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어른’ 진중권 씨 이야기
‘초딩어른’ 진중권 씨 이야기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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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의 문화공감

 
얼마 전 개그맨 이혁재 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일련의 사건으로 1년 동안 연예활동을 못하고 있으며 주변의 비난 때문에 아내가 휴직하고 아이들은 전학을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속내를 드러냈건만 인터뷰 이후 네티즌들이 더욱 냉담해졌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사건을 호도하고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요즘 중요한 잣대가 네티즌들이다. 대중의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으면 언론사도 움직이지 않는다. 네티즌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사이버 세상이 중요해지면서, 그 공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혁재 씨 인터뷰 기사에서 아들 친구가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친구는 이혁재 씨 면전에서 “아저씨 나쁜 놈이라면서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라고 했단다. 어른이 ‘나쁜 놈’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아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친구 아빠 면전에서 용감한(?) 질문을 하지 않았겠지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는 나이니 어쩌겠는가.

방학이 가까워오면 네티즌들은 “곧 골치아픈 초딩들이 몰려온다”며 경계를 한다. 어른들 사이에 끼어 댓글놀이를 하는 초딩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아저씨 나쁜 놈?”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너무나 뻔한 걸 이해 못해 엉뚱한 답글을 남기는 일이다. 그런데 고발당한 악플러들을 조사해보면 멀쩡한 성인인 경우도 허다하다. 막나가는 초딩으로 위장하고 글을 남겼다가 덜미를 잡힌 케이스이다.

사이버상에서 자신을 감추고 막말하는 건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지만 이름표를 달고  “아저씨 나쁜 놈?” 수준의 글을 쓰는 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얼마 전 트위터에 <조용기 목사 ‘일본 지진은 우상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 길자연 목사 ‘한반도 반만년 역사는 우상숭배의 역사’. 이런 정신병자들이 목사질을 하고 자빠졌으니…><더 큰 문제는 저런 헛소리를 듣고 아멘, 할렐루야 외치는 골빈 신도들… 저런 건 종교가 아니라 집단 히스테리죠. 치료를 요하는 정신의 질병입니다>라는 글을 쓴 진중권 씨로 인해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표현은 초딩 수준이지만 속으로 적시타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일본을 돕자는 국민적 운동이 벌어진 시점에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인물을 딱 집어 거론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안티기독교 세력의 막말이 창궐하는 사이버 세상에 진중권 씨가 몇 개의 글을 더 올리자 많은 네티즌들이 지지(?)를 했지만 “진중권은 진중하기를 권합니다. 세상에서 젤 나쁜 놈은 위아래 몰라보는 놈입니다. 호로자식”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을 하면 ‘정신병자, 자빠졌다. 헛소리, 골빈’같은 단어를 넣어 공격할 거냐” “언제부터 목사님들 말을 열심히 들었냐”는 의견도 많았다.

어쨌든 진중권 씨의 글을 인터넷 매체가 충실하게 받아쓰기 하면서 조용기 목사가 공격을 당했고, 이어서 조 목사를 인터뷰한 뉴스미션은 “인터뷰 주제인 ‘한국교회의 갱신’에 집중하기 위해 본지가 일본 지진 관련 발언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편집함으로써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점을 사과드린다”는 기사와 함께 조 목사의 발언 전문을 실었다.

얼마 전 SBS가 새롭게 입수했다며 고 장자연 씨의 편지내용을 보도하자 며칠 동안 그와 관련한 뉴스가 넘쳐났다. 얼마 안가 편지는 가짜로 밝혀졌고, SBS는 사과 방송을 했다. 사람들은 “언론을 못 믿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가 나오면 열심히 활용한다.

진중권 씨도 타이밍에 딱 맞게 먹잇감이 나오자 ‘초딩 어법’을 빌려 두 목사는 물론 기독교계 전체를 공격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목사질하고 자빠졌다, 골빈 신도들, 저런 건 종교가 아니라 집단 히스테리, 치료를 요하는 정신의 질병’이라는 표현을 보고 진중권 씨가 공격이 아닌 자해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하긴 2004년 ‘자살세를 걷자’던 그의 발언을 떠올리면 이번 사태는 연필 깎다가 손가락을 약간 벤 것에 불과한 수준이다. 당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이 잇따른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진중권 씨는 “딴 얘기는 다 필요없거든요.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웃음) 그걸 민주열사인양 정권의 책임인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잖아요.(웃음)”(중략)라고 답했다.

 

진 씨가 노무현 대통령 자살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하면서 자살세 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고 진 씨는 결국 “그 분들의 죽음을 부당한 정치적 탄압의 결과인 양 묘사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가 역겨워서 독설을 퍼붓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것 같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고, 아프게 반성합니다"라고 했다. 스스로 정한 반성의 기간이 다 끝났는지 진중권 씨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또다시 넘고 있다.

기독교 지도층 목사들의 발언을 공격하려면 그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한 집단 전체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은 막말을 해서라도 주목받고 싶은 졸갑증이라고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 안티운동을 이끌면서 타인을 조롱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온 생래적 한계에 따른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대학교와 대학원, 유학을 마치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다 돼서도 친구 아버지에게 “아저씨 나쁜놈이라면서요?”라고 질문하는 수준을 못 벗어나는 건 비극이다. ‘아저씨가 과연 나쁜 놈일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보도과정에서 과장된 점은 없을까’ 등을 따져보고 결국 나쁜 놈이라고 판단되더라도 정제된 표현을 쓸 수 있어야 긴 세월 교육을 책임져온 부모와 사회가 보람 있지 않겠는가.

격동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지식은 퍼 담아도 지혜와 교양까지 습득하기 힘들었던 우리 사회 일각의 특수한 환경을 탓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앞으로는 사각지대 없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그래서 오십이 다 돼 “아저씨 나쁜 놈이라면서요?”라는 초딩 수준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주목받는 나라는 되지 않아야 한다.

본지 편집위원·소설가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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