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경쟁, 어떻게 대응할까
美·中 패권경쟁, 어떻게 대응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11.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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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노트]편집인 김범수

80년대 말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 중 하나는 도처에서 느끼는 일본의 존재감이었습니다. 거리를 질주하는 도요타 닛산 혼다 자동차들과 각 가정 응접실에 귀하게 모셔진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메이드인재팬 제품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일본의 모든 것에 도취돼 있는 듯했습니다. 스시, 스모, 일본애니메이션, 일본어, 일본 비즈니스스타일 그리고 일본여자까지. 일본은 미국 주요 도시의 유명 빌딩들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할리우드의 최대 영화제작사를 사들였고 그러한 기세라면 얼마 안가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것은 물론 미국을 통째로 사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反日=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진 열혈 유학생에게 그것은 애써 부정해야만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던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당시 분위기는 어느새 잊혀졌고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의 위치는 21세기 초 현재 중국이 대체했습니다. 20여 년전의 욱일승천 하던 일본과 현재의 대국굴기 중국의 차이점이라면 일본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신비하고 세련된 문화가 있었던 반면 중국에는 별로 닮고 싶지 않은 후진 문화와 ‘묻지마 민족주의’가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수년째 끌어온 ‘테러와의 전쟁’이나 근래의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슈퍼파워 미국이 힘이 빠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반면 중국은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난 20년간 이루고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이른바 G2의 위치를 확고히 차지하게 됐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를 통해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언급하며 중국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1월 워싱턴에서 열린 극진한 미중 정상회담 직후에는 우리 정부에 대해 남북대화를 재개하라는 이상한 압력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진보좌파진영을 중심으로 ‘미국보다 중국에 국가 안보를 의존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더니 중국어 열풍을 지나 ‘?國’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마저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대중 굴종과 우리에 대한 중국 정부나 국민들의 노골적 하대(下待)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등 세계에서도 현재 미중 패권경쟁에 대한 논의가 본격 진행 중에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경제평론지 포린폴리시지가 신년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미국의 몰락, 이번엔 진짜다’라고 선언한 것은 과연 엄살인가, 미국은 정말 쇠퇴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 중국은 과연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그때 양국은 군사적으로 충돌할 것인가, 또한 양국의 영향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한민국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인가, 우리는 미중 패권경쟁 가운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번호 <미래한국>은 이러한 질문들을 진지하게 살펴봤습니다.

미국의 패권, ‘팍스 아메리카나’는 아직 건재하며 향후 100여년은 더 유지될 것이고, 중국의 승기는 공산독재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내부 모순으로 인해 과거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이나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지 않아 꺾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편, 한반도에서는 중국에 대해 ‘알아서 기는’ 이른바 ‘핀란드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굴기하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안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제안 중 하나는 도덕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對中) 대등외교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도덕적 행동, 국가간의 의리와 신의,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는 것이 대국을 상대하는 우리의 무기이자 유일한 방안이라는 복거일 선생의 지적이 마음에 남습니다. #


 편집인 김범수 b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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