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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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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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노트] 미래한국 편집인 김범수

 

10년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마오쩌둥, 덩사오핑, 장쩌민에 이어 4세대 중국 지도자로 등극했을 때 후 신임주석의 얼굴을 보면서 ‘인상이 참 좋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의 심볼인 팬더 같기도 하고 후덕하고 점잖은 동네 어른 같기도 했습니다.

그가 개혁개방을 중시하며 김정일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다’는 당시 언론 보도도 그러한 첫인상을 강화시켰을 것입니다. 최고 지도자로 오르기 전 그가 책임자로 있던 티베트자치구에서 얼마나 무자비하게 티베트인들의 독립운동을 탄압했는지 등의 배경은 차치하고서 말입니다.

반면, 지난달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후진타오에 이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사실상 낙점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좀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미는 대중(?衆)그룹 공산주의청년단의 리더 리커창(李克强)과의 권력투쟁 때문인지, 시진핑을 소개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창백하게 굳은 얼굴이 못내 뇌리에 남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는 결국 역사의 도구일 뿐 도도한 시대적 흐름과 대세는 거스를 수 없으며 국내외 정치적 틀과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역사적 악역(?役)은 분명 존재합니다.

시진핑은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책상을 내려치는 노여움’을 꼽는다고 합니다. ‘책상을 치지 않으면 리더가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보여줄 수도 없고 그래서는 주위의 주목을 받을 수 없으니 화가 나면 책상을 내려치는 것이 안치는 것 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다만 ‘화를 낸 뒤의 결과까지 고려하는 이지적인 분노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한 그가 최근 중국이 60년전 6·25전쟁에 참전한 것을 두고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것이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근래 동아시아 전역과 한중 사이에서 ‘역사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과, 21세기 한반도의 혼란한 미래를 짐작케 하는 불길한 발언입니다.

중국은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북한의 문제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동시에 적지 않은 쓸모를 느끼고 있습니다. 북핵문제만 봐도, 중국에게는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은 대미대남 카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3대 세습문제도, 장남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으며 삼남 김정은의 세습을 용인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김정일 이후 한반도 구상을 위해 잃을 것이 없는 ‘꽃놀이패’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이 근래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상대할 세계 2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하여 일각에서 두려움의 기운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한 중국을 ‘우리가 포용해야 한다’는 가당찮은 말도 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21세기 중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할까요. 이것이 이번호 <미래한국>에서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제입니다.

우리는 소용돌이가 몰아칠 21세기 한반도 정세에서 국익을 위해 이른바 친미(親美), 친중(親中), 친일(親日), 친러(親露)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확고한 국가목표를 세우고 상대의 잘못을 분명하고 떳떳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진정한 협력도 있고 협상과 타협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셉 나이 교수가 최근 포린어페어스지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을 결코 능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압도적인 소프트파워의 크기와 군사력 우위, 그리고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그 이유입니다.

자유민주체제인 대한민국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면서 주위를 돌아보거나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미국의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것처럼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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