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 미래한국
  • 승인 2011.06.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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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한나라당, 치열히 싸워야 산다”

 

 

전여옥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정당의 목표는 무엇일까.

“외국에선 중도,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여기지 않아요. 정치란 자기의 확고한 이념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 겁니다. 중간에 있는 건 기회주의자고 회색주의자일 뿐이죠. 현재 한나라당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가치를 확고히 하지 못하는 데 위기의 원인이 있습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대선주자들 만큼이나 확실한 안티와 추종자들을 동시에 갖고 있는 손꼽히는 정치인이다. 그의 공격으로 표적은 쓰러지지만 적의 분노는 거세지고 아군에게 그녀는 영웅이 된다. 정치가 전쟁이고 말이 무기라면 그는 한나라당의 여장수일 텐데 그의 무쌍한 장검은 종종 ‘내부’를 향한다. 재보선 참패 이후 신임 지도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 소장파의 보수개혁론 등으로 혼란스러운 한나라당을 향해 그는 가감 없는 비판의 직격탄을 날린다. <미래한국>이 그를 만나 한나라당의 문제를 진단했다.  

-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는데, 재보선 참배가 던지는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당의 가치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이렇게 참담한 성적표는 없었을 겁니다. 분당의 경우 사심에 얼룩진 공천과정이 처음부터 문제였죠. 이곳을 또 하나의 특혜지역이라고 생각했기에 한나라당 캠프는 손학규 진영의 선거운동보다 처절하고 치열하지 못했어요. 강원도의 경우 엄기영 씨는 광우병 사태의 원인인 MBC의 책임자가 아닙니까. 그런 사람을 공천한 정당에게 어느 누가 표를 주겠습니까. 세상에 이런 정당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자신에게 명분과 자부심을 갖지 않는 정당에 누가 표를 주겠어요. 엄기영 씨가 민주당에 가면 패배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데려와 승리한다? 그런 승리는 안하는 것만 못합니다. 구질구질하고 찌질하게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한나라당에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거죠.

김해선거도 사실은 참담합니다. 김해 토박이 분들은 경상도 분들이 아니고 다 이주민들이에요. 민주당 색채가 강한 분들이었는데 유시민 씨가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토박이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고 민주당에서도 아주 약간의 선거 지원만 해줬죠. 야권 후보 자체가 상품성이 떨어졌구요. 결국 한나라당이 이긴 선거가 아니었어요. 노회한 선거전문가 김태호 지사의 개인기로 이긴 선거였죠. 공천은 한나라당에서 받았지만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창원까지만 오게 하고 당의 목소리를 가리기 위해 후보 혼자서 다녔죠. 그러면 공천은 왜 받죠? 그냥 무소속으로 나가지. 참, 정말 웃기는 선거였습니다.

패배가 예견됐던 ‘웃기는’ 재보궐 선거

- 정두언 의원 등 이른바 소장파는 ‘보수꼴통’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나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유권자들이 볼 때 ‘172석이나 줬는데, 저 등신들…’이라고 할 만하죠. 지지자들이 우리가 패배했을 때 오히려 박수를 쳤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찌질하고 권력에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문제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보수 세력에 우리의 문제를 전가시키면 안 되죠.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깨치고 나가야 할지 비전을 보여 줘야 하지 원인을 남에게 전가시키고 우리는 ‘New’, 새로운 한나라고 당신들은 헌나라다? 상대에 대해 내부의 적을 만들어서 그걸 다시 분열로 이끌어 가는 것은 정치가 아닙니다. 패거리 싸움이나 마찬가지죠. 아니 수구꼴통이 누구고 뭘 잘못했다는 거에요? 본인들이 지역구에서 헌신적으로 열심히 했어야죠. 세대교체니 하는데 그렇다면 본인들도 세대교체 대상이죠.

남경필 의원은 벌써 4선 아닙니까? 정두언 의원은 지도부로서 책임이 있구요. 남경필 의원도 지방선거 때 인재영입위 위원장이었어요. 자기 가슴부터 치고 내 탓이오 해야 할 사람들이 남의 탓을 하니까 진정성도 없고 반응도 쌀쌀한 거죠. 나이가 50을 훌쩍 넘어서도 ‘젊은 기수론’ 을 들고 나오면서 주요 업적이 ‘넘어뜨리기’일 뿐인 소장파는 성인이 되길 거부하는 사람들 같아요.

- 그런데 막상 그들의 말이 먹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대통령도 별 말을 못하고, 언론은 그들이 한마디만 하면 달려들어 보도하고. 

어쨌든 정두언 의원이 뉴스를 생산했죠. 새로운 한나라니 뭐니 해가지고. 하지만 그렇게 했던 이유가 당권을 잡겠다는 뜻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근데 역풍을 맞으니까 출마 안한다, 이렇게 된 거죠. 바로 그 자체가 정두언 의원의 목소리가 먹히지 않았다는 걸 애기하는 거에요. 본인이 먹혔다면 당연히 나갔겠죠.

-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갑자기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온 배경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좀 오르니까 민주당처럼 해야 된다는 대단한 착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잘못 생각하신거에요. 반값 등록금을 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장학금을 통해 열심히 일하게 하면서도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죠. 무조건 반값 등록금을 하면 부실 대학은 더 안 되거든요. 외국에서는 등록금 자체가 없으니까 inactive student라고 해서 평생 대학에만 있는 사람도 있어요. 옛날 성균관 대학에서 십년간 성균관에만 있는 사람처럼요. 세금 낭비입니다. 좀 더 건실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죠.

80%가 대학에 진학을 하는,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아님 두 세번째 되는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외국 대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받아 연명하는 대학들이 많아요. 보수는 오늘 놀고 다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미래를 위해 아끼고 고민하고 당장 좋은 소리를 못 듣더라도 사회에 대해 잔소리를 하는 사람입니다.보수의 자부심을 그렇게 무너트려서는 안 됩니다.

 

“한나라당은 부모 사랑 저버린 문제아”

- 한나라당이 현재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 기득권의 고리를 끊는 것이 첫째에요. 한나라당 의원들 자체가 지지자들에게 특별한 사람들로 보이는 것 같아요. 좋은 집안, 학벌에 자기 자신의 사적인 욕망을 위해 정치 게임에 뛰어든 사람들? 그런데 실제 그렇지 않거든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사람들이에요. 이렇게 만들기까지는 엄청나게 오랜 세월이 거쳤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죠.

포퓰리즘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원칙에 의거해 이것은 되는 일이고 이것은 안 되는 일이다 라는 정책이 나와야죠. 어중이 떠중이 모아 놓고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죽기를 각오하고 담대한 자세로 넘어서야 된다고 봅니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도 필요하구요. 지금의 어려움은 탄핵 때와는 성격이  달라요. 당시엔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반발이었지만 지금은 경쟁사회에서 탈락되거나 살기 힘든 분들이 분노의 표출을 집권당인 한나라당에 하고 있는 것도 있구요.

또 현 사회는 혼란의 시기라는 걸 고려해야 해요. 인구의 30%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와 좌파의 가치를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분들하고 우리의 가치를 갖고 담대하게 토론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우파와 좌파의 확실한 결전을 치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 그러한 ‘죽기 살기’를 어떻게, 무엇을 통해 보여줄 작정입니까.

민주당과의 이념 대결 등 이슈 파이팅해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돼요. 한나라당은 다 얌전한 도련님하고 공주님 밖에 없잖아요. 저 사람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치열하게 싸우는구나, 살아 움직이는구나 해야죠.

두 번째는 공천의 문턱을 없애 한나라당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 정말 노력했던 사람들도 들어와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번엔 문턱이 너무 높았어요.

세 번째는 다양한 직업군들을 통해 여러 가치관과 인생 경험으로 당을 활기차게 만들어야 돼요. 현재는 로펌당, 검사당, 변호사당 혹은 서울대 법대당이에요. 무슨 혈족 사회 내지는 동성동본, 근친결혼 처럼 돼서는 발전할 수 없어요. 인재를 모으고 그들의 목소리와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일치시켜야죠. 여성과 젊은이들이 한나라당에 냉혹하다고 하는데 전 그렇게 보진 않아요.

적극적으로 대학에 지부도 만들고 워킹맘 정책도 추진하고 SNS 같은 것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간을 쏟아 넣어야죠. 사회의 변화에 대해 정성과 시간과 헌신을 해야 된다고 봐요. 전 ‘한나라당은 사랑받는 자녀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부모가 사랑해 주는데 공부는 안 하고 딴 짓만 하니 분노와 실망이 있는 거에요. 가장 중요한 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지했던 그 지지층들을 결집시키는 겁니다.

- 원칙적 대안이 중요하겠지만 현실정치에서 본다면 7월 당대표 선거가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김문수 지사가 얘기한대로 한나라당의 자산인 미래 주자들이 다 나와 전당대회로 한번 가슴을 뛰게 만들어 컨벤션 효과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를 바랐어요. 박근혜 대표가 어떻게 만든 당헌이냐고 그래서 안 됐는데. 당이나 당헌이라는 건 그때 그때 역동적으로 변화돼야 하는 건데 헌법도 아니고 말이죠. 안타깝지만 마이너리거가 된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고 당원들이 필요한 사람이다 하는 분들을 철저하게 골라내 앞세운다면 전당대회를 통해 신발 끈을 동여 매고 뛰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우리가 옳고 그래서 승리할 것”

한때 박근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에서 대변인으로서 박 전 대표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전여옥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친박진영으로부터 ‘배신자’로 불리기도 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이미 레임덕에 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가실 분’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평가와 ‘미래 권력’ 박 전 대표에 대한 확고한 비판이었다.

“왜 안해도 될 말을 하느냐 하지만 안해도 될 말은 없어요. 남들이 안할 뿐이죠. 힘이 있거나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을 자리 보전을 위해 국민에게 다르게 말한다면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박근혜 대표를 보수의 가치를 지킬 사람이고 봤다면 계속 지지했겠죠. 저는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거에요. 지금 우리나라가 다 대통령에 대해 비난하니까 저는 오히려 하고 싶지 않아요.  나름 최선을 다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통령이 우리 우파 이념에 충실한 사람은 아니에요.

아쉬운 건 그분이우파 이념에 대해 철학적, 정치적으로 처절하게 고민하고 견디고 담금질이 됐더라면 하는 겁니다. 중도실용 쪽에 있었기 때문에 동지도 없고 총알받이처럼 그분 앞에서 지켜줄 사람도 없는 거죠. 너무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분이 견딘 내공이 있기 때문에 그분의 강인함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모든 걸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기고 결별하는 식의 이명박 때리기를 하는 것은 용기 있는 정치가답지 못하고 인간답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정기구독자이신데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미래한국을 펴내고, 글을 써내고, 읽는 분들이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이끌어가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가 가는 길, 판단하는 것이 틀리지 않다는 것, 가장 올바른 생각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옳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인터뷰 / 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사진 / 김동수 기자  d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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