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들, “일본과 동반자살 않겠다”
日 기업들, “일본과 동반자살 않겠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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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사원 4만명 감원을 포함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파나소닉의 오츠보 사장(65)은 “일본이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와는 아무 관계없이 해외에서는 선진국, 중진국을 막론하고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로 위기감을 표시했다. 세계 시장은 지진과 같은 국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보다 먼저 지난 3월 말 발표된 2011년 파나소닉 그룹 전체의 신규채용 계획은 국내 채용을 전년 보다 160명 줄여 350명으로 했지만 해외 채용은 전년과 같은 수준인 1100명을 유지했다. 채용 인원의 3/4을 외국인으로 뽑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오츠보 사장은 “일본의 고용 사정에 맞춰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며 글로벌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아시아의 여러 경쟁자와 격렬한 시장 경쟁을 벌이는 샤프는 국내 채용에서도 외국인을 10% 채용하며 해외에서는 국내 채용 인원의 2배 가까운 400명을 채용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관서지방의 외국인 유학생 취직을 지원하는 컨설턴트 회사의 오스미 씨(34)에 의하면 1년 전부터 학업을 마친 유학생을 채용하겠다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으며 제조업만이 아니라 관광, 유통업에까지 이런 경향이 확산된다고 한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 국내시장이 커질 수 없으므로 외국시장에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오스미 씨는 설명한다.
일본 기업이 인재를 해외에서 구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외국인 채용 원년’이라고 부르는데 고도성장의 성공에 안주하던 많은 일본 기업이 이렇게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결국 국내외의 압력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츠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에서 국제비즈니스 분야의 간부로 근무하다 지금은 코오난(甲南)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아즈미 교수(63)는 30여년간의 국제비즈니스 경험을 강연회 등을 통해 발표하고 있는데 금년 1월 한국 강연 때 “일본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쇠약해졌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경제력이 절정에 달했던 1979년 출판된 ‘지나치게 강력한’ 일본을 분석한 ‘재팬 애즈 넘버 원’이라는 책은 당시 일세를 풍미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 자랑스럽던 반도체와 액정패널이 한국 기업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일본 국내에서도 자주 받는다고 아즈미 교수는 말한다. 지난날 일본 기업은 아시아 여러 나라를 구석구석까지 발로 찾아 다니면서 고객을 만났으나 이제는 그렇게 힘들고 ‘촌스러운’ 영업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경쟁사의 동향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이 자기 기술을 과신하고 방심하는 사이에 한국에게 역전 당한 것이다.

현재 1억3,000만명인 일본 인구는 30년 뒤에는 1억 이하가 돼 시장 규모는 축소 일로를 걸을 것이다. 채용의 ‘탈 일본화’가 진행되면 국내의 노동인구가 줄고 국력은 점점 쇠약해 질 염려가 있다.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하고 있는 어느 제조업 회사의 한 퇴직임원(69)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로벌 기업이 일본시장에 기대할 수 없게 되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은 길을 찾게 된다. ‘외국인채용원년’이란 말은 많은 기업이 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조다. 기업도 물론 일본의 장래를 염려하지만 일본과 동반자살할 수는 없다. 일본이 쇠망하더라도 기업은 세계에서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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