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서평]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미래한국
  • 승인 2011.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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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굴기 아닌 위기에 처해 있어
▲ 마틴 자크와 그의 저서 (사진 한겨레)



영국의 좌파학자 마틴 자크(Martin Jacques) 전 마르크스투데이 편집장의 책이 국내에 회자되고 있다.‘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이라는 도발적 제목을 단 이 책은 지난 1월 6일 한겨레신문이 저자의 인터뷰를 장문에 걸쳐 보도하면서 국내에 더욱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정작 그의 책이 논지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평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옵서버지의 수석 편집자를 거쳐 현재 영국 노동재단 수석책임자인 윌 휴튼(Will Hutton)의 서평을 미래한국이 국내에 단독 보도한다. 


“중국은 굴기 아닌 위기에 처해 있어”
 중국의 ‘아시아적 가치’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가 발전의 원동력

마틴 자크의 첫 번째 문제는 책의 제목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은 없다. 중국은 체제의 정체성이 불확실하며 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양면에서 헤게모니를 얻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크의 중국지배론 근거 없어, 중국 ‘문화체’는 황당한 개념

무엇보다 경쟁력이 없는 권위주의적 제도들이 그 취약함의 원천이 되고 있는데 중국은 거대하면서도 가난하고 또 강하면서도 동시에 약한 나라이다. 그러한 중국이기에 전반적인 정치적 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제까지의 놀라운 성장과 경제적 성공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결국 정체를 맞게 될 것이다. 실제로 높은 수출과 엄청난 저축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경제발전 모델은 중국 내부나 외부의 면밀한 관찰자들 사이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마틴 자크는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추론에 입각해 중국의 현재 경제성장을 미래에 이르기까지 장황하게 전개하면서 간간이 중국경제의 문제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그의 성찰적 문제점의 원인은 바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거대한 주장을 통해 서구세계가 정의한 근대, 즉 민주주의와 계몽적 가치, 자본주의와 발전 등의 명제들이 처음으로 서구세계가 아닌 ‘아시아적 가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증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마틴 자크는 중국이 ‘국가체’(nation stae)가 아닌 ‘문화체’(civilization state)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문화체인 중국은 굴기함에 있어 다른 것들, 예를 들어 국가로서 요구되는 다면적인 법과 제도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과거라면 타당한 이야기다. 자크에 따르면 중국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주체와 행동에 있어 문화체로서 자기 역사와 본능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중국의 본능은 유교 속에 남아 있다, 유교적 중화사상은 인민들의 상황을 자애롭고 집단적인 방법으로 개선시킬 방법을 도모한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다름 아닌 유교의 현대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의 도래와 아시아적 가치를 논하는 부분에 있어 가장 주목을 끈다. 하지만 유교와 공산주의간의 결합점은 새로운 성찰이 아니다. 1940년대 중국 공산당의 5인방 중 한 사람이었던 류소기의 주장이 그랬었다. 자크는 중국을 견인하는 힘은 공산주의가 아닌 중국의 문화라고 강조한다.

나는 자크가 주장하는 전형적인 국가체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는 문화체에 대해 숙고하면 할수록 그 구별이 갖고 있는 점에 대해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 모두 중국처럼 문화체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제각각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법령과 언어 그리고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한 모든 다양성은 유럽식 계몽주의의 산물이다. 그 뿌리는 로마공화국의 핵심가치들과 그리스의 철학에 까지 닿아 있다.

서구 국가들은 종종 중국이 해내는 것만큼 그들이 추구하는 기준에 다다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루소와 칸트가 주장하는 바, 모든 인간은 자아개념이 있으며 그럼으로써 모든 개인은 동등하게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정의론에 입각한 의무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세계가 여전히 목말라하는 것이며 아리송하기만한 아시아적 가치를 고수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국경 밖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는 중국인이든 영국인이든 가치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은가.


중국, 서구의 합리적 가치 받아들여야

사실, 서구적 전통이라 할 수 있는 법치, 실험과 개선, 자유토론 등을 모두 내팽개쳐 버리고도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가능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치열한 과정을 통해 개발한 첨단 기술과 지식에 접근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심각한 수준의 부패와 기술적 나태함,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왜곡 상황은 서구의 계몽주의적 가치가 결핍된 까닭이다. 중국에는 견제와 균형시스템이 부재하며 중국에는 그러한 장치가 필요하다.

자크의 주장이 함의하고 있는 것은 중국 노동자들이 노조를 원치 않으며 중국 주주들은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주려 하지 않고 중국 시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심히 잘못된 인식이다. 다수는 그러한 것들을 원하며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중국의 발전이 막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은 GDP의 40%를 저축한다. 2020년경에는 전세계 수출 유동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게 된다. 그러한 모델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붕괴될 운명에 놓인다. 중국은 자크가 인정한 것처럼 덜 저축하고 더 소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중국의 정치적 변화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축에 매달린다.

중국인들은 공산당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안다. 중국의 다음세대에 관한 진짜 이야기는 서구세계가 앞서 경험했던 것처럼 정치적 불안과 증가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국이 세계를 통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선진국과 나머지 국가들간에 더욱 급격히 확대되는 격차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마틴 자크의 책은 힘겨운 노작이었음에도 그 중심 의제를 잘못 설정하는 바람에 졸작이 돼 버렸다. 그는 미래에 기여할 서구세계에 대해 지나치게 의심을 했던 것이다. #


번역 정리 / 한정석 편집위원. 前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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