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럽, 이슬람문화 확산 우려
[해외]유럽, 이슬람문화 확산 우려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4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독일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

유럽 지도자들이 유럽에서 커가는 이슬람 사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실패’ 선언.

다문화주의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인종, 문화적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류사회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샐러드 보울’(Salad Bowl)이라고도 불리는데 샐러드 접시 위의 야채와 과일들이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섞이지 않은 채 함께 놓여 있는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젊은 무슬림들의 폭동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사진:AP

유럽을 대표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국가 수장들은 최근 이 다문화주의 이민정책이 실패했다고 잇따라 선언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내 대답은 분명하다.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며 “우리는 차이점을 존중한다. 하지만 커뮤니티들이 공존만 하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왔으면 다른 커뮤니티에 섞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랑스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문화주의 방치 자생적 테러리스트 나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5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영국은 그동안 서구적 가치를 거부하는 민족적 혹은 종교적 소수 집단에 대해 ‘불접촉 관용’정책을 써왔지만 이런 정책은 실패했다”며 “지금은 과거 실패한 정책의 페이지를 뒤로 넘길 때”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10월 16일 독일 기민당 한 집회에서 “(이민자 정착과 관련) 우리가 단순히 같이 살면서 서로 행복하면 된다는 식의 다문화적 접근을 취해왔지만 이것은 실패했다.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들 3개국 정상이 말하는 이민자들은 각국에서 커가는 무슬림들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내 무슬림 시민들이 같이 살고 그들의 종교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프랑스식 이슬람이어야지 프랑스 내 이슬람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다문화주의 실패의 대상이 자국 내 무슬림임을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10월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다문화주의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연설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내 무슬림 청년들을 중심으로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된 데는 이들에게 영국 가치들을 심어주지 않고 방치한 다문화주의 때문이라고 언급, 자국 내 무슬림이 다문화주의 실패의 대상을 분명히 했다.

메르켈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1960년대 초 ‘게스트 워커’(guest worker)로 독일에 온 터키인을 두고 “그들은 머물지 않고 언제가 터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이들이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고립돼 온 점을 문제삼았다.

현재 프랑스에는 600만명, 독일 400만명, 영국 250만명의 무슬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유럽 주류사회에 통합되지 않고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며 고립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터키인들이 독일어를 배우거나 독일문화를 익히지 않고 독일에 있는 터키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들에게 액센트 없이 독일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라고 독려할 정도.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터키와 독일 대표팀 간 축구경기에서 독일 내 터키인들은 터키계 3세인 슈퍼스타 메수트 오에질이 독일 대표팀으로 뛰자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이 경기를 관람한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은 22세의 오에질을 독일사회에 잘 통합한 성공 케이스로 소개하며 그의 부모의 모국인 터키 대신 독일을 위해 뛰는 것을 지지한다고 독일 내 터키인들이 독일인으로 자리잡으라고 당부했다.
유럽에서 커가는 무슬림 사회가 유럽 주류사회의 전통 가치와 부딪히고 안보의 위협으로 부상하자 유럽 주류사회의 반발은 커갔다.   

지난해 9월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전통 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못하도록 금지시켰고 2009년 11월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로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 새로운 첨탑을 세우는 것을 금지했다. 특히, 영국 런던에서 2007년 7월 7일 5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폭탄테러가 4명의 영국 태생 무슬림들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진 후 유럽 내 무슬림들에 대한 주류 유럽인들의 시각은 더 곱지 않았다.

프랑스의 보수 지도자인 마리엔 르펜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모스크 밖 길거리에서 기도하는 무슬림들을 나치의 점령으로 비유했고 틸로 사라진 독일 중앙은행 이사는 무슬림 이민자들로 독일사회의 지능지수가 떨어졌다는 내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으로 사라진 이사는 직위 해제되었지만 그 책은 독일인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유럽 주류사회의 이런 반응과 차별로 유럽 내 무슬림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프랑스에서 무슬림 이민 2세 젊은이들의 폭동이다. 당시 무슬림 이민자 청소년 2명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 사고로 숨진 뒤 인종차별과 만성적 실업 등으로 폭동이 일어났고 두 달 가량 300여채의 건물과 1만여대의 차량이 불타는 등 혼란이 지속됐다. 

프랑스 이민자 대상 적응 프로그램 강화

유럽 지도자들은 다문화주의에 위배될 것을 우려해 그동안 무슬림 이민사회에 어떤 주문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우리는 백인이 인종차별적 견해를 말하면 바로 비난하지만 백인이 아닌 사람이 수용할 수 없는 견해 혹은 행동을 하면 솔직히 두려워 지적을 못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실 우리는 새로 이민온 사람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데 너무 신경썼다. 반면, 이들을 받아들인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이랬던 유럽 지도자들이 이제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무슬림 이민사회가 유럽사회에 적극 통합되는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슬림 이민사회에 자기 문화만 고수하며 고립돼 있지 말고 유럽 주류사회를 배우고 적극 통합하라며 할 말을 하겠다는 의지다.
캐머런 총리는 “그동안은 당신들이 법을 지키는 한 우리는 당신들을 혼자 내버려두는 수동적인 관용정책을 펼쳤다. 그것은 가치중립적인 것”이라며 “하지만 진정한 자유국가는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이제는 믿고 있는 가치들을 적극 소개하고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와 주류사회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정부는 미국처럼 이민자가 시민권을 취득했을 때 선서하는 행사를 도입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민자들이 의무적으로 프랑스어를 배우는 과정을 강화하고 여성의 권리, 프랑스의 역사 등 ‘프랑스의 가치(value)’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프랑스 가치를 충분히 이해했으며 이를 지키겠다는 서명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문제는 유럽 내 무슬림 이민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무슬림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은 이슬람과 전쟁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민자들의 진정한 통합은 이민자들이 주류사회를 배우겠다는 노력과 더불어 주류사회 사람들이 팔을 벌리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슬림 이민자들을 유럽 사회보장의 부담이고 유럽의 기독교 가치를 훼손하는 자들로 보는 경향이 강한 유럽 주류사회 사람들이 이들을 자신의 일부로 보고 얼마나 잘 수용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