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국] 뿌리찾아 아일랜드 방문한 오바마
[오늘의 미국] 뿌리찾아 아일랜드 방문한 오바마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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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아일랜드에서는 주식인 감자의 대흉작으로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기근으로 인구 800만명 중 150만명이 아사했을 정도. 아일랜드인들의 탈출구는 이민이었고 목적지는 아메리카 신대륙이었다.

1840년대부터 1860년대 사이 170만명의 아일랜드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왔고 그 가운데 아일랜드 작은 동네 머니걸에서 구두수선공으로 일했던 19세 청년이 있었다. 그는 뉴욕 땅을 밟으면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배고파 건너온 아일랜드인들은 당시 미국에서 차별과 괄시의 대상이었다. 먼저 와 있던 개신교 영국인들은 아일랜드인들이 식민지 출신이고 가톨릭이라는 이유로 멸시했다.

사람을 채용할 때 NINA(NO Irish Need Apply), 즉 ‘아일랜드인들은 지원 못함’이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였다. 그 청년 역시 건축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나중에 오하이오 출신의 한 아가씨와 결혼하며 가정을 이뤘다. 이 청년의 증손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 앤 던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자신의 외증조부가 살았던 아일랜드 머니걸을 방문했다. 그는 300명이 사는 작은 동네인 머니걸의 거리를 걸으며 길가에 나온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먼 친척이라는 한 젊은 여성을 만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캔사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어머니가 아일랜드계라는 것은 얼마 전에 알려졌고 가계를 따라 올라가본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외증조부를 찾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머니걸 출신의 오바마이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선가 잃어버린 뿌리를 찾기 위해 집으로 왔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인들은 미국기와 아일랜드기를 흔들며 자신들의 피가 섞인 후손이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이 돼 돌아온 것에 감격해했다. 하지만 이 감격은 이들에게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아일랜드계인 존 F. 케네디(1963년), 로날드 레이건(1984년)이 미국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뿌리를 찾아 아일랜드 땅을 밟았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은 어려움을 뚫고 미국의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44명 중 22명이 아일랜드계이다. 이민 초기 가톨릭을 믿는다고 괄시받던 이들은 성 패트릭이 5세기 아일랜드에 가톨릭을 전파한 것을 축하하는 ‘성 패트릭데이’ 행사를 매년 3월 17일 전국적으로 하고 있다. 각 도시에서 호수나 강을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으로 물들이는 등 대규모 축하행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은 3,6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1.3%를 차지하고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도 원래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볼 때 미국은 처음부터 이민자들이 와서 세운 나라다. 시기별로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 러시아, 중국,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우크라이나, 일본, 멕시코, 아랍, 인도, 중앙아메리카, 쿠바, 도미니카, 아이티, 자메이카, 한국, 푸에르토리코, 베트남 등에서 이민자들이 건너와 미국을 세워갔다.

시간이 흘러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주중 미국대사로 임명된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 등 각 나라 이민자의 후손들이 미국을 대표해 자기 조상의 나라로 이른바 금의환향하는 모습은 한인 이민자를 비롯, 미국 내 다른 이민사회에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 내 한인 수가 미국 연방센서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142만명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이제는 한인 이민사회에서도 미국의 유력한 인물이 배출될 때라는 목소리가 크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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