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풀뿌리보수운동의 승리
미국 풀뿌리보수운동의 승리
  • 미래한국
  • 승인 2010.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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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 2010년 중간선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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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2010년 중간선거 압승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 있다. 공화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60석, 상원에서 6석, 주지사 8명을 추가하고 주상하원의원에서 최소 500석을 늘린 것은 공화당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두뇌’로 유명한 칼 로브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공화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속지 마라. 유권자들이 공화당이 좋아서 민주당을 몰아낸 것이 아니다. 공화당은 이제 보호관찰 대상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유력한 보수논객인 찰스 크래스해머는 “공화당은 이번에 부전승했다. 그들의 포상은 2년 동안 하원을 임대받은 것이다. 이전의 오만한 점유자들이 나쁜 행동으로 쫓겨난 자리에 들어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플로리다주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역시 당선 연설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화당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에 반발해서 공화당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공화당도 제대로 못하면 2년 뒤 버림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존 베이너 의원은 2일 밤 승리 연설에서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우리는 잘 안다. 바로 미국인들이다”라고 말했다. 베이너 의원은 “미국인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코스를 바꾸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인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진보적 경제정책을 거부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선거에서 경제가 중요한 이슈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오바마 행정부가 펼친 정책들에 대한 이념적인 거부가 컸다고 분석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경기부양책 등 통제되지 않는 연방지출, 건강보험개혁안 등 오바마 행정부의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한 보수 미국인들의 반발이라는 해석이다.

▲ 선거 승리 연설을 하면 울먹이는 존 베이너 공화당 의원.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하다
보수적 미국인들의 반발은 풀뿌리보수운동인 ‘티파티(Tea Party)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티파티 운동은 2009년 2월 CNBC 논평가인 릭 산텔리가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능력도 안 되면서 집을 산 무책임한 미국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그동안 절약하며 살아온 미국인들의 세금을 걷어 주는 오바마 경제정책에 ‘시카고 티파티’를 열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이 발단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8,1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지출을 했다. 이 돈들이 파산 직전의 은행, 보험회사, 자동차회사에 구제금융으로 들어가면서 정부가 이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급기야 정부가 관여해 전국민이 건강보험을 갖도록 하는 수천억 달러 소요의 ‘건강보험개혁안’이 채택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는 커져가는 정부와 제한받는 개인의 자유, 심화되는 연방적자로 불만이 고조됐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을 사회주의화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작은 정부(limited government), 지출 감소, 세금 낮추기 등을 외쳤고 이는 티파티 운동이란 이름으로 퍼져갔다.

티파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미국인들이다. 세라 페일린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자신을 티파티 운동의 한 사람이라며 “이들은 전에는 정부 관련된 일에 개입한 적이 없는 선량한 미국인들로 지도자도, 중앙 사무실도, 연례행사도 없다”고 소개했다.

페일린은 “하지만 정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지출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저당 잡는 것을 보며 애국심과 우리가 함께 일어나면 뭔가 다르게 할 수 있는 마음으로 포럼에 참석하고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퍼져나간 ‘티파티 운동’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그 힘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공화당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서 티파티 지지자들이 미는 후보들이 기성 정치세력 후보들을 물리치고 본선에 출마했고 그 가운데 랜드 폴, 마르코 루비오 등 40여명이 연방상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티파티 운동의 바람을 타고 보수적 미국인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이번 중간선거는 2006년 때보다 800만 명이 많은 9천만 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티파티 지지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플로리다주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된 후 기뻐하고 있다.

투표소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자들의 40%가 티파티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절반 가량은 티파티 운동에서 주장하는 오바마 건강보험개혁법 폐지를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56%는 정부가 너무 비대해졌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미국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해온 무소속 유권자 중 55%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한 것도 티파티 운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시되는 존 베이너 의원이 선거 승리 후 첫 번째로 감사를 표한 대상이 자신의 지역구인 오하이오 티파티 지지자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너 의원이 승리 연설에서 밝힌 연방정부지출 감소, 정부 규모 줄이기, 경제적 자유·개인의 자유·개인의 책임 등 미국가치 존중 등 3가지 과제도 티파티 운동의 주장과 상통한다. 

칼 로브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앞으로 풀뿌리보수운동이 주장하는 원칙을 어기면서 민주당과 타협하면 유권자들은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티파티 운동 지지자들은 그동안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소속은 공화당이지만 정책이나 표결은 진보적 민주당을 따른 사람들을 이른바 ‘이름만 공화당원’(RINO : Republican In Name Only)이라며 공격, 당선되지 못하게 해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화당은 보수적 원칙에 기초한 정책들을 펼쳐나갈 가능성이 높다. 로브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유권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갖고 있고 임기가 2년 남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싸우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너 의원은 지난 11월 5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부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종(servant)이지 국민들이 정부의 종이 아니라며 헌법과 미국인들의 뜻을 받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유일하고 진정한 권력이 ‘우리 시민들’(We the People)에게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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