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석]중동발 경제 타격 만만치 않다
[경제분석]중동발 경제 타격 만만치 않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4 0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가급등으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건설·항공·해운 등 한숨만

 중동에서 불고 있는 ‘재스민 혁명’이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이 산업 각 분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물가 상승의 주요한 요인이 되면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전방위 대책 마련에 들어가면서 유가 급등이 올 경제성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리비아 수출기업 575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피해조사 설문에 따르면 응답기업 111개사 중 31.5%인 35개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기업 35개사의 수출대금 미수금은 220만 달러이며, 연간 피해 추산액이 1,870만 달러로 집계됐다. 설문에 응하지 않는 기업들을 감안했을 경우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이며 또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리비아 수출기업 미수금 1,870만 달러

피해 사유로는 바이어 교신 두절(45.7%)이 가장 많고 선적 및 하역 불가에 따른 운송 차질(31.4%), 수출대금 미수(28.6%), 수출잠정 중단(22.9%)의 순으로 나타났다.
리비아 사태 이후 기존 오더를 수출하고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15.3%, 바이어와의 연락 두절 등으로 기존 오더 수출을 중단한 기업도 9.9%로 조사됐다. 

한편 리비아 수출대금을 L/C로만 진행한 기업이 2.7%, T/T 결재가 27.0%, L/C와 T/T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 기업이 5.4%이다. 미응답 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T/T로 수출대금을 결제하고 있어 장기화될 경우 바이어가 대금 미송금으로 기업 피해가 커질 우려가 크다.

수출 기업 중 K사는 현재까지 직접 피해액은 없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중단 등으로 인해 월 70만 달러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또 음료수를 생산하는 B사는 대금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수출 화물이 리비아 미수라타(Misratah) 항에 도착했는데도 바이어가 연락 두절로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한국으로 반송해야 할지, 현지 창고에 보관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중동 거래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중동사태에 대한 우리 기업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위험관리 차원에서 현지 사업을 부분 철수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5곳 중 1곳(18.7%)에 이르렀다.
응답기업의 70.9%는‘현지 사업을 일단 유지하겠다’고 관망의사를 밝혔고, 10.4%는 오히려‘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기 위해 사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진출 기업 ‘엑소더스’가시화

향후 사태에 대해서는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64.0%는‘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고 밝혔고,‘사태가 장기화되고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7.4%에 이르렀다.‘주변국의 도움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안정될 것’이란 응답은 28.6%에 불과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중동지역은 해외건설의 66%를 담당하고 전체 원유의 82%를 수입하는 지역으로 섣불리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며 “정부가 나서서 공사대금 수령대책과 피해보상 대책을 강구해 중동지역의 기업 엑소더스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동 지역에 진출해 있는 A건설사는 “오랫동안 중동에서 사업을 진행한 만큼 사업의 전면 철수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중동 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아직까지 뚜렷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사태가 악화돼 피해가 발생한다면 사진 촬영 등을 통해 파손 현황을 꼼꼼히 기록하고 현장을 잘 보존해 추후에 최대한 보상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동과 거래하는 무역업체 B사도“현지에서 통관이 지연되고 신용장 신규 개설도 어려워 수출품의 신규 선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입찰마저 지연되고 있어 당분간 사업이 20~30%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 대상 기업들은 가장 많은 수익이 기대되는 대중동 투자처로 UAE(26.4%)를 꼽았고 다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24.7%), 이란(10.1%), 쿠웨이트(7.2%), 카타르(6.6%), 이라크(4.7%) 등의 순이었다.

 

건설업계 “중동 특수 사라지나”고심

건설업계는 중동 특수의 꿈이 사라질까 고민이 크다. 이집트와 리비아가 한국업체의 중동시장 비율은 낮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확산될 경우 그동안 누려왔던 ‘건설 코리아’의 꿈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 중동 건설을 바탕으로 한‘특수’가 사라져 한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업체가 리비아에 첫 진출한 것은 1977년 삼성건설이다. 이후 대우건설이 1978년 가라니우스의대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도로, 병원, 발전소 플랜트 등 리비아 공공시설의 대부분을 맡았다. 1980년대 한국 기업들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리비아 경제 제재로 교류를 단절한 틈을 타 대규모 플랜트 공사와 함께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의 수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1983년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양국 관계의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동아건설의 대수로로 인해 사막국가인 리비아의 대부분 도시가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면서 두 나라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 덕분에 대우자동차도 1997년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리비아 내에서 50% 수준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게 됐으며 리비아 국민들에게는‘코리아’보다는 ‘셰리카 대우(대우 회사)’라는 표현이 더 친숙해졌다.
특히 2004년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한 뒤 2006년 경제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정부 차원의 경제교류를 크게 확대해 왔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리비아로부터 올린 무역흑자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5년 3억6,500만 달러였던 대리비아 수출액은 지난해에는 14억1,100만 달러로 늘어 무역흑자액도 같은 기간 3억6,000만 달러에서 12억4,000만 달러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유엔과 미국의 움직임도 한국 기업들엔 부담이다. 원유와 가스 관련 장비 수출입금지, 항공기 운항 중단 등 경제 제재를 재개하면 국내 수출기업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카다피 일가의 해외자산 동결로 리비아와의 수출대금 거래처가 원활하지 않다.

항공-해운업계에 ‘직격탄’

 
이집트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리비아 등으로 번지면서 두바이 유가가 급등,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과 해운업계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1달러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연평균 약 347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연평균 약 19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원가 절감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로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운영 중인 연료절감 활동조직을 더욱 활성화하고 유가가 쌀 때 항공유를 미리 사두는‘항공유 헤징’을 추가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기내 카트나 중량물 무게를 줄이고 예비연료도 최적의 양만 탑재하는 등 원가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소속 얼라이언스인 ‘스타얼라이언스’와 항공유 공동구매 분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항공업계는 일단 유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며 당분간 당초 세운 예상 유가를 상향 조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배럴 당 유가를 84~85달러(WTI) 기준으로 잡은 바 있다.

해운업계도 선박 운항에 있어 연료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외항해운업계의 지난 2009년 매출원가를 보면 운항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7.5%로 5조5,05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절대금액 기준 연료비는 최근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5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009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선사들도 연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로별 최단 항로를 설정하고, 최적의 속력으로 운항을 유도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오르게 되면 선사들은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거나 운임을 상향조정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자재, 수출입화물 등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화·정유업계 원가상승 부담

화학업계의 경우 원유 자체가 원료임에 따라 원유가 상승이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두바이유 급등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 국내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기름 값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정유업계는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등유가격을 회사별로 리터당 50~60원 가량 내렸지만 국제 제품가격이 상승하면 제품값을 올려야 되기 때문에 정유사만의 인하 조치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국제유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유사의 가격 인하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원가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두바이유 급등으로 나프타 가격도 지난 2월 22일 101.02달러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의 직접적인 원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은 제품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공급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는 시장이 아닌 만큼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됨에 따라 당장 원가분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제품 가격 상승이 오히려 시장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 분야에서 국제유가는 원자재와 물류비 측면에서 소폭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의 경우 유가 상승이 ABS와 PE, PP 등 외장용 범용 플라스틱, PC(폴리카보네이트)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전체 제품 원가에서 외장 금형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만큼 원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자 관련 기업들의 판단이다.

물류비 측면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부피가 많이 나가는 생활가전은 대부분 각 지역별로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고,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들은 일부 프리미엄 품목에만 국한돼 원가 부담은 크지 않다. 3D TV나 스마트폰 프리미엄 제품들은 부피 대비 제품 단가가 높은 만큼 물류비가 다소 오른다 해도 원가에 적용되는 수준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항공으로 수송되는 반도체나 대규모 물량이 수송되는 LCD 등 부품 분야의 경우 항공사와 선사 측에서 운임 인상을 단행할 경우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내세운 올해 5% 경제성장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는 최근 유가 전망치를 올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0%가량 인상 요인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도 3% 초반에서 3% 후반으로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5% 내외 성장을 전망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이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160억 달러인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보통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을 0.2%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20억 달러 감소시켜 전망치를 내놓는다.

        경제지표 흔들, 경상수지 타격
 
여기에다 원자재, 곡물가 등 해외에서 발생한 추가 불안 요인에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 등까지 감안하면 성장률이 유가 영향 이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물경제에선 벌써 유가 급등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5%나 폭등했다. 이는 1월의 4.1%보다도 0.4%포인트나 높은 수치이자 세계금융위기로 물가가 최악으로 폭등했던 2008년 12월의 4.5% 이후 2년 2개월만에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이는 중동사태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폭등하고 있어 3월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우려돼 물가대란이 전방위로 한국경제를 강타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5% 상승하고 전월 대비로는 0.7%가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사상 최고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2월 2.7% 이후 8월까지 2%대를 유지하다가 그 해 9월 3.6%, 10월 4.1%, 11월 3.3%, 12월 3.5%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1월 4.1%를 기록해 4%를 뛰어넘은 데 이어 2월에는 4.5%까지 오르기에 이르렀다.

물가 폭등 주범은 국제유가로 분석됐다. 중동사태 여파로 석유류는 12.8%나 치솟았다. 등유(19.3%), 경유(14.6%), 휘발유(11.1%)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문제는 3월 이후 상황이 더 아찔하다는 데 있다. 국제유가는 연일 급등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한국경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해 물가 불안을 이중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유가 급등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유가 수준별 경제영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원자재와 관련, 조달청은 비축목표량 차등화에 나섰다. 특히 시장은 유류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넘어 폭등하던 2008년 3~12월 유류세 10% 인하를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10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업계의 인하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원유에 매기는 관세(3%)의 인하 여부도 주목된다.

한상오 기자  hanso11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