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좌파에게 내준 선물, 600만 자영업자
한나라당이 좌파에게 내준 선물, 600만 자영업자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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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층 절반 가까이 차기 진보정권 원해
▲ 자영업자 증감 추이



한국사회 에서 ‘사장님’이라는 호칭은 독특한 의미 변화를 거쳐왔다. 경제개발과 성장이 본격화됐던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사장님’은 富와 상류층의 사회적 지위를 의미했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10%를 넘지 못했던 90년대 말 다방에서 ‘김 사장님 찾는 전화’에 손님들 가운데 절반은 자기 찾는 전화인 줄 알고 손을 들더라는 우스갯소리는 다름 아닌 IMF사태가 가져온 것이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실직으로 창업을 통해‘사장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은 IMF사태 이듬해인 1998년 약 54만 명 수준이었으나 1999년에는 93만 명으로 늘어났다.1년만에 72%가 늘어난 것이다.

소상공인진흥원에서 발표한 ‘2010년 2분기 자영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수는 569만여 명이다. 설문조사에서는 10곳 중 6곳의 비율인 58.9%가 “적자를 내고 있다”고 응답했고 36.2%는 “현상 유지 상태”라고 답한 반면, 이익을 내는 업체는 4.9%에 불과했다. 특히 5인 이하 영세 소상공인의 적자 비율은 67.2%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과거의‘사장님’들은 이제 하루 벌어 먹기도 난감해진 것이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체감경기 및 경영애로 실태조사’에서 현 체감경기에 대해 소상공인업체 82.8%가 ‘어렵다’고 응답했다.‘보통’ 응답은 15.0%, ‘좋다’ 응답은 2.3%에 그쳐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은 경기가 곤란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경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소상공 자영업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활성화정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41.0%), “별 도움이 안 된다”(41.0%), “아무 관계가 없다”(4.6%) 등으로 조사돼 무려 86.6%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경기가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부정적인 이유는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중소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들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공정사회 분위기 파악을 위해 전국 소상공인 96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응답한 업체 2곳 중 1곳은 체감경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영업을 확장해 고객이 줄었다’(53.1%)를 꼽았다. 다음으로 ‘같은 업종의 소상공인이 너무 많아 출혈경쟁이 이루어지기 때문’(23.5%)이라고 응답했다.

결국 중소상공인들은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경기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SSM(기업형 수퍼마켓)과 같은 대기업의 ‘횡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다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비슷한 시기 소상공인진흥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소 자영업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원하는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자금 지원 확대(78.9%), 세금 인하(61.3%), 물가안정(37.6%), 시설개선 지원(22.2%), 규제·단속 완화(21.1%), 카드수수료 인하(17.0%)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장사나 영업이 안 되는 이유는 대기업의 ‘횡포’와 업종간 포화상태의 ‘경쟁’인데 실제로 원하는 정책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자금지원’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지 부조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포퓰리즘이 자영업자층 반체제 진영화

지난 3월 25일 인천 부평에서는 인천지역 상인들과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등 좌파진영이 공동으로 ‘인천상인 행동의 날’이라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대기업의 중소상인 영업 진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개정법’촉구였지만 실제적으로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선동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날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이상복 운영위원장은 “대형마트와 SSM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우리는 유통재벌과 싸우고 있다”고 발언하자 뒤를 이어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대책위 인태연 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우리 중소상인들은 당이 없다. 우리 생존권을 지켜주는 당이 우리의 정당”이라며 노골적으로 집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나섰다.

중소상인들을 좌파진영에서 포섭하는 양상은 이화열 SSM저지 강동대책위 집행위원의 한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월간노동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강동구 전통시장 상인연합이 있었는데 상인 간 단합이 잘 되는 편이었다. 또 슈퍼 상인들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슈퍼마켓 상인 대표, 전통시장 대표, 강동시민연대, 민주노동당 강동구위원회가 공동대표를 맡아 대책위를 꾸렸다. 거기에 강동촛불시민모임, 공무원노조, 진보신당 등이 가세했다. 그 결과 100여 개 슈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대개 동네 슈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상인들을 선동해 반 한나라당, 반 기업 논리를 펴고 그들을 반체제 진영으로 결속시키고 있다. 주로 민주노동당의 지부원들이거나 참여신당과 같은 종북좌파 계열의 활동가들이다. 참고로 민주노동당은 ‘2010년 6월 정책당 상임위 토론회’에서 투쟁전략의 핵심전술로 ‘노점상과 영세 상인을 진보정치의 나팔수로!’라는 테제를 채택한 바 있다.

토론문은 “전국의 노점상을 진보정치의 거리 홍보 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또 “대형마트 영업 규제, 폐업상인 지원대책, 생협, 직거래, 로컬푸드 등의 의제를 제기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래시장과 지하상가 보호, 뉴타운 재개발 등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영세 상인을 적극 조직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소 자영업층의 어려움을 계기로 이들을 반체제 진영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자영업층을 진보진영으로 규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선명한 야당의 길을 가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위한 경제진보의 길도 함께 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을 비롯 좌파진영의 이러한 중소 자영업층에 대한 공세적 포섭은 일정 부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5일 동서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영업층 응답자의 48.7%가 부정적이었으며 이는 긍정적이라는 응답 32%보다 높았다. 또한 차기정권으로 ‘진보성향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45.7%로‘보수성향의 정당’44%보다 높았다.

전통적으로 자영업층의 경우 경제성장과 안정을 희구하는 성향으로 인해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점과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장사가 안 된다고 솥단지를 던지며 시위를 벌였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이 진보성향의 정당을 차기 집권정당으로 선호한다는 것은 좌파진영의 선동이 상당히 먹혀들어 갔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 총수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법으로 강제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차이가 존재하며, 대기업은 흉내만 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가진 자들이 좀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 그런 점에서 은행들이 이익의 10%를 서민대출 해주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제”라고도 말했다. 문제는 그러한 제안들이 실제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좌파진영의 반기업·반시장·반자유주의 논리마저 강화시켜 준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실장 송영근 박사(일리노이대 경제학)는 “어느 나라든 지배적인 이념이 좌파 성향이 강할수록 형평성에 기여가 큰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재정지출이 늘어남을 확인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좌파적 대중영합주의의 영향력이 높아졌고, 전교조의 교육현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사회주의 이념의 급속한 전파가 이루어져 부의 재분배·평등복지와 같은 그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제까지 예외 없이 비효율로 파산했던 사회주의 경제정책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중영합주의로 인해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영업층의 본질적 문제는 과당경쟁

우리나라 상용직 근로자 수는 2008년 기준으로 약 266만 명임에 비해 생계형 자영업자수는 154만여 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생계형 자영업의 경우 대개 도·소매, 음식업 및 생활 서비스업종으로 실질소득은 월 250만 원 안팎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 상반기에 자영업층은 28만여 명이 감소했다. 2차 외환위기로 인해 이들 대부분은 실업상태에 있거나 저임금 근로자로 전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 생계형 자영업자 규모와 비중

문제는 1차 외환위기를 겪었던 90년대 말 이후 급증한 자영업에 대해 국민의 정부는 자영업 전반에 대해 산업구조 측면에서의 로드맵을 짜는 대신 정책 자금 퍼주기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가 자영업층에게 경쟁력 제고보다는 정부의 자금지원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결국 낮은 부가가치의 영세성과 과당경쟁이 자리잡게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무책임한 자금지원이 대부분의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부채증가와 폐업으로 이끌어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킨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영업 대부분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그 부가가치는 OECD국 중에 최하위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렇게 낮은 부가가치 자영업에 정부가 시설·운영자금 조로 돈을 퍼주어 봐야 부채만 늘어날 뿐이고 영세한 자영업종에서 발생하는 고용의 질도 당연히 나쁠 수 밖에 없다.

▲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율과 1인당 실질부가가치 수준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서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기존의 임시적 지원대책은 한계가 있다며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전업(轉業)과 퇴출을 지원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소득이 증가할수록 웰빙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의 재래시장이나 영세 음식점등의 경기는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2009년 이후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이란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부문의 경우 일자리 창출과 대형화, 고도화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자영업 문제 해결에는 구조적 변화가 요청됨에도 최근 인천시(송영길 시장·민주당)는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층에게 신규로 1,000억이 넘는 정책자금을 지원키로 하는 등 문제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적자를 지속하는 중소상공인들의 심리에는 정부를 때리면 돈이 나온다는 반시장주의적 정서가 보편화되고 있고 민주당과 민노당 등 좌파정당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층 문제 ‘전업’시스템으로 풀어라

이러한 문제에 한나라당과 정부 역시 ‘중도주의’,‘서민복지’라는 포퓰리즘적 접근으로 일관함에 따라 중소 자영업층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결국 이들은 과도한 부채와 경쟁력 상실로 빈민층으로의 편입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고 좌파노선의 선동으로 반체제 세력의 지지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중소 상공인에 대한 포퓰리즘이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제 발등을 찍게 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580만 중소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탈출구를 만드는 차원에서 ‘체계적 귀농’과 ‘해외취업이민 정책’을 제안한다. 한마디로 레드오션화돼 있는 자영업계의 공급사이드를 다른 영역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귀농의 경우 과거 1차 외환위기 시절인 97~98년에 많은 농촌 유입이 있었고 그 결과 상당히 성공적인 정착이 이루어졌음에 가능성을 둔다. 이 수석연구원은 식품 유통이나 음식업 자영업자의 경우 귀농을 통해 원료 재배에 빠른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대형 식품기업들과 지역 대학 및 귀농 집단간에 생산·공급을 체계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 실제로 2008년 기준 귀농인구는 연간 1,500가구 수준이어서 지방 농어촌에서 귀농인구를 수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아울러 귀농은 지방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측면도 있다.

▲ 1990~2008 연도별 귀농 현황

해외취업 이민의 경우 캐나다와 호주의 극심한 인력난을 기회로 본다. 캐나다 알버타주의 경우 오일샌드 개발산업으로 2015년까지 총 10만 명의 신규노동력이 필요하고 2017년까지 약 6만~7만 명 정도의 광업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캐나다는 필요 노동력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이 수석연구원은 밝히고 있다.

호주의 경우 니켈·구리 광산의 수요증가로 인해 서부지역에서만 4만2,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며 2015년까지 총 7만여 명의 광업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됐다. 특히 호주정부의 경우 직업이민 충원(Migration Occupation in Demand)이라는 계획을 통해 의사와 같은 전문직 뿐만 아니라 목수, 전기시공, 미용사 등의 직업을 가지려는 이민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이들 정부와 취업이민과 관련된 정책협약을 맺고 자영업 종사자들 가운데 희망자에게 훈련과 이주지원을 제공한다면 자영업 구조조정 문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이 수석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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