몇은 한 2년 전부터 나한테 “우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가라앉는 난파선 같아요. 이거 다신 뜨지 못할 꺼 같애. 이제 잠수하고 있어. 그러니 교수 선생 내가 아들 하나 탈북시킬테니까 잘 좀 키웠다가 통일되면 나한테 보내주면 안 되겠는가?” 이랬다. 내가 “아니 날 떠보는 거요?” 그랬더니 진짜 진지하게 얘기를 하더라. “내가 진짜 공화국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이지만 미래가 불안정해요 교수 선생 내가 하나 탈출시킬게…” 정보기관에 이야기 했더니 “선생님에게만 그러는 게 아니에요. 북한 고위층들이 탈출 방도를 찾고 있는 심리가 이미 나타나고 있어요.“ 이런 답변을 2년 전에 들었다.

북 고위층, “북조선은 가라앉는 남파선”

일선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은 북한에게 국정원이 십년에 할 대북공작을 한 번에 다 완성시켰다고 할 정도로 준 심리적인 충격이 꽤 컸다. 그러나 이것을 뭐 언론에 얘기할 수도 없고… 지켜보는 중이다. 북한 간부들의 심리가 그 정도로 동요할 정도로 통일세의 발언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모른다. 평양이 어떤 반응이었는지를. 그래서 나도 그냥 가만히 있다가 오늘 처음 말한다. 북한은 지금도 계속 그런다. 통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김정은은 일단 인민 대중들로부터의 지지와 일반 당원들로부터의 지지 그리고 또 선군정치의 군 간부들로 부터의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김정은이 누군지 다들 잘 모른다. 그리고 20대다 보니 그 피도 안 마른 게 무슨 지도자냐며 바로 튀어나오는 반응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8살 9살을 더 높여서 30대 중후반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이 3대 세습을 인정함으로써 김정일은 든든한 후원자는 생겼지만 아직 중국이 경제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경제 지원은 더 지켜보아야 되는 상황이다.

북한사회는 작년 11월 30일 화폐교환조치를 전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주민들은 그동안 먹고 살던 시스템이 한번에 무너지는 고통을 안게 됐다. 시장도 폐쇄됐고 시장에 장도 서지 않는데 3월부터는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우리의 신라면, 김치라면이 한 개에 500원씩 북한돈으로 팔리고 있을 정도로 아주 활황이다.

당 간부 부인들이 아이들 혼수감으로 첫 번째 장만해야 하는 것이 쿠쿠 전자 밥가마다. 쿠쿠전자 밥가마는 북한 일반 사무직이 400개월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 북한 돈으로 쿠쿠밥가마는 120만 원이고 중국 것은 30만 원 한다.

그 다음 북한 주부들이 좋아하는 게 설화수라는 우리나라 화장품이다. 괜찮은 화장품인가? 나는 남자라 잘 모르겠다. 그 다음에 ‘궁’이라는 화장품이 요새 평양통일시장거리에 제법 많이 팔리고 있다. 내놓고 팔진 않고 화장품 파는 자리 앞에 가서 “있어요?” 물으면 “따라오세요” 그러고 집에 가서 준다. 전자밥솥도 그렇다. 그리고 최근에 북한에서 또 유행하는 것은 한국드라마다. “아이리스는 이미 다 보았고 요새 월·화에 하는 ‘동이’ 그거 좀 모아다 주라” 그런다. 그 다음에 제일 많이 인기 있는 것이 액션물들이다. 우리나라 액션물이란 액션물은 다 들어갔다. 그래서 보고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남조선에 살려면 주먹이 세야 되는구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다음에 에로물이 아주 인기가 높다. 야한 드라마를 끼워 팔면 만오천원 받는다 한 달 월급을 다 줘도 빌려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슨 ‘젖소부인’, ‘애마부인’ 이 시즌은 다 끝났다. 이미 다 띄었고(보았고) 새로운 거 보내달라는 요청들이 들어올 정도다.

주변에서 ‘당신은 어떻게 그 안을 그렇게 잘 아는가“라고 묻는다. 제가 있는 서강대에 76명의 탈북대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그 학생들은 저를 수령(?)으로 모시고 있다. 제가 뽑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통신을 많이 한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아르바이트해서 십만원만 모아도 북한에 송금을 한다. 작년까지는 십만원 송금 하면 수수료가 2만 원에서 3만 원이었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7, 8만 원이 갔다. 올해는 7만 원을 빼고 3만 원만 간단다. 왜냐하면 중국 국경도 굳어졌고 북한이 워낙 국경을 단속을 심하게 하니까 위험수당이 높아 10만 원을 보내면 3만 원만 집에 간다. 대신 보냈는가 안보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에서 선불로 충전한 전화를 북한 안으로 들여보내 중국 휴대폰으로 서울하고 전화를 한다.

우리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데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랫동네 사람들이 자기네들을 생각안해줬다고 불평할 때는 통일비용이 엄청 많이 든다.

탈북민·조선족을 품는 민심전략 펼쳐야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 이제 다음 달이면 탈북민이 2만 명을 돌파한다. 2,000만 명의 0.1퍼센트이다. 각종 사람들이 다 와 있지만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탈북민들이 “어? 여기 오니까 살만해!” 하는 얘기만 나오면 북한은 다 뛰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11만 명에서 13만 명이 들어왔다갔다 하는 조선족의 마음을 끌어안아 줘야 한다.

간병인의 80퍼센트가 조선족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이 아무것도 없다. 가리봉동 조선족 촌에 어느 장관이 가서 한번 어루만져줬나? 거기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 어느 교육부 장관이 언제 한번 격려해줬나? 도시락이라도 한번 줘본 적있나? 가서 따뜻하게 한번만 해줘도 소문이 쫙 나고 북한 주민들이 “허! 대한민국 가고 싶어!”이렇게 된다. 이제 탈북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조선족을 따뜻하게 활용하는 대북 민심전략을 펼치지 않으면 안 된다.

끝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다. 통일(統一)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다를 이(異)자가 통(通)하는 통이(通異)이다.
남북은 이제 음식 맛이 서로 다를 정도로 이질감을 가진 민족이 돼 버렸다. 동질성을 회복하고 이질성을 극복하자는 캐치프레이즈는 지난 이야기다.

이제는 ‘당분간 불편하지만 참고 살자. 그러면 같아진다’ 이러한 긍정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젠 동질성 회복이란 말은 안 된다. 누가 누구를 따라와 하는 건가? 어느 이질성을 날려 보낼 건가? 남한과 북한은 음식도 다르고 예절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다. 통일이라는 통합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통일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 통일을 위한 특수한 프로그램들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들부터 아니 교장선생님들부터 먼저 동참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바꿔놓아야 한다. #
 
김영수 서강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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