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2만명 시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탈북민 2만명 시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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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지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기획실장
▲ 이지혜 美 변호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11월 둘째 주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숫자가 2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1월 15일 통일부는 “탈북민 50여 명을 태운 비행기가 태국을 출발해 한국을 도착함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은 2만50여 명이 됐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9월 최초로 귀순한 김정수 씨 이후 첫 1만 명을 돌파한 것은 2007년이었다. 첫 1만 명을 돌파하는 데는 59년이 걸렸지만 2만 명이 되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와 같은 속도라면 곧 5만 명, 10만 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남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탈북민들이 자유민주주의사회인 대한민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제도 및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정착지원법을 개정해 ‘북한이탈주민후원회’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바꾸어 민간 중심의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달 경찰에 적발된 탈북여성들의 일본 원정 성매매 사건이나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30대 후반의 탈북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때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건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아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생존자 한 사람은 한국에 입국해 식당에서 열심히 일을 배워 최근 천안에 자기 식당을 개업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을 배울 때, 탈북민이라고 얘기하지 않았고 “말투가 왜 그러냐?” 물으면 “강원도에서 왔습니다”라고 해야 별 탈이 없었다고 한다.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모 아파트 경비원 모집에 이력서를 낸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생존자 한 사람도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탈북민들은 외모에서부터 남한 사람들과 차이가 난다. 북한에서 먹지 못해 키도 작고 왜소하다. 외모지상주의 남한에서 이들이 탈북민으로서 당당하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돈 없고 배우지 못한 남한 사람들도 위축되는 사회가 대한민국 아닌가?

그런데 과연 우리가 통일이라는 대과업을 이룰 수 있을까? 통일이 무엇인가?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한 사회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과도 하나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2,300만 명의 북한 땅에 사는 사람들과 하나 될 수 있을까?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한 사람들이 마음으로 탈북민들을 우리 민족으로, 우리 동포로, 그리고 우리 이웃으로 받아야 들여야 하는 것이 선과제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다.

탈북민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들이 북한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은 남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본인도 배고프지만, 배고파하는 자식들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쌀이 있어도 전기와 나무가 없어 밥을 지어 먹지 못해 손자, 손녀들이 굶어 죽는 것을 보아야 했고, 겨울에는 얼어 죽는 것을 보아야 했고, 두만강을 건너다 죽는 것을 보아야 했던 사람들이다. 마음에 깊은 상처와 아픔으로 가득한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랑이다.

키가 작으면 키가 작은 대로, 왜소하면 왜소한 대로, 함경북도 말투면 그 말투대로, 상처가 있으면 상처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 주는 것이 사랑이다. 남한 내 탈북민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앞으로 통일 문제의 반은 해결된 셈이다. 통일비용을 따지면서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숨기지 말자. 그리고 사랑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말자. 따뜻한 마음, 상냥한 미소, 그리고 친절한 말투 이 세 가지면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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