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의 위기관리 문제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관리 문제
  • 미래한국
  • 승인 2011.05.1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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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이제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되었다. 원자력에는 전혀 비전문가이지만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감을 금치 못한다. 상당한 확신이 없는 한 항상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야 함을 다시 한번 통감했다.
이번 위기관리에 대해 간 나오토 내각의 대처능력이 총공격을 받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 정보 전달이 불충분하다,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하다, 통치능력부족이다, 정치 쇼 뿐이다, 리더십이 없다, 국가의식이 결여돼 있다 등 신랄한 것뿐이다.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틀린 것도 많다. 위기를 맞이하면 많은 대책이 성공을 못 거두고 그 불만은 반드시 총책임자, 총리를 향하게 된다. 물론 간 총리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번 위기관리 논의가 단순한 정국 관련 주장이나 현 내각에 대한 비판으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오늘날 일본에서 위기관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위기관리의 요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일본에는 만 단위의 사망자가 발생해 10만 단위의 군대를 동원하는 대규모 위기관리 작전을 지휘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의 위기관리를 목격한 것은 2004년 바그다드에서였다. 당시 이라크에는 20만명의 다국적군이 작전 중이었으며 매일 다수의 미군 병사와 이라크 시민이 수제폭탄으로 희생되고 있었다. 당시 미군 측에 몸을 둔 필자가 생각한 위기관리의 요체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 일단 일어난 위기는 관리할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이다. 관리가 가능한 상태라면 그것은 아직 위기가 아니다. 위기의 진행 도중에 개별적인 실패의 책임자를 색출하려는 것처럼 비생산적인 일은 없다.
둘째, 위기관리의 구체적 수순이다. 위기의 성격 규정에서 시작해 평가, 이해, 대응, 정보관리의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인 정보 조작은 금물이며 닥쳐 올 위기의 규모와 성격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위기의 규모 판정이 이루어지면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원을 준비한다. 구체적 대응은 전문가에게 맡긴다.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 작성은 이런 큰 틀이 정해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정치와 관료의 역할 분담이다. 위기의 특정화, 평가는 직업정치가의 일이며 이해, 대응은 기본적으로 군, 경찰, 소방 등 직업공무원이 맡을 일이다. 정치가가 위기관리 운용의 전체를 맡으려 해서는 안 된다.

말하기는 쉬우나 실제 상황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2004년 이라크에서 미국의 문민 책임자가 이라크군 해체의 영향을 오판해 정치가 군사작전에 개입한 결과 큰 실패를 겪었다. 미국만큼 경험이 많은 나라에서도 위기관리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위기에서도 초기단계에서의 원자로 폐기 판단이 늦어졌고 총리 관저가 현장의 자위대, 경찰, 소방대의 투입순서까지 결정했다고 들린다.
직업정치가는 위기의 최종 규모를 산정하고 지휘명령 계통을 통일하며 필요하면 정치적 책임을 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개별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 그런 위기관리 방식이라면 반드시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산케이신문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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