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아메리카나’의 꿈은 아직 살아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꿈은 아직 살아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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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이정훈 편집위원
이정훈 부회장



미국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때 상당했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가 감기를 걸린다고 할 정도였고, 심지어 로마제국에 견주되며 ‘팍스 아메리카나,’ 즉 미국의 지배에 의해 세계 평화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논의됐다. 그러던 미국의 위상이 요즈음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급격한 권력 공백은 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책결정자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일시적인 침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과 8년 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만해도 미국의 기세는 당당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라크 내에서의 테러 뿐만 아니라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시달리면서 미국은 자신감을 잃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초대형 대부업체 및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의 수렁에 빠기게 됐다. 금융손실을 메우기 위해 팔린 채권은 결국 미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약화로 이어졌다.

수십억 달러의 미국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하고, 중국이 환율 평가절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럼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하드파워’ 요인들이 같이 약화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의 GDP는 아직도 글로벌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14.7조 달러이다. 2위인 중국보다 2.5배나 많은 액수이다. 유럽연합만이 미국을 능가한다. 6,600억 달러가 넘는 국방예산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군비의 무려 40%에 해당하는 예산이며 2위인 중국보다 거의 7배나 된다. 군사력도 그 화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결국 미국이 지난 10년간 글로벌 주도권을 잃은 원인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이 없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미국 입지는 건재했을 것이다.

아직도 상당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미국의 근본적인 원리와 가치에 입각한 정책을 채택한다면 미국의 경제와 영향력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같이 의료보험법 개정, 구제금융 구축, 이민법 개정, 저성장 복지국가 창출 등의 사회주의 논란에 휩싸이는 정책에 비중을 둔다면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계속 떨어질 것이고 ‘팍스 아메리카나’의 실현은 점점 희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훈 편집위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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