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국]중동혁명, 급진 이슬람 부활의 길 여나?
[오늘의 미국]중동혁명, 급진 이슬람 부활의 길 여나?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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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혁명 이후 급진 이슬람정권의 출범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백악관이 최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 종식 후 최대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이슬람급진세력 ‘무슬림형제단’이 알 카에다와 이념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등을 연구하며 중동사태 후 급진적 이슬람세력의 부상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를 거쳐 현재 리비아, 예멘, 바레인 등 아랍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동 시위에는 아직까지 이슬람으로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이슬람 혁명의 성격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알 카에다가 그동안 이단자이며 서구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하며 젊은 무슬림들을 선동했던 아랍 독재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풀이가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중동 시위가 진행된 지금까지 최근 몇 주는 알 카에다에게는 최악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젊은 무슬림들이 그들의 울분을 표현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테러 이외에 평화적 시위라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가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1일 예멘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멘토인 이슬람성직자 압둘 지다니가 시위를 통해 ‘예멘에 이슬람 국가가 오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칫 이 시위가 급진 이슬람 혁명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0년대 말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빈 라덴 팀장을 했던 마이클 슈너는 “미국인들은 이번 시위에서 세속적이고 영어를 말하는 서구화된 시위자들만 집중했다”며 “수천명의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집트 감옥에서 풀려났고 알 카에다의 적인 무바라크가 없어져 이슬람급진주의의 재부활이 가능해진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 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 소속으로 활동하던 리비아 혹은 튀니지 출신 사람들이 이번 시위를 보며 자기들의 집으로 돌아가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급진 이슬람 세력이 민주적 시스템을 이용해 오히려 권력을 장악한 경우가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대표적인 예다. 두 단체 모두 반미성향으로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부인하고 폭력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하마스는 2006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창했던 ‘중동민주화’에 힘입어 팔레스타인 선거에 참여했고 승리한 후 지금까지 권력을 잡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 당장은 세속적이며 친서방적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나중에 급진이슬람세력에 권력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이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에서 급진 이슬람 세력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국가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슬람급진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탈레반과 이란의 호메이니처럼 민주화가 사라지고 지금의 독재자들보다 더 무서운 독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 국가가 이슬람이면서 민주화를 이루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랍세계에서 친미적인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튀니지 벤 알리가 국민들의 시위로 물러났고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에서 시위가 일어나면서 아랍세계를 바라보는 미 행정부의 생각은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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