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중산층’ 이란 없다
대한민국에 ‘중산층’ 이란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5.0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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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상위 20%를 꿈꾸는 60% 국민에게 서민복지 타령은 관심 밖

   

경제는 성장하는데도 중산층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에는‘중산층을 두텁게’라는 구호가 있고, 4·27보선에서 분당을에 출마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느닷없이‘중산층 재건'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구호일 뿐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서민’이다. 너도나도 서민을 자처하거나 서민을 위한 정당, 정치인을 자임한다.
어느새 서민은 선(善)이며 다수(多數)고 피지배계급이며, 중산층은 차선(次善)이고 소수(少數)며 지배계급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주역이던 중산층은 이제 ‘낭만'이 된 것인가.

 지난 10년간 좌파적 경제정책은 중산층을 빠르게 감소시켰다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중산층은 누구인가

과연 우리 사회에 중산층이라는 실체는 존재하는가. 누가 이 나라의 중산층일까. 경제학에서도 중산층에 대한 정의나 이론 모델은 없다. ‘중산층을 두텁게’하고 ‘중산층을 재건’하려면 그 실체가 있어야 할 텐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 중산층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

관행적으로 중산층이란 국민 소득을 다섯 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20%를 1분위로, 상위 20%를 5분위로 할 때 3분위에 속하는 그룹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통계청은 전체 소득 분포에서 가장 중간에 있는 중위소득을 100%로 놓고 50∼150%에 포함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잡는다.

이 계층의 2009년 연평균 소득은 2844만원이다. 한 달에 약 23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득계층이 전혀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월수입 536만원, 금융자산은 3억9000만원, 부동산은 6억6000만원, 자동차는 2300cc 이상 돼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부류면 상류계층인 소득 5분위와 4분위의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귀속감도 1996년에는 41%에서 10년만인 2007년에는 28%로 줄었다.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이런 국민들에게‘중산층 재건’과 같은 이야기는‘꽃등심 먹고 싶다는데 삼겹살로 때우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결론은 ‘대한민국에 이제 중산층은 없다’라는 거다.

3000만원대의 자동차를 굴리며 6억원대의 아파트에 살고 4억원 가량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며 한 달 500만원이 넘는 수입을 누리고 싶은‘대한민국의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또 재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지로 가능할까? 사회민주주의로 가능할까?

 잠재성장율과 실업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자료/ LG경제연구원

‘꽃등심’을 꿈꾸는 사회     

“독일의 라인강 기적을 가져온 것은 분배를 중시하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히틀러가 망한 194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의 자유시장경제였지요.

이 시기는 독일의 역사에서 경제자유가 가장 잘 보호되던 시기였습니다. 거의 모든 부문을 자유와 경쟁의 원리에 따라 조직하는 시기였는데 기업부문은 물론 노동부문과 심지어 교육부문까지도 그랬습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의 이야기다. 실제로 독일의 1970년대 말 1인당 명목 GDP는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2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를 당시 구매력으로 평가해 보면 약 5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었다. 2009년 3만9,442달러의 1인당 GDP는 복지정책이 아닌 70년대까지 일궈낸 독일 자유주의의 힘이었다.

국내 좌파가 앙모해 마지않는 스웨덴 경제를 세계 수준의 번영으로 이끈 것도 1870년대부터 거의 100년간 지속적으로 가꾸어온 자유시장경제라고 민 교수는 주장한다. 민 교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스웨덴은 자유시장경제로 1950~60년대만 해도 5% 이상의 년 평균 경제성장을 구가했어요. 실업은 3%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1970년대 이후에 발생합니다. 성장은 급격히 추락해 20년 가까이 년 평균 1% 내외였어요. 1990년 중반에는 결국 경제위기에 빠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결국 상류층으로 편입되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중산층을 위해서는 유럽형 복지가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느는 자유경제외에 답은 없다는 이야기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로, 5만 달러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좌파정부의 경제정책은 이 성장의 발목에 족쇄를 채움으로써 세계 경제가 좋았을 때도 우리 경제의 잠재경제 성장률이 훼손되는 불행한 사태를 만들었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성장잠재력을 적어도 5%대로 올리는 작업입니다. 지금까지는 노동·자본 투입량을 늘려 성장을 꾀했지만 그 공식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거죠. 저출산ㆍ고령화 탓에 노동량이 줄고 있고 1990년대 10% 전후를 기록했던 고정자본투자 증가율도 1% 수준으로 감소한 형편인데 여기에 복지문제까지 추가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의 진단이다.

유럽형 복지모델 vs  자유주의 시장경제 모델

실제로 경제성장에 있어서는 GDP성장률보다 잠재성장률이 더욱 중요하다. 생산성의 주요 지표로 인식되는 잠재성장률이 적으면 아무리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
실업과 잠재성장률의 관계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90년대 초반만해도 10%대에 달했으나 지난 10년간 좌파정부의 반기업, 반시장적 정책으로 잠재성장률은 3%대로 추락했다.

결국 생산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고용도 복지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경제와 시장주의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은 완고하다.

“ 북(한)쪽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경제부문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시장경제체제의 내부 모순의 표출이라 주장하고 사회주의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우월(優越)하는 대안은 없어요.”

지난 2009년 ‘경제개발의 길목에서’라는 회고록을 출간한 남덕우 전 총리의 이야기다. 남 전 총리는“현재의 복지제도 역시 좌파가 아닌 경제성장을 이끈 자유 보수주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1880년대에 공적 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확립한 것은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였고 1991년에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실업보험제도를 정비한 것은 영국의 처칠이었으며 1930년대에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해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출한 것은 루스벨트였지요.” 남덕우 전 총리는 확고했다.

  노무현정부시절 경제성장율이 증가했음에도 일자리는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좌파진영에서 이를 문제삼은 적은 없었다.

정부에 일자리 창출하라는 ‘코미디언’들 

중산층 문제와 관련해서 좌파진영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는 한편의 코미디 같은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일자리를 정부가 창출한다면 그건 공무원을 뽑는 것이고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과 노조 간의 이해관계다.

좌파단체는 비정규직 문제를 왜 노조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것인가? 어느 기업 노조든 노사협상에서 사측에 비정규직을 철폐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고용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투자로 일어나는 파생수요입니다. 일자리는 기득권이나 일할 권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지요. 소비와 생산이 일자리를 만드는데 정부의 공공지출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 실장의 이야기다.

최 실장은 최근 청년실업문제에 대해서도 선진화된 노사문화가 없이는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청년실업의 어려운 문제는 기업들이 현재의 경직된 노사문화로 인해 신규 고용창출을 극도로 꺼려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려면 지금보다 기업이 투자하고자 하는 영역에 적절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더 유연한 고용구조가 정착돼야 합니다.”역시 최 실장의 분석이다.

최근 대졸자 300만 명이 비경제활동인구, 속칭 ‘백수’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는 이대로라면 우리 미래가 밝지 않다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실업은 그만큼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년실업이 민주노동당과 좌파로서는‘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좋은 호재일 지는 모르겠으나 미래 한국을 걱정하는 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작용한다. 이 젊은 인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한다면 88만원세대라는 ‘워킹푸어’는 그만큼 사회의 불안정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비정규직의 문제가 우리 기업의 특수한 조직문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어 주목을 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과하고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중산층은 집값이 오르기를 바랄까? 아니면 하락하기를 바랄까?

미국의 생산성이 높은 이유

“미국의 경우 은행창구 직원이나 편의점 카운터들의 자질이나 능력이 한국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이유는 현장에서 능력 있는 직원들은 바로바로 승진해서 재배치되고 그러한 자리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남기 때문이죠. 반면에 우리 기업조직에는 그런 문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생산성과 인적자원관리를 연구하는 장용성 미 로체스터 대학 교수의 진단이다. 장 교수는“미국의 생산성이 우리보다 높은 이유는 부가가치가 낮은 곳에 덜 똑똑한 사람을 배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학연, 지연보다 능력에 따른 잡커리어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기업이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서민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중위소득자가 늘게 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6%대를 기록하면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63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해 중산층 소득에 편입하는 인구가 늘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도 월평균 312만9000원으로 2.8% 늘어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성장이 소득 5분위에 속하는 상류층보다 2분위 이하 저소득 계층에서 훨씬 많은 소득구조 개선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19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 2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39만9000원으로 8.8% 증가했다.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4분위,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이보다 떨어지는 4~5%대였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저소득층이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불만이 지난해에도 높았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답은 소득이 늘어도 원하는 데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작기 때문이다.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사교육비와 가계부채 이자지급 등에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소득분위로 쳐서 이미 상위 20%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중산층에게 서민복지는 바라는 이상(理想)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6억원대의 아파트와 월 5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가지고 싶어하는 약 60%의 중위소득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제2의 경제도약’이라는 비전이고 실제로 과거처럼 7%대의 성장을 구가하는 길밖에 없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시장의 힘

그러려면 우리 경제에 만연한 반시장, 반기업정서를 털어내야 한다. 정답은 경제성장을 견인할 대기업의 투자 활로를 열어주는 길이다. 유통과 서비스, 관광, 의료분야의 내수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대기업이 쌓아놓고 있는 유보금을 투자로 연결시켜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그렇게 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정치세력과 관료들은 기업들을 옭죄어 자기 뜻대로 통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사석에서 “삼성, 현대가 어떻게 컸는가”라고 반문하면서,“모두 다 정부에서 관치로 키운 것 아니냐. 자기들이 잘나서 혼자 컸다고 보느냐”고 자답했다.

묻고 싶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잘나고 능력 있으면 왜 제2의 삼성, 제2의 현대는 만들 생각은 못하는가?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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