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中東은 없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中東은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4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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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된 아랍 국가들 출현에 대비해야 ...역내 힘의 공백,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 높아

 
중동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한 가운데 정작 우리나라에는 중동 전문가가 가뭄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서정민 교수(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아프리카·중동학)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에 속한다.

서 교수는 14년간의 중동 현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중동인의 시각으로 중동세계와 문화를 재해석한 ‘인간의 땅, 중동’을 펴냈다. 고교 시절,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에 매료돼 서울대를 포기하고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선택한 그의 중동 여정은 아랍어 동시통역대학원을 거쳐 카이로와 영국 옥스퍼드로 그를 이끌었고 중앙일보 이집트 특파원으로 현장을 누비게 만들었다.

30여년간 중동에 매료됐던 서 교수가 “중동은 이제 없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한국>이 지난 3월 7일 늦은 밤 한국외대 연구실에서 서 교수를 만났다.  

-  중동사태가 리비아에 내전으로까지 가고 있습니다. 중동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가 출현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번 중동의 변혁은 한마디로 유목사회의 오랜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함께 모하메드가 세운 무조건 복종의 이슬람 권위주의가 무너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천년만의 대변혁이라고 보면 틀림없죠. 그러나 목적성을 가진 질서, 즉 언론에서 말하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와 같은 것은 이번 중동사태에서 구축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주권의 국민이양과 같은 과정으로서의 질서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야 하겠지요. 

"5천년만의 중동 대변혁, ‘민주화’로 보기는 어려워" 

- 자유민주주의적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중동사태에 ‘민주화’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일까요.

저는 이를 ‘혁명’으로 보고자 합니다. 혁명이 봉기와 다른 점은 봉기가 결과를 수반하지 못한 행위 중심이라는 것에 비해‘혁명’은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을 때 결과적 관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우는 분명히‘혁명’인 것이죠.

그 외의 나라들에서는 ‘봉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리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좀 모순된 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권이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을 ‘민주화’라고 본다면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우 분명히 민주화 혁명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이슬람식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이슬람식 민주주의라는 것은 이슬람 내 과격세력이 주장하는 겁니다. 그들은 이란에서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란은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쓸 수가 없는 국가지요. 이란에서 국가의 주권은 국민이 아닌 알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떻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어야 하는데 헌법상 주권이 알라에게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민주주의가 되겠습니까. 세속적인 권력, 그 위에 종교지도자가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정정치인 것이죠. 이슬람식 민주주의는 이슬람 과격세력 가운데 일부가 그렇게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로이터
아랍의 대부분 여론은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지지하지도 않고 가능성도 없어요. 대표적인 예가 이집트인데, 이집트에서 혁명이 발생하자 토니 블레어를 비롯 모든 서방국가 인사들이 이집트에 이슬람 정치세력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했지요.

하지만 이집트에서 오히려 이슬람은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참고로 이집트에서는 종교세력이 정당을 만드는 것이 헌법으로 금지돼 있다. 편집자 주)

그런 오해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같은 이슬람의 시아파에서는 신정정치가 가능하죠. 그런데 이슬람의 90%에 달하는 수니파에서는 신정정치가 불가능합니다. 1400년의 수니파 역사를 보면 단 한 차례도 이슬람이 권력에 오른 적이 없었어요. 그것은 모하메드 때문입니다. 모하메드는 예수나 부처같이 종교적 성인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슬람공동체의 최고 권력자가 됐지요. 그래서 그의 권위에 누구도 도전하게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수니파에게는 성직자라는 계급조차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동의 혁명은 이슬람이 아닌 세속적 혁명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죠.


- 이번 중동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스탠스가 궁금합니다.

이번 중동사태는 분명히 중국의 영향력을 넓혀 줄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에서 좀 못사는 나라들에 대한 중국의 진출은 이미 오래됐습니다. 중동의 비산유국의 경우, 중국의 입김은 오히려 미국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제가 1993년 이집트에 특파원으로 있을 때 우리나라 교민이 약 800명 수준이었어요. 그때 중국사람들은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특파원을 끝내고 돌아갈 2007년 말 쯤, 우리 교민이 약 1,500명이었는데 중국사람들은 3만명에 이르렀지요. 우리 교민이 두 배 정도 늘 때 중국은 100배 이상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우디와 같은 산유국들의 경우 미국이 유전들을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에 가장 많이 투자한 주체는 중국의 시노팩과 같은 국영석유회사들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차이나프리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가 일어났지요.

미국은 그 동안 중동에 모호한, 다시 말해 포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미국은 중동에 군수, 이스라엘, 에너지라는 3대 키워드의 로비에 의해 정책이 수립됐는데, 이번 사태로 첫째 중동이라는 지역에 많은 다양성이 생겨났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중동은 미국 입장에서는 하나의 큰 덩어리였으나 지금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이 저마다 다른 방식의 방향성을 갖고 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입장에서 하나의 정책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시 말해 각개격파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중동 혁명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된다"  

두 번째는 개별 국가 안에 다원성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과거 미국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종용해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죠. 아무리 국민들이 반대해도 권력자가 하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사우디에도 미국은 국왕을 설득해서 미군기지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들 나라에 야권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그만 이슈 하나 가지고도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나오는 상황이에요.

다시 말해 이제 중동은 미국과 같은 서방국가들이 최고 권력자를 보호해 주는 대가로 이권이나 사업을 가져가는 시대가 끝났다는 겁니다. 그러한 점에서 중동에 중국은 훨씬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중동지역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에너지 확보의 사활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양자간 충돌 가능성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이란의 케이스가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 같군요. 현재 이란은 핵무기 개발 문제로 미국과 서방국들에 의해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그 틈을 타서 중국은 이란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만일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감행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공습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 대사관이나 중국 자산이 피해를 입는다면 중국은 자국 여론 때문에라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겁니다.

역내에서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중국이 무서운 것은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충분한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데도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이미 이 지역에서 미국을 대리할 만큼의 역랑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중동사태로 중국은 중동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더욱 많이 확보했다는 점과 이란과 같은 특정국가와 경제적 밀착관계를 통해 군사동맹으로까지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지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 그렇다면 이스라엘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볼 때 중동은 1945년 이후 ‘안정’이라는 미국의 큰 그림 하에 놓여 있었어요. 미국은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중동의 국가들을 때로는 분열시키고 때로는 위협해왔지요. 그런데 앞으로 이 지역에 행위자로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 외에 중국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과거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는 생존전략을 펼쳤는데, 앞으로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과 같은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바로 코앞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은 이를 위협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결국 중동국가들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이 모든 상황들을 중국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번 중동사태로 그러한 모든 조건들이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지요. 중국은 중동 내 외교에 대해서는 상당히 방어적이었습니다.

경제문제에만 천착하는 모양새를 보여 주었지만 결국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외교문제도 상당히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좋은 사례가 바로 동북공정일 겁니다. 중국은 한국과 처음에는 경제문제에 집중하다가 한,중관계가 뗄레야 뗄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자 동북공정을 시작하지 않았나요. 중동지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올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러한 시점이 이번 중동의 대변혁 상황으로 인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 그렇게 된다면 결국 중동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패권으로 세계질서에도 변화가 올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21세기 대변혁이라고 제가 말씀드린 중동의 변화 바람을 단순히 아랍과 이슬람에 국한에서 해석하는 것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중국도 이미 중동의 변혁운동에 영향을 받아 1차,2차,3차 재스민 시위가 기획되지 않았나요. 중국의 약점은 바로 다민족사회입니다. 100만 이상의 소수민족이 이러한 영향을 받아 움직일 때 과연 중국이 카다피처럼 막을 수 있을까요.현재로서는 통제의 여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같은 경찰국가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이러한 변혁의 바람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패권주의가 중동에 확고하게 자리  잡기 이전에 중국에도 민주화의 변혁이 일어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중국은 아직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제 시각입니다.

- 말씀하신 대로 중동에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중국의 입김이 확대된다면 북한이 여기에 편승할 것 같은데, 아랍-중국-북한 커넥션의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북한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상황으로 가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중동의 혁명 바람이 중국이나 북한에 전파되지 못하고 그들의 체제가 5년, 10년 계속된다면 중국의 우산 하에 북한이 중동의 특정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을 놓쳐서는 안 되는데, 예를 들어 시리아만 하더라도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합니다.

아랍국가들에 반미주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역사적 경험상 아랍국가들 가운데 스스로 원해서 미국과 대립하고 싶어하는 나라는 없거든요.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도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대화를 거부했죠.

시리아 역시 미국과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이 “노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문제 때문이죠. 우리 생각으로는 아랍이 반미니까 북한과 엄청 친해져서 일종의 연대가 생길 수 있지 않나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시리아나 이란, 리비아 등과 무기거래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의 제재 때문에 그들이 다른 나라에서 무기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랍사람들은 대단히 실리적인 사람들입니다. 만일 시리아와 미국이 대화를 하고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왜 시리아가 좋지도 않은 북한의 무기를 사겠어요?

아마도 우리나라 무기를 사가려 할 겁니다. 아랍세계를 무조건 반미로 보는 시각은 교정돼야 하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부정하면서도 상당히 내면화시킨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같은 정서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중동 개혁에 앞장서야”

- 결국 미국의 역할에 초점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중동사태에 미국으로서는 어떤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중동사태를 안정화시키려면 미국은 지금이라도 사우디와 같은 나라에 압력을 넣어 정치개혁을 시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소한 입헌군주제라도 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우디에서 사태가 벌어지면 앞으로 우리도 서포트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하루라도 빨리 사우디도 권위주의적 정치구조가 개혁돼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주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입니다.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변화’를 통해 완충을 시키고 개혁을 시행하게 하는 것이 지금 오바마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중동의 변화와 새로운 질서의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새로운 중동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중동에서 미국의 대폭적인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표현하자면 좀 그렇지만, 이제까지 우리의 중동정책이라는 것이 미국과 서방이 차려놓은 그들의 중동진출 정책이라는 밥상에 우리는 숟가락만 얹었다고 볼 수 있어요. 한마디로 우리 중동정책이라는 것이 건설과 플랜트 수출하는 경제적인 것 외에 아무런 것도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중동의 다양성에 대비해서 각 나라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합니다.

아랍 에미리트연방에서 했던 것과 같이 쌍무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앞으로는 정부정책에도 ‘대 중동 진출’이니 ‘대 중동 정책’이니 하는 말들이 없어지고 대신에 ‘대 이집트 전략’이니 ‘대 리비아 전략’이니 하는 맞춤형 정책들이 나와야 합니다.

인터뷰 /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 / 오진하 기자  jn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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