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학력 파문,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것?
타블로 학력 파문,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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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안지는 한국의 인터넷 현실이 타블로 사건 키워
▲ 타진요 카페 홈페이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가수 타블로(30·이선웅)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최근 경찰이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학위 취득 사실을 확인하면서 일단락됐다.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는 타블로의 학력 조작, 이중 국적, 병역 기피 등 무수한 의혹을 쏟아내며 1년 가까이 그를 괴롭혀 왔다. 불신의 벽이 고통스러웠는지 타블로는 MBC 스페셜에 나와 “솔직히 여기(스탠퍼드대) 와서 몇 명을 만나고 인터뷰들을 다 받고 그래도 결국 믿기 싫은 사람들은 계속 저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할 거예요. 이건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니고 저를 안 믿는 거잖아요”라며 한탄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8년 만에 찾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타진요 회원 20만명

타블로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진실과 거짓을 밝히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집단적 광기가 개인을 얼마나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번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블로의 형 이선민 씨는 KBS 2TV ‘연예가 중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들(타진요)이 처벌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이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동안에 받았던 상처를 토로하기도 했다.

타블로 학력 논란은 약 10개월 전부터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타블로에게 ‘왓비컴즈’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이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의혹은 인터넷 상에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카페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갔다. 타진요의 회원은 약 20만 명. 그동안 타진요는 타블로가 스탠퍼드대 측의 공문과 성적증명서, 캐나다 시민증 등 어떠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도 타블로에 대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근거 자료에서 새로운 의혹거리를 찾아내 집요하게 타블로를 공격해댔다.

타진요 회원들이 제기한 의혹은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타진요’ 회원들은 여러 사진과 방송 기록, 문서 등을 내세우며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입학하고 졸업한 것이 맞는지 공개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먼저 ‘타진요’는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한 타블로가 그동안 다니엘 선웅리, 다니엘 아만드 리, 다니엘 리, 댄 리 등 유난히 많은 이름이 있으며 성적표마다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타진요’는 타블로가 공개한 성적증명서와 스탠퍼드대의 증명서가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이외에 ‘타진요’는 타블로가 대학원 재학 중에 있던 기간과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한 1년이 겹친다는 점, 논문 없이 졸업했다는 점, 영문과를 졸업한 타블로가 문예창작대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1일 방영된 MBC 스페셜에서 제작진이 타블로와 함께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사실 규명에 나서면서 이러한 의혹들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판명 났다.

이날 방영분에서 제작진의 취재에 응한 스탠퍼드대의 교무부학장 토마스 블랙은 “수령인 이름은 담당 직원이 쓰게 돼 있다. 그 사람이 한국 이름을 잘 모르니까 성과 이름이 헷갈려 그렇게 썼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써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국과 문화적인 차이가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름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타진요’가 주장하는 또 다른 의혹인 성적 증명서에 대해서도 스탠퍼드대 교무부는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타진요는 타블로가 공개한 성적증명서와 스탠퍼드대의 증명서와 다르다고 주장해왔었다. 이어 교무부학장 토마스 블랙은 “성적증명서가 다른 것은 전자 발급과 보안용 종이에 인쇄한 것의 차이다. 배열과 과목명 등 내용이 정확히 똑 같다”고 설명했다.



진실 밝혀져도 끊임없이 의혹 유포

‘타진요’는 타블로가 대학원 재학 중에 있던 기간과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한 1년이 겹친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이에 타블로는 “1년 영어 선생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1년을 한 게 아니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겨울방학, 여름방학 때 한국에서 들어와서 강의도 했고, 졸업하고 나서도 했으니까 ‘월드컵 전에 1년 넘게 학원강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담당 교수들도 타블로의 재학 사실을 인증했다. 스탠퍼드대 영문학 교수 데이비드 릭스는 “논문은 필수가 아니다. 9개 코스를 이수하거나 에세이를 써서 통과하면 졸업이 된다”며 논문 없이 졸업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문과 토바이어스 울프 교수도 타블로의 문예창작대상을 받은 것이 사실임을 확인해줬다.

스탠퍼드대 동문들도 나서 타블로의 주장이 진실임을 증언했다. 이들은 재학 시절 찍은 타블로의 동영상과 사진, 기숙사 책자 등을 통해 타블로가 동문이었음을 알렸다.

문제는 미국의 대학이 증명을 하고, 문서와 또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통해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재학 사실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타진요’ 회원들이 인터넷에 끊임없이 의혹을 유포시키면서 개인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타진요 측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편 타진요의 운영자 왓비컴즈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타블로가 승자로서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주기를 바란다”며 타블로의 학력을 결국 인정하는 모순성을 보이기도 했다. 타진요 회원들 사이에서 교주로 추앙받던 그는 “하루 수천 개의 협박 댓글과 편지가 온다. 이들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어한다. 이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겠다”고도 밝혔다. 네티즌들은 “남의 인생 망쳐놓고 이제 와서 떠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과 권리가 분리돼 있는 한국의 인터넷 현실이 타블로 사건을 키웠다”고 지적하면서 “선량한 국민이 인터넷의 부작용으로 피해 받지 않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개념에서 조속히 관련된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경찰은 미국 시민권자인 타진요 운영자 왓비컴즈를 공개 수배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함으로써 소환할 방침을 밝혔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왓비컴즈가 소환되려면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범죄로 인정되는 일을 저질러야 하고 그 장소가 한국이어야 하는데, 국경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공간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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