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진단한다
한국교회를 진단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6.07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기독교학술원 세미나

최근 대형교회의 내부 갈등, 한기총 회장 선거를 둘러싼 법적 소송, 목회자들의 품행 문제 등으로 한국교회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여론이 높다. 이러한 때 한국기독교학술원(이사장 이흥순·원장 이종윤)이 ‘한국교회를 진단한다’는 주제로 지난 5월 23일 세미나를 개최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관해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주제 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김홍기│감신대 총장 
 
 한국교회사 속에 나타난 명암
 “경건주의와 자기 변혁을 위한 회개운동 시작할 때”
 
한국교회 120년사는 경건주의적 복음주의가 지배해 온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행정적으로는 한국 개신교는 장로교적 회중주의가 지배해 왔다. 그래서 장로제도를 안 받아들인 한국 개신교가 없다. 감리교, 순복음, 성결교도 모두 장로를 두고 있다. 이렇게 제도적으로는 청교도식 장로교제도가 한국교회를 이끌어 왔다.

한국교회의 명암은 내면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룰 때 한국교회는 사회 속에 빛을 발하는 교회였고, 내면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사회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될 때 어두웠던 면을 지적할 수 있다.

초대 한국 개신교 형성기(1885-1906)를 볼 때 1884년 의료선교를 시작한 알렌의 선교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개신교의 신학형성과 신앙유형을 결정지은 선교는 1885년 부활절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와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에 의해 이루어졌다.

1885년부터 일본통치의 시작까지 교인 숫자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조선 기독교 민중들은 나라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정치적 관심 때문에 교회를 찾았으나, 선교사들은 비정치적 관심을 갖고 조선 교인들의 개인적 성화만을 강조했다. 그래서 결국 이 두 다른 신앙적 관심 때문에 조선 교인과 선교사간의 갈등과 긴장이 있었다.

건전한 복음주의 시대(1907~1919)에는 개인적 내면적 성화와 사회적 외향적 성화가 가장 잘 조화된 시대였다. 이 시대의 한국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자기 의에 도취돼 있지 않고 오히려 구원의 확신과 영생의 확신을 사회참여와 독립운동으로 표현했다.

부흥운동이 1903년부터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1906년 8월 평양에 있는 감리교와 장로교 선교사들이 하디를 초청해 기도모임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깊은 영적 체험을 하게 됐다. 이러한 영적 분위기는 1907년 대부흥운동으로 이어가게 된다. 1907년 1월 초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모인 사경회는 두 주간 동안 성경공부에만 전심전력하는 모임이었다.

십자가의 복음과 기쁜 은혜 체험의 소식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한국 교회의 영적 거듭남을 말해 주는 위대한 각성운동이었다. 또한 이 부흥운동 이후 선교사들과 한국기독교인들 사이에 아주 친밀한 협동과 상호신뢰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기회를 갖게 했고, 한국교회가 급성장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백성의 도덕적 영적 각성을 일으키는 힘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복음적 힘은 일본식민통치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복음화의 힘은 사회적 개혁과 해방의 힘으로 나타난 것이다. 1919년 독립운동의 하나의 채널은 한국교회였다.
불건전한 복음주의 운동의 시대(1920~1944)를 보면 1919년 3·1운동 이후 한국교회는 심한 정치적 박해를 받게 되자 점점 비사회화되고 개인적 성화와 내면적 경건에 집중하게 돼 신비주의가 만연했다. 뿐만 아니라 신사참배 참여로 말미암아 기독교 신앙의 본질마저도 상실했다.

암흑시대(1945~1959)에 장로교는 교회와 신학의 차이 때문에 분열을 계속해 장로교파만 32개, 개신교 교단수가 60개가 넘었다.
감리교회는 교회와 신학보다는 교권다툼 때문에 분열돼 갔다.
복음의 양극화 시대(1960~1990)에 한국 기독교인들은 정치적,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성화 실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산업선교, 도시빈민선교와 카톨릭 농민운동과 개신교 농민운동이 나타나기도 했고 여성운동도 등장하게 됐다.

이와 함께 나타난 보수적 경건주의 운동에 의해 한국의 기독교 인구가 크게 급증했다. 전 남한 인구의 25%를 넘어서고 있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다시 건전한 복음주의적인 통전적, 에큐메니칼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126년 한국교회는 자기 변혁을 위해 회개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십자가 신앙, 믿음이 행함으로 나타나는 산 신앙으로 성숙해나가야 한다.


김홍기│감신대 총장 
 
 신학적 관점에서 본 교회의 허와 실
“‘오직 하나님께 영광’ 개혁교회의 신학정신 실천해야”

한국교회의 유형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보겠다.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 전통에 서 있는 교회는 성서를 사랑하고 성서의 권위에 복종하려 한다는 점이 장점이나 정치 문제에서 교회의 중립은 바른 신학적 결단이 아니다.
진보적 급진주의(사회 참여) 신학전통에 서 있는 교회는 한국 장로교회 내에서 성서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열게 했다는 점에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 참여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복음을 상실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전반적으로 좌파적인 경향이 강하다는 점, 사회학적 분석과 해답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 역사 발전에 있어서의 민중주체이론 등은 주제에 따라서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한국교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문화적 자유주의 신학전통에 서 있는 교회는 한국의 대다수 교회가 근본주의적 보수주의에 매달려 서구 선교사가 전한 교리와 서양적 문화를 절대화한 우를 범했는데, 이를 비판하고 과감하게 토착화를 부르짖은 것은 명백한 장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교다원주의와 결합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종교다원주의를 선전하는 신학흐름으로 변모하고 있다.

긍정적 사고의 신학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성장주의적인 교회는 설교자가 신자들의 영혼을 적극적으로 희망적으로 바꾼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교회성장이 과연 바른 교회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전체적으로 ‘제자의 길’에 대한 설교가 약하거나 완전히 결여돼 있다.

복음적이고 에큐메니칼적인 신학전통에 서 있는 교회는 급진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고 시류에 급하게 흔들리지 않고 전통과 오늘의 상황을 가능한 한 잘 화합하고 조화시키려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신학의 목소리가 결여된, 두 신학 전통의 짜집기가 될 위험이 많다.

교회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바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개혁교회의 신학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바른 신학과 바른 목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와 성서를 상대화시키지 않고 영원한 하나님의 계시로 받고 순종하는 데 있을 것이다.

교회는 바른 신학의 터전 위에 서 있어야 하고 목회자는 바른 신학에 입각해서 바른 목회를 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의 그 어떤 유형의 신학과 교회도 바른 신학이고 바른 교회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를 위해 뚜렷하게 강조하고자 한 것은 신학과 교회 표어로서의 하나님께 영광, 성서중심의 신학과 목회, 하나님의 은총과 복음의 중요성, 인간을 영혼과 육체로 나누지 않는 전인적 생명신학과 생명신학의 교회,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성, 고난의 신학과 제자의 길, 신학의 토착화와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문화의 형성, 성령의 능력과 기도하는 교회 등 8가지이다. 목회자가 이 8가지의 신학적 시각을 잃지 않을 때 그는 바른 목회의 길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돈│한신대 신학과 교수
 
 윤리적 관점에서 본 한국 교회의 현실
“민주적 교역 리더십과 전문직 윤리 확립해야”

오늘의 한국 개신교는 듣기 민망할 정도로 세간의 비난과 질책의 대상이 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개신교는 괄목한 교세 확장을 보였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에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교세의 쇠퇴가 두드러졌다. 세상을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는 커녕 어둠과 부패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 개신교가 과연 스스로 개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비난과 우려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개신교 교단들에서 교단대표의 선출을 둘러싼 잡음과 금금수수 의혹, 담임목사직 세습, 대형교회 교역자들의 카르텔 형성과 정치화, 개교회 중심의 성공주의와 물질주의, 개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 사이의 권위주의적 관계, 당회 구성원들 사이의 알력, 여성 교인들의 폄하와 의사결정 과정으로부터의 체계적인 배제, 다른 종교들에 대한 무모한 공격과 배타주의, 비록 소수 교역자에 국한된 현상이기는 하지만 교역자 청빙, 교회 헌금과 재산, 교회매각, 성문제 등을 둘러싼 추문은 한국 개신교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긴 목록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가 신뢰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역과 교회의 실천을 갱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에 민주적 교역 리더십과 전문직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급하고 중요하다.
교역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 근거해 세상을 섬기는 교회 공동체 전체의 실천을 뜻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목회보다 더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 교역윤리는 이와 같은 교역의 제도적 측면을 다루고 교역자들을 위한 전문직 윤리의 원칙을 포괄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성직자윤리나 목회윤리의 관심을 심화하고 확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역윤리의 관점에서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매우 긴급한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문제를 생각해본다. 교역자들을 위한 전문직 윤리의 확립, 교회에서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적 교역 리더십을 확립하기 위한 교역윤리적 원칙의 제시, 민주적인 교회 치리회 구성의 원칙과 이에 근거한 제도 개선 방안이 그것이다.

우선, 교역자들을 위한 전문직 윤리의 틀에서는 교역자들에게 요구되는 거룩함, 사랑, 신뢰성, 이타주의, 신중성 등과 같은 품성과 덕성을 명시하고, 직무상의 의무 규정을 밝혀서 교역자 윤리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민주적 교역 리더십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보고 은사를 교회의 조직원리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은사론의 관점에서 볼 때 민주적 교역 리더십을 이끄는 원칙은 각기 다른 은사를 받은 신도들의 소통과 사귐을 촉진하는 개방성의 원칙과 교회를 회중 협의체로 세워야 한다는 원칙이다.

셋째, 민주적 교역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과 긴밀하게 결합돼 있는 과제 가운데 하나인 교회 치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대의제 원칙과 공의회 원칙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원칙들을 구현하는 제도적 방안으로서는 치리장로 임기제와 가칭 교역자 직무법 제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의 갱신과 새로운 교역 형성을 위해서는 전문화 추세에 따르는 팀 교역의 운영 원칙을 밝히는 일도 중요하고,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규율하는 국가교회법 등과 관련되는 교역의 제도적 측면들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것도 시급하고, 교회의 공공성 위임과 관련해서도 교역윤리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이 있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교역윤리와 관련된 많은 주제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교역자들을 위한 전문직 윤리의 강령이 제정되고 한국 개신교 교회의 제도 개혁과 관련된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져서 교회 갱신과 교역 형성이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