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법체류자 문제 심상찮다
미국 불법체류자 문제 심상찮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5.10 0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미국


이번에는 조지아주에서다. 지난 4월 14일(미국시각)  조지아주의회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이 법안은 지방경찰들에게 불법체류자 단속권을 부여하고, 고용주들은 종업원 채용 시 합법 체류신분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불법체류자를 은닉하거나 교통편을 제공할 경우 징역형으로 처벌을 받는 등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1년 전 애리조나주에서 채택돼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불법체류자 단속법과 유사한 내용이다. 

이 법안이 채택되자 불법체류자들이 있는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 조지아 애틀란 지역의 다양한 이민 커뮤니티는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경찰이 불법체류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이 자행될 수 있고 불법체류자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히스패닉들이 다른 주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저임금 노동력 부족이 발생, 지역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지난해 이민옹호단체들이 애리조나 보이콧 운동을 벌여 애리조나에 경제적 피해를 입혔던 일이 조지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지아 애틀란타에서 지난 3월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특히, 이 법안에 따르면 교회가 불법체류자 교인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일부 한인이민교회들은 신분을 떠나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구제를 베푸는 것이 교회의 본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지사 서명으로 법이 발효되면 애리조나주법처럼 이 법의 실행 중지를 위해 법원에 소송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애리조나주법은 지방경찰이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등 일부 핵심조항이 법원의 집행 정지 판결을 받은 상태다.

불법체류자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움직임은 지난해 애리조나 불법체류자 단속법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알라바마 상하원에서는 불법체류자인 줄 알면서 임대해주는 것을 범죄로 정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도 불법체류자를 병원이나 교회로 데려가는 것을 불법으로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조지아에서는 이번 법안 외에 불법체류자가 조지아 35개 공립대에 진학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지아에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법을 추진하는 이유 중 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는 경제적인 이유다.
‘수백만명의 조지아 시민들이 불법체류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 ‘조지아 시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놀고 있는데 불법체류자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간다’, ‘조지아 시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불법체류자들의 불법체류를 보조하고 싶지 않다’

법을 어긴 이 사람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이들의 자녀들이 공립학교를 다니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 비용을 미국시민이 부담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조지아는 미국에서 불법체류자가 일곱 번째로 많은 곳으로 매년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지원으로 24억 달러 가량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에서는 이번 법안 외에 불법체류자가 조지아 35개 공립대에 진학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내 오랜 사회문제 중 하나인 불법체류자 이슈가 최근 수면으로 자주 떠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 침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 유력한 견해다.
9% 가까운 고실업률과 집값을 내지 못해 집이 차압되면서 길바닥으로 나앉고 있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1,2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불법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1982년 공화당의 레이건 행정부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대사면을 실시, 270만명이 합법적인 신분을 얻었고 같은 공화당인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 신분을 부여하고 불법체류자들의 밀입국을 막기 위한 국경 통제 강화 등을 담은 포괄적 이민법안을 추진했다.

결국, 미국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주된 이유다.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연방하원 간에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 폐쇄를 한다며 줄다리기를 하고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미국의 빚 상한선 상향조정을 두고 긴장이 팽팽한 미국의 현 상황에서 불법체류자는 눈에 가시인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나온다’는 말은 오늘의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