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북한 과학기술의 상징, 평양과학기술대의 실체는?
분석/북한 과학기술의 상징, 평양과학기술대의 실체는?
  • 미래한국
  • 승인 2011.05.2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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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소형화·사이버테러 능력 강화에 날개 달아줄까"

평양과기대에 있는 김일성 영생탑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농협 전산망 테러가 결국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9년 디도스(DDos) 테러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사이버테러다.

당사자인 북한은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농협 사태를 비롯한 모략극을 날조해 우리와 연계시키는 것은 북남대결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공화국의 자주적 존엄과 사회주의 체제를 우롱하고 모독하는 자들과는 그가 누구든 절대로 상종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발뺌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때와 마찬가지로 ‘오리발 내밀기’를 통해 국내 종북세력을 결집시키고 대남공작을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로써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등 국지적 도발을 통한 대남공작과 동시에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테러도 병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관심 및 우려도 높아지는 추세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지원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학기술을 보유할 경우, 대한민국의 안보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과학기술의 요람인 평양과학기술대(이하 평양과기대)에 대한 각종 분석과 추측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009년 4월 개교, ‘IT 강국’ 목적?

평양과기대는 북한의 정보과학기술 분야 발전을 꾀한다는 목적으로 남북한이 공동 협력, 지난 2009년 4월 평양시에 세워졌다. (사)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1998년 1월부터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의 경제특구인 함경북도 나진.선봉 지역에 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2001년 3월 18일에 평양이 좋겠다는 북한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설립에 최종 합의를 했다.

초대 총장에는 이 대학 설립을 주도했던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 김진경 씨가 임명됐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교수 240여 명과 학생 2,000여 명 규모의 종합대학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2001년 5월2일 김진경 설립총장과 북한 교육성 전극만 부장이 체결한 ‘평양 정보과학기술대학 설립계약서’에 따르면 ‘정보과학학부 설치’를 대학운영의 첫 번째로 적고 있다. 최근 발간된 평양과기대 홍보자료집에서도 “IT 강국으로 IT고급인력양성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자료집은 “평양과기대를 통해 우선 배출될 정보통신, 산업경영, 농업식품공학 분야 등의 인재들은 국가의 시급한 고급기술인력 수요에 대응하고 향후 확대될 다른 전공 분야에서 배출될 인재들과 함께 장차 부강한 조국건설에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보통신공학부는 컴퓨터과학과 전자공학의 2개 전공분야를 개설하며 컴퓨터과학 전공에서는 △컴퓨터 시스템과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및 로봇 공학과 생물정보학 등 컴퓨터 응용에 관련된 학문적인 이론과 기술을 연구한다. 전자공학 전공에선 △신호처리, △통신공학, △RF 및 초고주파, △제어 및 계측분야, △반도체공학, △전기전자재료 등을 중심으로 교육, 연구가 진행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평양과기대는 정보통신대학 박사원(석사)과정과 함께 IT인력양성소를 함께 개설해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IT전문 인력을 단시간에 배출함으로써 국가 IT산업의 발전을 담당하고 또한 세계로 IT기술 인력을 수출하거나 조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돼 있다.

결국 이 학교는 북한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통신(IT) 산업 및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보통신공학부, 정보통신대학 박사원(석사) 과정, 정보통신인력양성소 등을 설치해 각종 첨단 기술을 교육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더욱 극심해진 북한 및 종북세력의 인터넷 공세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평양과기대 수업 장면

“북한 수재들이 몰려든다”

이런 평양과학기술대학은 북한 수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 원산, 함흥 등지의 우수 고교생은 물론 최고 명문인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종합공과대 재학생들도 '전과목 영어강의' '선진학문 교육' 등의 기치를 내건 이 학교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김진경 총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아주 뛰어난 데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어서 교수들이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박찬모 명예총장도 “개교 후 인터넷이 들어오고 교수들에 국한된 것이지만 CNN도 볼 수 있는 등 여러 변화가 생겼다”며 “인터넷 개통은 학생들이 논문 작성 시 외국 논문을 참조할 수 있어야 하고 교수들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더니 북측이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또 박 명예총장은 “북한 대학이 이론은 강하지만 지식의 산업화와 상업화에 약한 편”이라며 “평양과기대가 지식산업복합단지를 통해 배운 지식을 산업화, 상업화해 북한의 경제발전과 국제교류 협력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고 이런 노력을 통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학교가 한국 기독교계의 자금으로 건립됐다는 사실이다. 김진경 총장은 지난 2001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00억원의 설립 재원과 연간 50억원 가량의 운영비는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맡기로 했다. 설계와 시공 모두 국내 기업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기독교계 자금으로 건립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곽선희, 김삼환 두 목사가 공동 이사장으로 있는데, 곽선희 이사장은 ‘소망교회’의 원로목사다. 곽 목사는 지난 3월 31일 친북성향 종교인들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민간단체들의 지원이 재개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료집에 나오는 평양과기대설립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의 메시지에 따르면, “평양과기대 설립 당시 합의한 바에 따르면 교수진 대부분이 남한을 비롯한 해외의 전문학자 교수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평양과기대 설립 목적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고 남북의 상호 번영과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 한반도 통일 환경을 조성하며 북한사회의 국제화를 도모하는 데 있다”며 “평양과기대 개교는 북한의 IT분야 활성화에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 김일성종학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 등 IT인재양성기관이 여럿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교육 여건은 열악하다. 특히 전문실습장비는 매우 부족하며 교수들도 전문기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기에 평양과기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평양과기대 전경

인터넷 자유로운 이용 요구 반영돼 북한체제 개방에 긍정적 측면도

현재까지는 평양과기대로 유출된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관련 기술이 우리 안보를 위협할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친북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한 후 남북교류와 대북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평양과기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그 위협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은 현재 핵탄두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지고 정교해진다면, 북한 남침 시 미국의 참전도 어려워진다. 또한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공갈’ 앞에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009년 언론 인터뷰에서 “평양과기대 건립으로 남한의 과학기술이 이전될 경우 이것이 군사기술로 전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IT분야 등에서 남한의 과학기술 이전이 이뤄질 경우 정확도, 정밀도, 파괴력 등의 개선을 통한 북한 핵능력이 증강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디도스 테러와 농협 전산망 마비 등을 통해 위용을 떨친 북한의 사이버 테러 관련 역량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정보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5년간 인터넷 해킹으로 빼내간 남측인사 신상정보는 총 165만 명에 달한다.

지난 2008년 12월 로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북부지역 자강도 강계시를 돌아보며 “정보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나라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국민경제 여러 부문의 정보화개조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북한은 지난 2009년 초 ‘전체 조선인민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100돌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 제끼기 위한 오늘의 총진군은 선군조선의 국력을 최성기에 올려 세워 우리 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승리를 이룩하고 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세계자주화 위업실현에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기 위한 더없이 보람차고 숭고한 위업”이라며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의 기초이며 추동력이다.
과학자, 기술자들은 21세기 정보산업시대의 선군조국이 세계를 향하여 돌진할 수 있게 최첨단 과학기술의 요새를 점령하며 대담하게 착상하고 대담하게 실천하여 오늘의 총진군에 비약의 나래를 달아주자”고 선동한 바 있다.

이미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을 만들어 사회주의의 전면적 승리와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이뤄내겠다”며 대남 적화통일을 선언한 바 있다. 무력 적화통일을 추진 중인 북한에 우수 대학 건립을 통한 핵심 과학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대북 현금지원보다 더 지독한 이적행위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평양과기대가 이번 농협 전산망 사이버 테러에 직접 관련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과학기술 교육보다 영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한 출신 교수가 가는 것도 아니고 미국 국적의 교수만 왕래하는 실정이다.

외부에서 참여하는 교수들이 자료 검색과 학문 교류에 북한의 인터넷 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 이를 통해 폐쇄된 북한사회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예측을 불허하는 북한의 행태를 고려할 때 평양과기대 지원이 군사나 첨단 기술을 이전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통제가 요청된다는 지적이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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