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원자력 믿을 수 있나?
위기의 원자력 믿을 수 있나?
  • 미래한국
  • 승인 2011.06.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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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쟁력위해 원전 비중 더욱 늘려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의 안전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원전의 특성과 안전문제 등에 관해 언급하려 한다.
원전은 다른 유형의 발전에 비해 밀도가 100만배 이상 높다. 100만KW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1년에 화력발전의 경우 300만톤의 석탄이 필요하지만 원전은 1톤의 원료면 된다. 폐기물도 적고 환경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분열과정에서 방사능을 방출하고 핵분열 생성물도 장기간 방사능을 보유하게 된다. 핵분열 연쇄반응이 끝나도 계속 열이 나온다. 원전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냉각장치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
평상시 안전하게 가동될 때는 방사능 누출이 안 된다. 사고가 날 경우가 문제이다. 안전사고는 현장에서 사망·부상하는 경우, 유전적으로 후손에게 가는 피해, 재산과 토지 손상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원전의 위험도는 사고 확률과 사고 결과의 곱으로 계산한다. 사고가 갑자기 한 번에 일어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사회적 인식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1년에 자동차 사고로 5만명이 사망해도 언론의 관심은 적지만 비행기 추락으로 200명이 사망 또는 부상하면 톱뉴스가 된다.

환경오염물질·온실가스배출 안해

원자로 운용에는 세 가지 안전수칙이 있다. 첫째, 원자로 출력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핵연료와 냉각제 온도가 증가하면 자동적으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둘째, 모든 신호, 작동방식, 기기 등 모든 면에서 다중방벽을 설치해 원자로심에서 방사능 물질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어떤 상황에서도 핵반응을 중단시킬 수 있는 폐쇄 시스템과 설계기준과 이를 넘어서는 사고에도 견딜 수 있는 격납용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것, 우리 몸, 거주 환경에 어느 정도 방사능이 있다. 바나나 3,000개를 먹으면 X-ray 1회에 받는 피폭량과 같다. 매년 자연에서 받는 피폭량은 X-ray 10회와 맞먹는다.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에서 주민이 받은 피폭량은 X-ray 3회 정도였지만 1980년대에 발주, 건설단계에 있던 100기 가까운 원전이 취소됐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때는 13만5,000명이 연간 피폭량의 40배 정도 피폭됐고 이중 900명 가량이 암으로 사망하리라 추정되는데 이는 정상 암 사망률의 3% 증가분에 해당한다. 후쿠시마 사고에서의 피폭량은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보다 약간 많으리라 추정된다.

스리마일 원전은 한국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압경수로형이다. 냉각수가 원자로에서 유출돼 비상노심 냉각체제가 작동됐는데 운전원이 잘못 진단해 이를 중지시켜 일어난 것이다. 당시 노심의 3분의 2가 손상됐지만 원자로나 격납용기는 손상되지 않아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아주 미량이었다. 주민의 피폭량이 적었지만 발전소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대지를 정리하는 데 10년 동안 10억 달러가 들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수많은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원전 운전자 훈련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관을 설립했다. 이후 104기의 원전의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향상시켜 20~ 30기의 원전을 신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한국 원전도 9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한국이나 미국 같으면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냉각수 온도의 상승으로 핵반응도가 증가, 출력 폭주로 인해 소형 원자탄과 같이 폭발했다. 격납용기가 사실상 없어 노심에 있던 방사성 물질 25%가 유출됐다. 원전 종사원과 소방원 31명이 사망했고 2만4,000명이 X-ray 1,000배에 해당하는 방사선 피폭을 받았다. 인근 주민 중 아이들의 갑상선 암발생률이 15배 증가됐다. 이는 그들 식단에 요오드가 부족해 4배 증가했고 평상시 안하던 진단으로 4배 증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원전21기가 전체 전력 1/3 비중

후쿠시마 사고는 예상할 수 없었던 강도 9.0의 지진과 10~14미터 쓰나미로 인한 장기 정전사고가 확대돼 중대사고로 진전됐다. 가동 중이던 1, 2, 3호기는 손쉽게 연쇄반응이 중단됐으나 붕괴열을 계속 제거하는 냉각시설이 필요해 비상발전기가 작동됐다. 그러나 설계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거대한 쓰나미로 몇 시간만에 작동이 중단됐다. 또 2차 방어체계인 증기터빈펌프도 얼마간 작동됐지만 설계치를 넘었거나 다른 기기 파손으로 연료봉이 과열됐다. 피복제와 증기의 화학반응으로 수소가 발생해 급기야 수소 폭발로 2차 격납용기가 파괴됐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창고의 냉각도 중단돼 여기서도 수소 폭발로 건물이 파괴됐다.

원자로심을 싸고 있는 15~18센티미터 두께의 원자로 용기와 1차 격납용기는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분열 생성물이 원자로와 압력제어장치를 연결하는 밸브에서 유출돼 원전 주위로 대량 확산됐다.
발전소 정전 사고 대비가 지금까지 4~8시간만 고려됐는데 거의 2주일이나 정전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은 중요한 결점이다. 이는 한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수소 제거 장치가 있었지만 많은 양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능동적 장치가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3년 정도 기다려야 핵연료 손상 정도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대비와 처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1000년마다 발생할 수 있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장기 정전사고 대비가 완벽하지 못했다. 2003년 미 중동부 지역에 사상 최대의 정전사고가 발생해 어느 곳은 4일 동안 전기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원전이 안전하게 다시 작동됐다. 그러나 미국 원전이 후쿠시마 규모의 천재지변에 준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모든 준비 체계를 재검토하고 안전시설을 보강하리라 본다. 40년 이상 가동하는 원전 중에서 취약한 발전소는 일찍 인허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모든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리라 본다.

신형 원전, 전기 필요하지 않은 펌프로 냉각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최근 신형 원전에는 전기가 필요한 펌프를 쓰지 않고 중력에만 의존할 수 있는 피동적 냉각 시스템이 개발됐다.
2010년 한국에서 1인당 16배럴의 석유를 소비했는데 이는 미국 1인당 수요량의 80%에 해당한다. 국내 전체로는 7억9,000만 배럴을 수입한다. 1차 에너지 의존도가 97%를 상회하는 한국에서는 원전 21기로 전체 발전량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원전 비중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한국은 정보 분야에서 세계 첨단인 만큼 이에 따른 취약점도 검토하고 전기자동차가 많이 보급될 것에 대비해 송배전시설을 보강하고 투자도 계획해야 한다. 깨끗하고 공기오염 없는 원자력을 더욱 안전하게 개발해 전기자동차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원유의 해외의존도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이재승 미시건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 기사는 지난 5.27에 있었던 세종연구소 국가조찬포럼의 발제문을 요약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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