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바라보며 중국은 고민 중”
“한반도를 바라보며 중국은 고민 중”
  • 미래한국
  • 승인 201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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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세기 韓中친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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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李世基) 한중친선협회장은 1992년 한중수교의 막을 여는 데 주역으로 참여했다. 이 회장은 국토통일원 장관 재임 시절인 1985년부터 중국의 외교부장 우쉐쳰(吳學謙)과 개인적으로 각별한 우의를 다져왔고 그의 중국 인맥은 한중수교를 비롯 그 이후에도 양국간의 지도자급 교류에 중요한 밑거름이 돼 왔다.‘이제는 중국이 나의 지역구’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세기 회장을 만나 길을 잃은 한중관계의 올바른 방향을 들어보았다.

대담·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empal.com
사진·김동수 기자 dskim@futureekorea.co.kr


- 한중친선협회는 어떤 단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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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친선협회는 한중 수교 이후인 1994년에 탄생했습니다. 보통 정부간에 이루어지는 외교를 ‘트랙 원’이라고 한다면,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과 민간단체 차원의 교류를 ‘트랙 투’라고 하지요. 국가간에는 보통 정부 대 정부, 또는 외교부 대 외교부의 외교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현안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같이 ‘트랙 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을 보충해줄 수 있는 민간 차원의 외교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수교 이후에 한중친선협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 천안함으로 한중관계가 악화됐습니다. 중국에 있어 천안함 사건은 어떤 의미입니까?

북한 소행인 천안함 사건을 보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국제사회의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지향하는 중국은 천안함사건으로 자국의 동북 현안인 북한이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드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 결과 중국은 사건의 조사 결과에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유엔안보리 차원의 대북결의안은 수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어요. 천안함 사건으로 중국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남북간의 충돌사건이 미중간의 각축전으로 비화되면서 자국의 견인 대상이었던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아울러 자국과 협력을 지향해 오던 일본이 다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동북아지역의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에는 손실이 아닐 수 없었죠.

- 중국은 천안함사건 발생 후 정부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현하면서도 유관국들의 냉정함과 절제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소행임을 알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중국은 천안함 사건을 지난 서해교전에서 남한에 당한 북한이 “천배 만배보복하겠다”는 다짐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은 남북 양측이 서로 한바탕 치고받고 했으니 ‘이제 그만 하면 좋겠다’ ‘그만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이죠. 중국은 천안함 국면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요. 중국은 한반도문제에 있어 한국에 이해와 협력을 바랐던 것이죠.


中, 북한에 ‘소통강화’ 요구로 천안함 경고 메시지 전달

- 천안함사건 이후 중국과 북한이 더욱 가까워졌다는 견해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최근 북중관계를 들여다보면 양국관계가 과거 혈맹순치관계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자국을 무시하고 모험주의를 일삼는 최빈국 북한이 자발적으로 자국을 찾아오는 데 대해 싫지는 않지만 차제에 북한을 순화시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2회에 걸친 김정일의 방중에서 드러났지요. 천안함 사건 이후인 5월 5일 베이징을 찾은 김정일은 후진타오 주석이 제시한 5개항의 의제 중의 하나인 ‘전략적 소통강화’안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 제안의 내용은 “양국의 내정 및 외교상의 중대문제, 국제사회, 지역의 형세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 후 주석의 제안입니다. 얼핏보면 북중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자는 의미로 비쳐질 수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다시는 천안함 사건과 같은 사고를 쳐서는 안된다는 경고와 당부를 담고 있는 것이죠.

- 중국이 북한의 중요한 내부 정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중요한 대목인데요. 지난 8월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방중해서 원자바오총리를 만났죠. 카터는 돌아와서 ‘원자바오 총리가 말하길 북한의 후계세습설은 뜬소문이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됐습니까? 북한은 김정은을 3대후계자로 세습했습니다. 그렇다면 원자바오총리가 카터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결국 김정일은 후계세습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사전통보하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주체의 나라’임을 강조하는 북한이 후계세습 문제를 중국과 사전 협의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인 것이죠. 김정일의 두 차례 방문 시 아들 김정은을 대동하고 있었다는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겁니다. 김정일이 김정은의 후계 승계를 의식해서 후진타오 주석에게 “선대지도자들이 손수 맺어 정성껏 키워낸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는 세대가 교체된다고 해서 변할리 없다”고 하자 후주석이 “양국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양국 공통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받은 것은 3대 권력세습을 묵인한다는 뜻이 아니라 관행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中,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한반도 통일 원해

-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결국 북한의 권력세습을 비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으며 중국도 이 사실을 잘알고 있겠지요. 과연 중국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의지가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것은 지난 5월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원자바오총리가 김정일에게 “중국의 개방개혁 건설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이는 중국이 북한의 개방개혁 수준에 불만을 표시하고 중국식 경제발전모델, 즉 베이징 컨센서스를 권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김정일에게 개방개혁의 현장은 보여주었어도 권고는 조심스러워했지요. 김정일이 쇠귀에 경읽기였고 중국에 비해 종심이 짧은 북한에서 중국방식은 체제유지에 장애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알아 듣게 권고를 한 점이 특이합니다. 김정일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는 것이었지요. 계획된 ‘홍루몽’관람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이유가 그것입니다.

- 통일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죠.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걸까요?

중국의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입장과 원칙은 ‘통일은 지지하되, 그 과정과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은 1992년 북경에서 발표된 한중수교 공동성명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이후에도 중국 고위지도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확인해 왔지요. 문제는 통일의 결과입니다. 통일한국의 대외정책은 자국에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중립적이어야 하며 비핵화를 추구해야 하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중국 내 한반도전문가들은 북한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통일은 점차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통일의 과정은 한국이 주도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된 한국이 과연 중국에 유리하느냐의 문제에 관련해서는 한반도 통일 이익론과 한반도 통일 위협론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과거 중국 내에서는 ‘한반도 통일위협론’이 지배적인 견해였으나 탈냉전 후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계속된 모험주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통일 이익론’이 제기되었습니다. 즉, 중국이 북한이라는 부담을 덜 수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천안함사건 이후로 다시 전통주의자들의 ‘한반도 통일 위협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통일한국이 중국의 전통적인 지정학적 이익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중 사이에서 냉철한 균형감각 필요

- 결국 중국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될 때에만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말이 되는군요.

중국이 관심을 갖는 문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아니라 통일의 과정과 결과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중국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경우 한반도에 대변혁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북한주민의 동북지역 유입의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아울러 통일 후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도 심각하게 보는 것이죠. 또한 통일 한국의 강한 흡인력이 조선족의 자치나 독립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겁니다.

이 말은 역으로 통일된 한국이 그러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방향과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중국은 통일한국으로부터 어떤 이익이 있다고 보는 걸까요?

우선 중국은 같은 분단국으로서 한민족의 통일 염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중국은 타이완 통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을 제공받게 되고 결국 동아시아의 평화질서 건립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이익은 한반도가 통일됨으로써 ‘시장이 확대’되고 ‘위협이 제거’된다는 점과 통일한국이 중국과의 전통적 관계로 볼 때 미국, 일본보다 중국에 가까워지리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한국은 과거 타국을 침략한 역사가 없고 통일된 한국이라 하더라도 위협세력이 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죠.

- 끝으로 우리는 외교적으로 중국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겠습니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냉철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중국을 북한문제, 한반도 통일의 방해세력으로 치부하고 대미공조에만 치중하는 것은 스스로 전략적 공간을 축소하는 것이죠. 좋든 싫든 중국의 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미중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상호 신뢰가 약화될수록 중국은 완충국인 북한에 대한 집착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종속단계에 들어가면 남북한 통일은 아주 먼 훗날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의 중국화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지렛대를 상실케 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게 됨으로써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의지를 약화시킬 겁니다. 독일의 통일을 견인한 동방정책의 명제는 ‘현상을 변화시키려거든 현상을 인정하고 타협하라’는 것이었어요. 북한의 변화를 통한 통일을 원하거든 북한과 중국, 양국관계의 현상을 인정하고 타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중국이 아닌 한국을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통일의 관건은 미국 중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생각과 선택입니다. #
 

이세기 회장 프로필

고려대 정경대 졸업(정외과 57학번)
정경대 학생위원장으로 4.18 고려대 시위 주도
고려대 대학원 졸업
일본 동경대 대학원
1970년 고려대 총장 비서실장
1975년 고려대 정경대 조교수
4선 국회의원
국토통일원 장관(11대 통일장관)
민정당 원내총무
체육부 장관
琅 한중친선협회 회장
琅 한나라당 고문
1963년 건국공로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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