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왕조 3대세습 언론보도 문제 있다
金왕조 3대세습 언론보도 문제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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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3대세습 문제보다는 신변잡기에 더 관심, 北 선전해 주는 결과
▲ 황장엽 전비서의 강연모습

지난 2주 동안 한반도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김정일의 셋째 아들이 본격적인 권력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북한민주화운동에 남은 생을 바친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의 사망 소식이다.

지난 9월 27일 북한은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과 자신의 여동생 김경희를 인민군 대장에 임명했다.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도 임명됐다. 이로써 북한체제는 ‘김씨 왕조’임과 동시에 ‘주체사상’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떠받드는 ‘제정일치’ 국가라는 게 만천하에 공개됐다.

가십성 보도가 주류, 보도 관점 다소 차이

▲ 황장엽 전 비서 안가
한편 지난 10월 10일 김일성을 도와 주체사상을 정립했던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가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노동당 창건일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혹시 김정일과 김정은이 암살조를 보낸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타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욕실과 내실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고 외상도 없었다는 게 이유다.

이런 북한의 권력 세습과 황장엽 前 비서의 사망에 대한 언론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중도를 표방하는 일간지와 방송들은 3대 권력세습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면서도 김정은에 대한 보도는 가십성 기사를 내보내고 있고, 황장엽 前 비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반응과 주변 잡기에 관한 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 좌파 진영은 북한 권력 세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황장엽 前 비서에 대해서는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우파 매체들은 북한 권력 세습을 비난하고 황장엽 前 비서의 사망을 애도하며 그가 생전에 우리 사회에 던진 충고들을 다루고 있다.

우선 북한 권력 세습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외신까지 인용하면서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권력에 대한 비판은 여기까지. 김정은에 대한 보도는 ‘팩트’가 아닌 추측성이거나 신변잡기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주(主)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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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등 대형 일간지마저 역술가에게 김정은의 관상을 물으며 ‘머리는 좋지만 포악하다’는 식으로 설명하는가 하면, 그의 키와 몸무게를 근거로 당뇨병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추정을 사실인 양 보도하고,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 씨의 말을 인용, “그가 ‘왜 서방국가에는 먹을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17살에 나라를 생각하는 걸 보면서 DNA가 다르구나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마치 김정은이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양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다 ‘3살 때 20발을 쏘아 200m 밖의 전구를 맞췄고, 1초에 3발의 총탄을 쏘는데 모두 백발백중’이라는, 북한의 우상화 자료를 그대로 내보내 북한의 권력승계를 해외토픽처럼 다뤘다.

황장엽 前 비서 사망 소식도 정치권과 각종 단체의 반응을 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그가 탈북한 뒤 남한 사회에 충고했던 이야기들 보다는 그가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안가(安家)의 위치와 주변 주민들의 반응, 황장엽 前 비서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과 초등생 자녀 소식 등 신변잡기에 대한 보도가 대부분이다.

北 권력 세습, 좌파 진영 내 논쟁으로 불똥

한편 좌파 언론들은 처음에는 별 다른 이의제기 없이 사실보도만 하다 어느 순간부터 북한의 권력 세습을 인정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는가를 놓고 두 갈래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경향신문>.

지난 9월 29일 민노당은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는 취지의 논평으로 북한 권력 세습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에 <경향신문>은 민노당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고, 이에 종북(從北)에 반대하는 진보신당과 손호철 서강대 교수 등이 “북한 3대세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진보 진영의 책무”라며 가세했다.

그러자 민노당 지도부와 그들을 지지하는 교수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역사학자라는 김기협 씨는 <프레시안>에 ‘권력세습은 절대악이 아니다’라는 기고에서 싱가포르의 사례를 예로 들며 “권력세습 자체가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다”며 민노당의 편을 들었다. 김 씨는 “민주국가도 큰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비상사태 하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민주적 권리를 보류한다”며 북한의 3대세습을 옹호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의 권력구조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남북관계는 급격히 악화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대표는 또 “보수정당과 대다수 언론이 (북한은) 비이성적인 국가라는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난을 쏟아낸다. 이 시점에서 진보정당까지 북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을 덧붙여 갈등 상황을 더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이정희 대표의 이런 주장이 알려지자   <경향신문>과 민노당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잠잠하던 좌파 논객들, 정치권까지 이 문제에 가세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의 논쟁 끝에 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진중권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외교적 전략으로서 상대 체제를 존중하는 것과 진보정당의 이념적 지향으로서 특정 체제에 대한 견해를 갖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전혀 관계없는 두 사안을 뒤섞어 놓은 꼼수”라며 민노당 등 북한 권력 세습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진 씨는 또한 “공당(公黨)은 대중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와 이념적 성향을 분명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왜? 표를 달라고 하니까. 그게 싫으면 정당하지 말고 그냥 개인으로 남으라”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진 씨를 거들었다. 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의 진보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3대세습을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3대세습을 비판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비정상적 권력 이양에 대해 ‘바로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종북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민노당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내정 불간섭 원칙, 체제의 인정 존중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민노당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반민주적 상황, 반인권적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비난과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 북한 권력 세습의 문제점을 들추었다.

그러자 지난 정권에서 대북 퍼주기에 앞장섰던 민주당이 민노당을 편들고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家에서도 아들로 태어나면 왕자가 되는 거 아니냐”며 “우리로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지만 이것은 우리 시각으로 보는 것이지 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는 게 아니다”며 북한의 권력 세습을 옹호했다.

해외언론보도와 ‘잘난 척하는’ 우리 언론

이처럼 김정은의 권력 세습과 황장엽 前 비서의 사망이라는 주제를 놓고 언론들은 크게는 좌파 진영과 중도-우파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중도-우파 언론의 보도는 원론적인 수준의 객관적인 보도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나라에 직접 위협이 되는 북한 내부의 문제, 그것도 천안함 사태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좌파 언론들의 보도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북한 권력 세습을 비난하지 않는 이들은 천부인권과 민주주의, 자유 등을 외면하고 있어 비판할 가치조차 없으니 논외로 하자. 이들과 논쟁 중인 언론들은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주변국의 패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외면한 채 진영 내부의 논쟁에만 침잠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언론들이 모두 자기네의 관심사에 집착하고 있는 동안 강대국과 한반도 주변 언론들은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와 황장엽 前 비서의 사망을 원칙에서부터 향후 영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외신들이 한반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이유는 자국민과 독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알아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우리나라 언론을 보자. 우리나라 언론들은 특권의식에 빠져 있으면서 독자들에게는 ‘우리가 알려주는 거나 잘 봐’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바닥 민심을 이야기하면서 엘리트만 찾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꼭 ‘선진국’과 비교한 뒤 고준담론(高峻談論)으로 끝을 맺어야 직성이 풀린다. 자기네 편,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주려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언론은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 것,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지금 북한의 권력 세습과 황장엽 前 비서의 한 맺힌 죽음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한반도 안보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게 지금 필요한 보도가 아닐까 한다.  #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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