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시진핑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 미래한국
  • 승인 201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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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까지 태자당과 공산주의청년단 사이 혹독한 권력투쟁 예고



중국 5세대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의 앞날이 밝아만 보이지 않는다.

만일 그에게 근심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산적한 중국의 대내외 현안들이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대답은 다른 곳에 있다. 차기 권력의 정점을 향한 그의 권력승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문제에 관한 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칭(李成) 박사는 지난 달 ‘다음 리더로 시진핑 부주석이 확정적인가?’라고 물은 국내 한 언론인의 질문에 ‘그렇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시진핑이 아니라면 누구이겠는가’라는 묘한 대답을 꺼냈다. 사실 시진핑이 국가 부주석에 선출된 경위를 살펴보면 그런 대답에 수긍이 간다.


중국 공산당 내 권력투쟁 배제 못해

시진핑의 최고 지도자 등극에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관측의 내용은 이렇다.

과거 중국의 지도자 모택동과 등소평에게는 권력의 종점이 없었다. 이 두 지도자는 오직 사망함으로써 권좌에서 내려왔다. 이후 중국은 최고 권력자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했고 강택민 이후의 지도자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등소평이 자신의 후계자로서 강택민과 그 뒤를 이을 후진타오만을 직접 지정했다는 사실이다. 시진핑은 선대 건국의 아버지들로부터 지명 받은 자가 아니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예비 지도자다. 이와 관련해서 리칭(李成)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의 당면 과제는 일당지배체제입니다. 북한 말고 오늘날 세계에서 일당독재는 매우 드물어요. 하지만 중국의 공산당 안에는 여러 당파 세력이 강하게 서로를 견제하고 있어요. ‘퇀파이’(團?·공산주의청년단파)가 중심이 된 대중 그룹이 있고 고위 관료 자제가 중심이 된 태자당(?子黨) 등이 이끄는 엘리트 그룹이 있지요. 대중 그룹의 리더는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 엘리트 그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있지요. 여기에 해외 유학파인 ‘바다거북(해외 유학파=‘浿龜)파’도 있어요. 다이나믹합니다.”

리칭 박사는 중국이 ‘진실의 순간’과 마주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한다. 그 진실이란 다름 아닌 중국에 자유민주주의가 등장하는 시기다. 문제는 순탄하지만은 않을 과정이다.

시진핑의 어려움은 그가 조직이 빈약한 귀족주의 태자당(?子黨) 출신으로서 640만의 회원을 거느린 ‘퇀파이’(團?·공산주의청년단파)의 기수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의 라이벌이라는 점과 리커창이야말로 같은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인 후진타오의 심복이라는 점이다. 간단하게 말해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세력과 매칭되지 않는 인물일 뿐더러 전임 최고 권력자의 지지 없이 선출된 존재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주장환 한신대 교수(중국지역학과)는 “현재 중국 정계에서는 공청단 파벌이라는 최대 단일 정파가 존재하고, 앞으로 이들의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현실이다. 시진핑 선출은 이런 상황에서 태자당을 중심으로 여러 세력이 공청단 세력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분석한다.

주 교수는 실제로 2007년 제17차 중국 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진행한 당내 투표에서도 이런 견제 심리가 작용해 시진핑이 리커창을 압도적인 표 차로 이겼다고 주장한다.

결국 시진핑은 중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입김에서 벗어난 7000만 공산당원들의 대의원들이 권력 쟁취를 위한 경쟁과 협력이라는 전략적 과정에서 탄생한 인물이 되는 셈이다.

그것은 다가올 2012년 중국 국가 주석 선출문제를 두고 공청단의 반격으로 중국 내 혹독한 권력 투쟁이 예고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 전선에 바로 중국의 경제문제와 대외정책이 놓여 있다.


성장과 배분의 딜레마, 점증하는 민주화 욕구

현재까지 관측의 주류는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지만 그의 지도자 내정이 후진타오와 강택민의 상하이방 간에 절충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지도자의 교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후진타오가 과연 시진핑을 낙점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주 교수의 분석처럼 공청단을 견제하려는 태자당과 여러 세력의 합작 결과가 시진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질까.

중국의 공청단은 대개 내륙 오지에 그 지지 뿌리를 갖고 있다. 전통주의적 공산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분배의 형평을 요구한다. 당연히 중국 경제 성장의 결과가 양극화로 나타나는 점에 불만을 갖고 있다. 반면 태자당은 상하이방의 노선과 궤를 같이 함으로써 개방과 개혁, 성장을 중시한다. 이 두 세력은 적어도 등소평이라는 거목에 의해 평화공존되고 있었고 그의 입김이 서린 강택민, 후진타오의 카리스마에 의해 결합돼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난 10월에 열린 중국의 5차 중전회(中全會)는 향후 중국의 경제 기조를 ‘포용적 성장론’으로 설정함으로써 대내외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를 분석한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는 ‘포용적 성장은 현재 중국이 예측 불가능한 많은 도전들이 도사리고 있는 중대한 전략적 시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 그간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과 분야를 아울러, 경제성장의 속도를 다소 늦추더라도 ‘포용’을 바탕으로 전면적인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속도의 조절이 불확실성이 증가되는 미래에 뜻대로 되겠는가 하는 것과 분배의 양적·질적 효과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대외문제에 있어서도 공청단과 태자당 간에는 노선 차이가 감지된다. 공청단의 경우 중국의 대국화에 걸맞는 대외적 태도를 선호한다. 공청단 자체가 전통적 공산주의와 중화민족주의에 뿌리를 갖고 있다 보니 대중선동적인 포퓰리즘은 세 확장의 무기이다.

반면에 태자당은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즉 힘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전략을 선호한다. 이러한 양자 간에 서로 다른 코드의 노선이 권력투쟁의 전선(戰線)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개혁·개방과 온건노선의 시진핑이 쏟아내는 일련의 강경 발언과 일본과 영토분쟁에서 보여준 중국의 탈외교적 행태, 그리고 미국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등은 공청단의 헤게모니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징후들로 볼 수도 있다.

‘시진핑은 공청단의 얼굴 마담’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

김요한 기자 yohan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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