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통일 이후 대비 북한인권 침해 사례 데이터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통일 이후 대비 북한인권 침해 사례 데이터화'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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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엔케이-미래한국 공동기획 미래한국-세이브엔케이 공동기획 / 통일 단체를 가다①

 

지난 3월 4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지난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 또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는 이러한 논의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북한인권 문제에 본격적 관심을 두고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온 곳이다. 북악산을 마주하는 광화문 인근의 조용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NKDB 사무실 외관은 분주하게 오고가는 내부 연구원들의 모습과 대비를 이뤄 인상적이었다. 문을 두드리자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2년간의 연구를 마치고 귀국한 윤여상 소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 NKDB는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취지로 설립됐는지요. 

“2003년 5월 설립돼 2004년 3월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피해 사례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북한정권이 급작스럽게 붕괴되면 관련된 자료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것이죠. 가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치나 피해자 구제가 진행돼야 하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저희 NKDB센터에서는 이때를 대비해 미리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설립 취지였습니다. 사실상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저희들이 대신 해 주고 있는 셈이지요.”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인권 피해라는 것이 복합적인 것이라 저희도 특성에 맡게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소셜리서치센터, 북한생활경험자 정착지원본부(상담실)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는 1차적인 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전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원에서도 일부 진행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탈북 난민, 피해자들에 대해 가능한 북한인권 피해 사례에 대한 증언을 최대한 수집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할 일을 8년 동안 민간 차원에서 수행

소셜리서치센터에서는 탈북민, 탈북 국군포로, 이산가족 등 북한에서 인권 피해를 당한 분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합니다. 탈북 국군포로의 경우 정부의 지원도 미비하기 때문에 인권 피해를 당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정신적·신체적 피해에 대하여 오히려 소외된 점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 상담사를 두고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NKDB에서는 북한인권백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두께도 상당했다. 2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자에는 탈북민들의 증언 뿐만 아니라 각종 도표와 그림까지 상세하게 실려 있었다. 

-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행하고 계신데요,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지요.

“저희 NKDB에서는 다양한 인권 피해 사례를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200개 항목으로 나눠 전체조사를 진행합니다.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2만2,000건의 사건을 정립하여 기록했고 관계된 인물만하더라도 1만3,000명이 넘습니다. 피해사례도 정교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권이 2,250건이면 직결처형, 공개처형 등 세부적으로 사건이 분류돼 있습니다. 조사방법은 자필 수기, 책,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 연구 자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지요?

“신뢰 수준에 대해서는 간혹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크로스 체크하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기 때문에 신뢰 수준은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키고 있으므로 공정성도 지니고 있고요.”

미국에서 매년 11월 국제 세미나 개최

- 국제기구나 단체와의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국제교류를 위해 미국에서 매년 11월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북한인권백서를 영문판으로도 출판하고 있습니다. 공동작업도 이루어지고요. 세미나를 개최하면 오히려 외국인들이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더 보입니다. 자료를 요청할 경우 데이터에 있는 개인 인터뷰 부분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연구 자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터뷰나 개인의 신상정보가 들어 있는 자료는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선별적으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내부에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울텐데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요.

 

“거의 자원봉사적인 수준입니다. 미국에서 연구프로젝트를 지원받거나, 국내에서는 학술진흥재단이나 정부의 연구 용역비를 지급받기는 하지만, 아주 낙후된 상황입니다. 회원수도 많은 편은 아니어서 쉽지 않습니다. 대단히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산, 규모, 진행 등에 있어 여전히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화제를 바꿔서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윤여상 소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현재 정부에서 법무부, 통일부,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관련 사업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미 저희들이 2003년부터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놓은 상태인데, 정부 쪽에서 북한인권 데이터 관련 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국가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결론을 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데, 현재는 중복적으로 여러 기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 현 정부에서의 지원은 어떻습니까.

“정부에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었으나 남북관계 문제로 할 수 없게 됐고 대신 직접 저희가 설립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방부와 통일부 위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하기는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 정부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 정부보다는 환경이 좀 더 어렵긴 합니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고요.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인권환경팀이라는 직제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러한 것이 전무한 상태에서 운영하려니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 운영하는 데 있어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저희는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고, 수집한다는 기능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가 추후에 필요에 따라 제공하고 근거자료로서 활용되길 바랍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면서 정권 교체에 따라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싶습니다. 민관 협동 형태로 정부의 위탁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운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북한인권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정치적인 행위가 될 수 있지만, 저희는 정치적인 액션을 전혀 취하지 않는 중립적 단체로 입장을 고수하고자 합니다.”

- 인권위원회나 정부기관과의 협업이 가능할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 측과는 논의된 바는 없습니다.”

- 통일 이전의 동서독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독일은 통일 후 형사처벌이나 피해자 구제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독일은 법무부 한 곳에서 각 정부부처의 자료를 취합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이러한 자료가 형사처벌로 사용될지 피해자 구제로 사용될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찌됐든 자료 그 자체를 수집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은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기본 자료를 수집해두고, 각 부서 기관에서 필요에 따라 우리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모로 평탄하지 않은 길로 들어선 윤여상 소장의 개인적인 동기가 듣고 싶어졌다.

“원래 소수 마이너리티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소수자, 약자에 관심을 가지고 빨치산, 북한사람에 대해 특히 탈북민, 납북자, 이산가족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자 했습니다. 북한과 같이 폐쇄된 국가에서 발생한 인권 피해 사례는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사회적 약자 문제에 관심, 북한 과거사 청산 대비

- 이런 비주류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텐데요.

“마이너리티를 연구하면서, 생활도 마이너리티가 됐습니다(웃음). 그동안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재정적으로 부분이 힘든 점이 많았고요.”

- NKDB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과거사 청산을 어떤 식으로 어떤 근거를 두고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매주 아카데미를 개최하면서 토론도 진행하고 매년 미국에서 관련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통일 이후, 북한의 과거사 청산이 매끄럽게 이루어져야 남북한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자료를 모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일 이후까지 바라보고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자료를 모아서 제시하고 북한의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 그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가장 정치적인 작업이지만 가장 객관적인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향후 NKDB의 계획에 대하여 묻자 “곧 북한인권 사건리포트를 국내외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라고 답했다.    

석주희 객원기자  juhee.su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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