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정신으로 돌아가자!”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자!”
  • 미래한국
  • 승인 201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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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112대 美의회, 역사상 최초로 헌법 낭독으로 회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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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년의 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의 일이 1월 6일 발생한다. 의사당에서 미국 헌법이 큰 목소리로 낭독되는 것이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공화당이 장악한 제112대 의회는 오는 1월 5일 신임 하원의장 등 새롭게 선출된 의원들의 선서식과 함께 새 회기를 시작한다. 선서식을 마친 의원들은 다음날인 1월 6일 의사당에 모여 4,543개의 단어로 구성된 헌법과 27개 수정헌법 전체를 돌아가면서 낭독할 예정이다.


이는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마련한 제112대 하원 규칙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미 하원은 헌법 전문을 이날 한 차례 읽는 것으로 회기를 시작하고 이후 하원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에는 그 근거가 되는 헌법조항을  밝혀야 한다. 한마디로 헌법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미국은 그동안 헌법에서 떠나 있었단 말인가? 지난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는 데 바람을 일으킨 풀뿌리보수운동인 티파티운동 참여자 등 미국 내 보수층의 시각은 그동안 미국은 헌법에서 떠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 취임 후 지난 2년 간 마련된 정책과 법들이 헌법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바마케어(care)’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이다. 연방정부가 개인의 선택사항인 건강보험까지 개입하는 것은 헌법에서 명시한 정부 역할 이상의  월권이자 실제 권력의 주체인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버지니아 연방법원은 오바마의 건강보험법 중 연방정부가 개인들에게 건강보험을 가입하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부는 문제’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보수층은 의사당에서 헌법을 낭독하면서 연방정부가 헌법에 규정된 이른바 보존하고 보호하며 방어하는 제한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등 미국 진보층은 ‘정부는 해결책’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건강보험 등 여러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는 ‘큰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1787년 9월 17일에 마련된 미국 헌법은 의회, 대통령, 법원의 권한과 구성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후 개인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수정헌법 1조부터 10조 등 27차례 수정헌법이 추가됐다.

공화당 지도부가 의사당에서 헌법을 낭독하자는 규칙을 마련함에 따라 향후 제112대 의회에서 티파티 운동가들의 입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티파티 운동가들은 그동안 소책자 헌법을 배포하고 헌법 조항 하나하나를 가르치는 클래스를 열면서 연방정부가 헌법에 따라 제한적인 역할만 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런 그들에게 의사당에서 헌법이 낭독되는 것은 대환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헌법 낭독을 두고 의회가 ‘티파티화(化)’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공화당 지도부가 의사당에서 한 차례 헌법을 낭독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반인 티파티 운동가들을 달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제112대 의회 개회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이것이 단순한 쇼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막강한 하원 통상위원회 위원장이 될 프레드 업톤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1일 폭스뉴스에서 약속대로 오바마 건강보험법 폐기 투표를 곧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톤 의원은 적어도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하기 전에 건강보험법 폐기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환경보호 정책과 관련, 환경보호처(EPA)가 발전소와 정유소에 부과하는 엄격한 배출기준은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연방정부가 위헌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청문회를 개최해 이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린지 그래함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건강보험법에 대한 싸움이 하원과 상원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이 법 시행을 위한 자금지원 거부 등 다양한 내용이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의사당에서 헌법이 낭독되는 것은 의회가 백악관을 향해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아닐까? 2011년 새해에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간의 싸움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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