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이스라엘 비결은 첨단 과학기술
작지만 강한 이스라엘 비결은 첨단 과학기술
  • 미래한국
  • 승인 2011.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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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도 기술교류 협력 강화 중
▲ 최근 국방부가 도입을 결정한 이스라엘제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군사력 강화의 당위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한미동맹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과 중국 등의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자체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동북아에서 한국이 처한 상황이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해서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로부터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는 743만명에 불과하지만 1948년부터 1949년까지 벌어진 제1차 중동전쟁 당시 65만명의 인구로 전체 인구 1억4,000만명이나 되는 아랍연합국을 누를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해 왔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에 따르면 2009년 이스라엘 국방예산은 15조8,000억원 가량이었다. 이스라엘보다 인구가 6배 이상 많은 대한민국(28조5,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예산을 국방비로 쓴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으며, 한국도 이스라엘과의 군사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다. 최근 우리 군은 연평도에 정밀타격 유도미사일인 ‘스파이크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 미사일은 이스라엘제로, 사거리 25km에 무게 70kg으로 차량이나 헬기에서 발사할 수 있으며, 적외선 영상 유도를 받아 적 해안포 진지나 전차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현대전의 필수품인 조기경보기를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엘타사의 G-550 조기경보기는 한때 한국도 도입을 검토했을 정도로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최신 기종인 G550 Eitam 조기경보기는 최근 이탈리아 Vega 2010 훈련에도 참가한 바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레이더 관련 기술에서 세계 정상급이다. 방위사업청은 북한의 미사일(탄도유도탄)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탄도유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사업에서 이스라엘 엘타사가 제시한 ‘그린 파인(Green Pine)’ 레이더를 선택했다. 이 레이더는 최대 탐지거리가 500㎞이며, 한국 공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체계와 연동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의 주력인 KF-16전투기의 업그레이드 사업에서도 양국의 제휴 가능성은 높다. 135대의 KF-16을 운용 중인 공군은 KF-16 전투기에 이스라엘제 EL/M-2032레이더 장착을 추진 중이다. 이는 이스라엘 엘타사가 제작한 기계식 레이다로서 100km의 탐지거리를 갖고 있고 현재 KF-16기종에 장착된 APG-68(v)5/7레이다보다 동시추적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과학기술, 비결은 ‘시스템’

이처럼 이스라엘이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첨단 무기들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과학기술에 있다.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발전은 오랜 역사와 탁월한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16년 전 이스라엘 정부는 ‘요즈마(Yozma)’라고 불리는 과학기술 펀드를 설립했다. 이 펀드는 이스라엘 첨단과학기술사업에 투자할 국내외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애미티 슐래스(Amity Shlaes)는 요즈마 펀드의 설립을 계기로 비즈니스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요즈마가 있기 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안정된 교육 시스템도 이스라엘의 기술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유태인 특유의 교육열과 남녀 모두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으로 인해 신생 벤처기업들은 인재들을 무리 없이 공급받을 수 있었다. 벤저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재무장관 재임 시절에 세금과 정부 조직을 줄이고, 일부 국영기업체들을 민영화했다. 또 이자가 높은 국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이스라엘 국내 자본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도록 유도했다.

애미티 슐래스는 ‘이스라엘 군대’가 이스라엘 과학기술의 핵심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징병제도에 따라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 간 복무하며 군 복무 이후에도 그들은 매년 예비군 훈련을 받는 등 성인기의 상당 기간을 군에서 보내야 한다. 군 복무가 개인의 사회 경력을 저해하는 요소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스라엘 군의 엘리트 부대는 그동안 많은 성과를 가져온 기술 단지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도 “이스라엘 군대는 기술 혁신을 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투자가 탈 케이난(Keinan)도 “이스라엘 엘리트 부대에 소속되면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더 큰 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는 세계 정상급의 기초과학연구개발센터로, 수많은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자 과학자인 하임 바이츠만의 이름을 붙여 만든 이 연구소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기초과학의 산실이다. 이스라엘 4대 대통령을 지낸 에프라임 카치르도 퇴임 이후 이곳에서 생화학 교수로 재직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배출한 바 있다.


이스라엘 기초과학의 산실, 바이츠만연구소

이스라엘 생명과학분야 과학자들 중 절반 이상이 바이츠만연구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미 국립보건원이 바이츠만연구소와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간염과 알츠하이머병 등 11개 과제에 2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고 바이오ㆍ의학 분야 인력교류 및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베이터 그린맨 연구소 언론담당은 “과학자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들이 꿈을 현실로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게 바이츠만연구소의 독특한 연구철학”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생명과학분야 과학자의 50% 이상이 바이츠만연구소 출신이다. 10년 전 쥐의 빈 몸속에서 인간장기 배양에 성공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1년 1월 현재 바이츠만연구소에 소속된 전체 연구자는 2,800명이다. 연구소 내에는 250여개의 연구그룹이 있는데 그룹마다 전담 교수가 있다. 전담 교수들마다 적게는 2, 3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의 연구진을 거느리고 전문 분야를 집중 연구한다. 연구그룹들은 약 70%가 바이오, 나노 등 생명과학 연구를 하고 있고 30%는 화학과 물리, 수학 등 기초학문을 연구한다.

바이츠만연구소와 첨단 기업 및 대학들과의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 또한 유명하다. 연구소 인근의 라빈과학단지에는 크고 작은 바이오테크 기업이 모여 있는데 이곳은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도 한다. 1996년 186개의 기업들로 시작했던 이곳은 지난 2009년에 1,000개를 돌파했다.


과학분야에서 한국과도 협력관계 강화 중

이처럼 뛰어난 과학기술과 연구 시스템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과학기술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우리 교육과학기술부와 이스라엘 과학기술부가 양국 과학기술 협력사업과 관련해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은 지난 2010년 12월 28일 2010~2012 양국 과학기술 협력사업으로 반도체분야 나노기술(nano technology for semiconductors) 및 환경응용 바이오기술(bioscience technology for environmental applications) 등 2개 분야 9개 공동연구사업을 선정,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력사업은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제7차 한·이스라엘 과학기술 공동위원회에서 추진을 합의한 뒤 양국 공동 공모(joint call) 절차 및 전문가 심사 등을 거쳐 우리 교육과학기술부와 이스라엘 과학기술부가 최종 합의한 사업 9개에 대하여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선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양국이 2년에 걸쳐 각기 46만 달러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KAIST를 방문 온라인 전기차를 시승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KAIST를 방문해 서남표 총장과 환담을 가진 이후 KAIST 문지캠퍼스로 이동, 온라인 전기차를 시승하며 관련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대덕연구개발특구 기관장들과 이어 가진 오찬에서 우주, 바이오기술,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한국과 이스라엘간의 과학기술 협력방안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동아시아 ‘악의 축’인 북한에 대해서도 양국은 공통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한국의 편에 서서 북한을 강경하게 비난한 바 있다.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2010년 11월 23일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미친’ 체제를 저지하고 쓰러뜨려야 할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케 한다”며 “그들의 무기 확산과 도발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은 시리아, 이란과 함께 악의 축이라면서 이들 국가는 핵과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영자신문인 예루살렘 포스트도 이날 인터넷판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자세히 보도한 뒤 리베르만 장관의 대북 비난 성명을 톱기사로 전했다.

1970년대 한때 소원했던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지난 1990년대부터 급속도로 회복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지난 1962년 4월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1964년 8월 주한 이스라엘 상주 대사관을 개설했다가 1978년 2월에 대사관을 폐쇄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경제위기에 따른 재정난 때문이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92년에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을 재개설했고 한국도 1993년 12월 주이스라엘 상주 대사관을 개설한 바 있다.  #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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