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학부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 미래한국
  • 승인 2010.1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총장



재학생 8,000여명의 건양대학교는 개교한 지 아직 20년이 안 됐지만 지방 중소도시 소재 대학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100% 신입생 충원율과 전국 최고 수준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는 신흥 명문이다. 이렇게 놀라운 성과의 구심점에 이 대학 설립자인 김희수(金熺?·82) 총장이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교육 열정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주인공을 만났다.

[대담 김정래 편집위원·부산교대 교수 duke77@bnue.ac.kr]


- 우선 건양대학교의 건학이념과 추구하시는 인재상(像)을 말씀해주시지요.

건양대학교의 건학이념은 참된 인성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고, 역사창조에 이바지하며 인류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최근 건양인재상(像)을 휴먼-실용인재로 정립했습니다. 휴먼역량을 기본으로 갖추고, 실용역량을 더해 기업에서 환영받는 사람을 길러내자는 것이지요. 바른 인성, 건강한 육체와 정신, 의사소통능력이라는 휴먼역량이 탄탄한 전공능력, 문제해결능력, 글로벌능력 등 실용능력을 떠받치는 인재상입니다.


- 최근 건양대가 ‘잘 가르치는 대학’에 선정된 원동력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잘 가르치는 대학’ 지원사업은 지금까지 대학이 교육보다는 연구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바꿔보기 위한 것으로, 정식이름이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으로 학부교육 강화가 목적입니다. 전국 185개 4년제 대학 중 125개 학교가 신청했는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서 지난 6월 11개 대학만 선정됐지요. 그 중 하나가 저희 건양대입니다.


125개 4년제 대학 중  11개 ‘잘 가르치는 대학’ 선정

제가 애초 고향인 논산에 대학을 설립할 때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교수님들의 연구업적 대신에 ‘입학은 곧 취업’이라는 무한책임정신으로 학생 교육에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선정 이유입니다. 그리고 우리 대학은 학사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낳아 좋은 취업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는 다시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학교의 명성을 높이게 됩니다.

- 많은 주목을 받는 건양대의 위상 제고는 취업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취업률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를 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7년 동안 항상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의사국가고시, 임상병리사 국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에서 수석합격자를 배출했습니다. 올 초에는 의사국시에서 전국 수석도 배출했지요. 저희는 1,000명 이상~2,000명 미만 대학 그룹에서 항상 1위 혹은 최상위권을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취업률을 자랑합니다. 전체 대학 평균 취업률이 65% 정도일 때 저희는 계속 90%를 넘겼습니다. 올해는 직장건강보험 가입자만 취업자로 인정해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이 51%에 그쳤지만 저희는 72.8%의 취업률을 기록했지요. 교과부의 핵심 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는 3년 연속 해당 그룹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요.

- 취업 등 내실 있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젊은이들의 국가관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생존, 번영을 위한 국가관 정립이 중요합니다. 특히 급부상하는 중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100년 전의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합니다. 요즈음 천안함 사건 자작극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괴소문이 떠돌고 많은 젊은이들이 이에 현혹되는 것도 확고한 국가관이 없어서입니다. 초근목피로 공부하던 사회 어른들의 말에도 귀를 좀 기울여야 합니다.

▲ .

- 교육계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1962년 서울 영등포에서 김안과병원을 설립해 의사로서의 성공도 이루었지만,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은 집안에서 성장해 ‘언젠가는 후학양성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1979년 고향인 논산 양촌면의 중학교가 운영난을 겪자 고향 유지분들이 인수를 권유하셨죠. 이것이 제가 교육계에 첫발을 내디딘 계기가 됐고, 기왕 육영사업을 시작했으니 제대로 된 대학을 만들어보자고 1991년에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 총장님께서는 안과의사로 유명하십니다. 이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 때 죽은 사람들 눈빛이 마음에 걸려 안과로 전공을 결정했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생리적인 육안(肉眼)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올바로 보는 심안(心眼)과 혜안(慧眼)을 기르기 위해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좋은 지적이십니다. 제가 보기에 심안과 혜안이 중요합니다만, 더 구체적으로 세상을 밝고 올바르게 보는 명안(明眼), 가식적이고 가시적인 것을 넘어서서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정안(正眼)이 필요합니다. 사실 확인도 안 된 피상적인 것에 젊은이들이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김 총장은 천안함 사태가 자작극이라는 항간의 사태를 다시 거론하며 개탄과 우려를 표시했다.

- 30여년 교육 사업을 해 오시면서 총장님께서는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시는 걸로 유명합니다.

거창한 교육관이나 교육철학이라고 말할 것은 아니고, 항상 교수님과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내 자식을 가르치는 심정으로 학생들을 대하면 된다’고 합니다. 자식을 가르치는 마음으로 학생을 대한다면 어떻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에게도, 학생식당에 음식을 만드시는 분들에게도 내 아이 도와주듯이, 내 아이가 먹을 음식을 만들듯이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실질적인 면에서도 효과가 있습니다.

-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일례로 교수님들의 강의도 다 인터넷에 공개한다고요? 그러면 교수님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겠습니까?


입학과 동시에 동기유발학기 4주 동안 몰입식 교육 실시

강의 공개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그대로 녹화, 동영상으로 제작해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교수님들이 부담스러워하실 수 있지요. 강의 공개는 교수의 자기 개발을 촉진해 학생에 대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부담스럽긴 해도 자신의 실력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좀 더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한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지요. 강의 공개를 위해 강의 촬영시스템을 갖춘 공개강의실 3곳을 구축했고요, 촬영장비와 해당 인력도 대폭 보완했습니다. 제작된 동영상은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학기에는 30분의 교수님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2013년까지 전체 교수가 1강좌 이상 강의를 공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 경쟁력 향상에도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 앞서 소개하신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크게 변화한 점이나 향후 역점을 두실 점은 무엇입니까?

네,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과부에 사업신청을 하면서 시행하겠다고 한 과제가 모두 73가지인데 각 과제별로 시행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동기유발학기제도가 독특한 제도로 평가받았습니다. 동기유발학기제도란 신입생들이 향후 4년간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취업 진로를 설계할 강력한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대학 생활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입학과 동시에 동기유발학기 4주 동안 몰입식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독서활동, 졸업선배 멘토링, 미래의 직장방문, 기업인 인터뷰, 진로적성검사 등을 시행하게 됩니다. 2011년 1학기에는 시범사업으로 16개 학과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2012년부터 전학과에 걸쳐 시행할 예정입니다.

- 저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요즈음 학생들이 상용한자실력 같은 기초실력이 좀 뒤지는 것 같습니다. 지구력도 떨어지고요. 기초학력증진실을 설치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기사도 접한 일이 있습니다. 좀 소개해 주시지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인문학 및 이공계열 기초학력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학기부터 신설했습니다. 이를 위해 수학-물리-화학 등 전담교수 3명을 채용했고, 기초학력증진실 내에서 소규모 강의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시행한 지 두 달이 조금 더 지났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저희 대학은 문과와 이과의 교차 지원이 허용되기 때문에 문과 출신 학생과 이과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내용들이 있다는 점에서도 기초학력증진을 도와주는 조직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학력신장을 위해 현재는 교수님들이 개인지도, 그룹별 지도와 병행해 건양파워프로그램(KPP Konyang Power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방과 후 학습프로그램을 오후 5시부터 2시간 30분 정도 진행하는데, 한 학기에 200여 강좌가 개설되고 5,000여 명이 수강합니다. 주로 어학, 자격증 중심으로 학과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 테스트를 실시해서 수준에 맞는 지도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접 신입생 및 졸업생 전원과 면담

- 건양대만의 특징을 가진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시지요. 예컨대, 학과를 UMD체제로 개편하신다고 하던데 좀 설명해 주시지요.

UMD란 Unique Mosaic Department의 줄임말입니다. 기존의 대학본부 중심의 일률적인 학사조직을 탈피해 학과의 특성과 목표에 가장 적합하도록 학사제도를 구성한 특성화학과를 일컫는 말이지요. 전공별·학과별 인재상에 부합하도록 각종 학사제도와 프로그램, 교육방법을 해당 전공의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과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학기에 세무학과, 제약공학과, 병원관리학과 등 3개 학과가 먼저 시작했고 2013년까지 22개 학과가 UMD학과 체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 건양대학교 캠퍼스 전경

-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방대학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총장님께서는 이 한계를 극복하신 전례를 보여주셨습니다. 따로 숨겨놓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숨겨놓은 방법은 없고 제가 직접 신입생 및 졸업생 전원과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전원과 1대1 면담을 할 수는 없고 학과별로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1학기에는 약 두 달에 걸쳐 학과별로 모든 신입생과 면담을 합니다. 또 2학기에는 역시 모든 학과 강의실을 방문해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특히 지방대생들이 갖기 쉬운 ‘inferiority complex’를 극복하라고 충고하며,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혁신과제로 평생 패밀리제도 있습니다. 책임지도교수제를 확대발전시켜 운영해 재학생, 선후배, 졸업생이 한 가족으로 팀을 이루고 평생 지도 교수가 지도하는 체제로 개편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졸업생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후배와 교류하고, 재학생은 교수뿐만 아니라 사회에 먼저 진출한 선배를 통해서 취업진로에 대한 소중한 자산을 전해 받게 됩니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안과병원인 김안과병원과 중부권 의료문화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킨 건양대학교병원을 설립·운영하신 의료인으로서 우리나라의 의료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안과병원과 건양대학교병원은 우수한 의술과 친절한 서비스로 많은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의료 주역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장비나 임상의학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선진국들에 결코 뒤지 않습니다. 의료제도적인 측면에서도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의료시장의 세계화와 국민의 고급화된 요구를 반영해 선택적인 민간의료 도입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할 시점입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적절한 수가를 받도록 해야 의료분야가 선진화되고 발전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본적인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되, 의료에도 시장기능을 허용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도록 정부에서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적절한 수가를 받아야 의료분야 선진화

- 규제와 경쟁력은 교육에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의료분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교육분야에서 경쟁력입니다. 현 평준화 체제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사립학교 추첨 배정은 일본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 발목 잡는 규제도 완화해야 합니다. 제가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고 이사장으로 있다가 총장의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정책적 뒷받침 없이 규제 일변도인 사립학교 운영 체제 때문입니다. 일례로 재단은 출연(出捐)만 하고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규에 의해 규제만 있지 손비 처리 같은 사학 진흥, 장려 차원의 대책이 전무합니다. 사립학교법에 개방형이사제 등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만약 사학에 문제가 있으면 기존의 법령으로도 충분히 제재하고 처벌할 수 있는데도 그런 조항을 만들어놓으면 누가 사립학교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출연하고 소신껏 경영을 하겠습니까. 아울러 앞서 지방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지만 지방대학이 고사(枯死)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도 나와야 합니다.

김 총장은 사립학교 문제에 있어서 사립학교 설립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강조했다.

- 이 외에도 좌파교육감들의 당선으로 무상급식 전면 실시, 체벌 금지로 교사의 권위문제도 대두됐습니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잘못 확대해석한 결과입니다. 여유 있는 집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혈세 낭비입니다. 근본적으로 시정돼야 합니다. 체벌 자체의 찬반 논란을 떠나 요즈음 아이들이 절실하게 생각하고 매달리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선생님들의 권위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한편에서는 과잉 민주화 우려가 있습니다. 원로로서 우리 사회의 지향점은 어떠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또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하시고 싶은 말씀을 주시지요.

언론에서 정론(正論)을 펴야 합니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극단적인 발언을 자제해야 하지만, 따뜻한 미담이 오가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끝으로 교육이 잘 돼야 나라가 삽니다. 특히 국민 기본교육이 서야 합니다.(이 대목에서는 교육대학에 몸담은 필자에게 초등교사 양성에 특별히 당부까지 했다.) #
 

---------------

▲ .
김희수 총장 약력
세브란스의대(현 연세대 의대) 졸업
미 일리노이주립대 안과대학원 수료
연세대 의대 의학박사
영등포 김안과 원장
건양학원 이사장 역임
대한안과학회 회장 역임
---------------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