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北核 뒤에 中國이 있다”
[스페셜 리포트] “北核 뒤에 中國이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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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 중국은 북한에 NPT조약을 위반하고 1982년 핵개발의 전체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美 핵전문가, “동아시아 패권 위해 중국이 북한에 핵기술 제공” 주장
“북핵포기 원치 않는 중국이 주재하는 6자회담은 속임수”

손자(孫子)는 일찌감치 병법(兵法)의 핵심은 궤도(詭道), 즉 ‘속임수’에 있다고 했다. 패권을 둘러 싼 국제정치 현장에서도 기만(欺瞞)과 속임수는 주효한 전략으로 등장한다.

옛 소련이 동구권을 ‘보호’라는 미명하에 위성국화한 사례나 일본이 조선을 청(?)제국으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명목으로 강점(强占)한 사례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손자의 나라 중국에서 궤도는 ‘정도(正道)’에 속한다. 과거 중-소분쟁 때 모택동은 위구르인들에게 독립을 약속하고 그들을 소련과의 전투에 내몰았지만 약속했던 위구르 독립은 없었다.

역사적으로 어느 한 국가의 속임수 전략은 ‘패권’에 수반되는 전술과 맞물려 있다. 그렇다면 북핵문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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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은 중국의 야심작? 
 
확인할 수 있는 중국의 최근 북한핵에 대한 입장은 지난 7월, 박희태 국회의장과 우방궈 중국 전인대 위원장과의 대화내용이다. 우방궈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열린 제3차 세계국회의장총회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북핵문제에 중국이 많은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고 말하자 “중국은 북한핵에 대해 절대불용입장이며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북핵 절대 불용’은 속내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핵폭탄 전문가인 토머스 C. 리드와 대니 B. 스틸먼이 쓴 ‘핵특급(The Nuclear Express)’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스틸먼은 중국의 핵무기 개발 및 실험 시설을 10년간 방문 조사하면서 얻은 결론으로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고,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시킬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

그는 ‘중국의 친구들’로부터 북한이 중국의 CHIC-4형 원폭 설계도를 개량한 것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모델은 중국이 핵개발 도상국들에 대한 일종의 ‘수출용’으로 설계한 것이다. 최근 일본의 NHK가 2002년 9월 17일의 고이즈미-김정일 회담록을 입수 공개한 가운데 김정일이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보유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스틸먼의 주장은 신뢰를 주고 있다.

‘핵특급’의 저자 스틸먼은 등소평이 중국의 핵 및 미사일 기술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와 공산국가(북한)에 확산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1982년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CNN의 설립자 테드 터너가 공동회장으로 있는 워싱턴의 국제안보 전문 소식통 NTI(Nuclear Threat Initiative) 는 최근 이 문제를 CIA보고서를 통해 확인했다.

NTI는 “CI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파키스탄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뿐만 아니라 인도의 미사일 프로그램에도 기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15년 전에 발생한 한 사건에서는 국영기업인 중국원자력공사(CNNC)가 파키스탄 소재 압둘 카디르 칸의 연구소에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고리 자석(ring magnets) 5,000개를 비밀리에 공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압둘 칸은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 해 자신의 불법 글로벌 핵장사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CIA에 자백한 바 있다. 또 압둘 칸은 1999년 북한을 방문해 북한에 우라늄 원심분리기술을 직접 전수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1970년 핵확산을 금지하는 NPT조약에도 불구하고 왜 제3세계에 핵기술을 공급한 것일까? 스틸먼은 최근 USNew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중국은 만일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서방세계가 핵공격으로 날아가는 것도 나쁠 것 없으며 뉴욕이 중국의 ‘개입증거 없이’(with out fingerprints) 박살나 버린다면 북경이 또 다른 세계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의적으로 핵을 확산시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틸먼의 주장대로라면 전세계가 중국의 ‘核전략’에 기만당한 셈이다.

지난 9월 24일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핵 밀거래 및 불법확산 문제 토론회에서 북한과 중국이 집중적인 성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발제자로 나선 울브라이트 국제과학안보연구소 소장은 “북한과 이란이 중국 기업으로 위장해 불법적인 핵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키스탄의 핵 밀거래 조직인 압둘 칸이 검거된 이후 북한이 그 자리를 메워 최대 불법 핵거래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특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NPT 탈퇴국 북한을 이용해 핵확산 한다?

과거 압둘 칸의 경우 돈을 목적으로 은밀한 거래를 시도했지만 북한의 경우 반미주의적 성향을 가진 테러집단이나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차원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06년의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가운데서도 시리아에 영변식 원자로를 지어주다가 이스라엘로부터 폭격을 당한 바 있다.

‘핵특급’의 저자 스틸만은 전술한 대로 이러한 북의 핵확산 배경에 중국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저서에서 “중국은 핵 및 미사일 기술을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리비아, 예멘에 파는 데 있어서 북한을 재(再)이전의 포인트(re-transfer point)로 이용해왔으며, 북한-파키스탄 사이의 미사일 및 핵 장비 거래를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장교들은 1998년 및 2006년 미사일 발사 실험 전 긴밀하게 정보를 교류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중국이 북한을 통해 핵 확산을 시킬 수 있는 점은 북한이 NPT, 즉 핵 확산방지조약기구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북한은 핵제조 기술을 각각 반미국가들에 공급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를 방관하는 오바마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NTI는 국제평가 및 전략센터(International Assessment and Strategy Center)의 리처드 피셔 선임 연구원을 인용해 “오바마 정부는 핵테러와 중국 사이의 가능한 관련에 대해 아무런 연관도 짓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참아내는 데 한계점이 올 수도 있다. 지난 10월 23일 미 의회보고서는 “북한이 중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해 UN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 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제재 위반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에 대북 제재 협조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의뢰한 리처드 루가 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의 성명이다. 그는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며 “중국의 미지근한 제재 방식은 북한 전략 개발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북한을 패키지로 엮는 대응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 최근 북한 영변 핵시설 주변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의 내용은 3차 핵실험을 위한 냉각탑 건설인 것으로 분석된다

6자회담 ‘쇼’와 핵확산 통한 이이제이(?而制?)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뒤에서 돕거나 내심 바라면서 표면적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주선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모순적이다. 중국이 북핵을 ‘절대불용’하겠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북한에 대한 제재에 실질적으로 동참하는 길이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며 북한이 실제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캘리포니아 제1의 도시 LA정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충분한 핵공격력을 갖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조명철 대외경제연구원 통일정책팀장은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어느 날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핵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 연구원은 본지 <미래한국>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을 불용하는 것만이 중국에 이익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며 “북한으로서는 핵포기를 대가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과연 중국 입장에서도 그런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핵포기에도 중국의 입장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주장했다. 조 연구원의 주장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는 다른 한 편으로는 중국의 핵무기라는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팩트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통해 일정부분 얻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함으로써 한·미·일·러 등 주변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는 북한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나 세력에 핵무기 공급을 통해 이이제이(?而制?)로서 미래의 적을 무력화 한다는 전략이다. 반미 이슬람세력에 핵무기가 들어가는 순간 미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할 겨를이 없어진다. 중국입장에서 당연히 고려해 볼 만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중국이 6자회담을 주도하는 한 북핵해결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변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그의 사이트에서 “6자회담은 중국이 벌이는 사기극”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미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 핵전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최근 영변지역의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사에 착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향후에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남한 내부의 사정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책임연구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힘은 있으나 그 의지는 약한 것이 맞다”며 “남한 내에서 일어나는 북핵문제에 대한 갈등이야말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1~14페이지)

중국과 북한의 교감 속에 벌어지는 핵개발 및 확산에 대해 좌파진영은 이를 비판하기 보다는 변호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종북(從北)성향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중국의 비호로 인해 무력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중국에 대한 올바른 비판을 가하기는 커녕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임동원 백낙청)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중국은 북한을 어찌할 수 없어 끌어 안는 것이며 중국은 북한을 통해 그 무슨 이익을 보려 하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진정 북핵으로부터 아무런 이익을 보려 하지 않는 걸까? 최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시진핑 부주석의 ‘MB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논란은 외교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발언 취지가 ‘한반도 문제를 놓고 볼 때 대한민국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맥락이었음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들게 하려면 대국(?國)인 중국이 먼저 대한민국의 마음에 신뢰를 주어야 한다.

주(周)가 은(殷)을 멸하고 비로소 中國을 세운 이래 ?此中國(혜차중국) 以綏四方(이수사방), 즉 ‘중국으로부터의 은혜로 사방이 편안함’은 천자(失子)의 덕목이었다. 하지만 그 중국이 중국답지 않았을 때 ‘동이(東?)’는 언제나 中國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대적(對敵)했고 중국은 이에 내리막길을 걸었던 역사를 오늘의 중국 지도자들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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