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반값 등록금 계기로 본 대학생들의 생각
특별좌담/ 반값 등록금 계기로 본 대학생들의 생각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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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진보적 분위기 여전 ,폭발 도화선 만들기에 고심도

 

지난 5월 29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한나라당과 MB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라며 촛불시위를 했다. 대학진학률이 70~80%에 달하는 한국사회에서 학생들의 고충을 생각해서라지만 반값은 무리수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전면 이슈화를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미래한국>은 대학생 좌담회를 열어 반값 등록금 문제와 대학가의 분위기에 대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사회는 황성준 본지 편집위원(전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서울대 정치학)이 맡았고, 토론자로는 신보라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대표(명지대 국문학과 4학년), 변종국 전 한국대학생포럼 대표(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조진명 본지 기자(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황성준 본지 편집위원(전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서울대 정치학)
황성준(사회) :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요즘 대학생들의 분위기를 알고 싶습니다. 제가 최근 대학에 들어가 보니까 요즘 대학생들이 80년대와 달리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거기에 거의 노예가 됐다는 느낌까지 받아요. 학점 인플레가 있는 거 같아요. 80년대처럼 하면 B학점 맞을 거 F학점 받겠더라구요. 스펙 쌓기와 학점에 매몰돼 있는 거 같구요.

신보라 : 기본이니까요.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메리트가 많았잖아요. 지금은 대학진학률이 82% 정도라 대학졸업장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인 거 같아요.

조진명 : 요즘에는 학점 나쁜 학생은 학내에서 리더로 인정을 안 해줍니다.

정치 사회 관심 있어도 스펙 쌓기가 먼저

황 : 예전에는 학점 못 받는 걸 자랑하는 분위기였는데 말이죠. 요즘 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엔 너무 없어졌거든요.

신 : 없는 게 아니라 없어 보이는 겁니다. 예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을 다 뽑아놓고 얘기했는데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요. 들어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정치 얘기만 꺼내면 냉소적이 돼요.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풀어낼 공간이 없다는 거죠.

변종국 : 잠재적인 정치 마인드는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대학생이라면요. 정치 이슈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죠. 인터넷 켜면 포털 사이트의 정치기사 보고 취업 시즌 되면 자연스럽게 시사공부 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학생이거든요.

황 : 지금 대학생 세대에는 엇갈린 평가가 있어요. 진보적인 모 교수가 요즘 대학생은 정치에는 관심 없고 스펙 쌓기에만 관심 많다고 말해요. 요즘 대학생 세대를 포기하고 차라리 중고등학생 키워야한다고 하더라구요. 30대보다는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조사도 있어요. 혹자들은 젊은이들이 많이 보수화됐다 하고 한쪽은 여전히 진보적이라고 해요. 다만 대중적인 폭발을 못하는 것이 학점과 스펙 쌓기 때문이지 그래도 언젠가 폭발할 거라고 하는데 이 세대가 어떤 세대가 될 것 같습니까? 특히 386세대와 견줄 때 말이죠.

변 : 말씀하신 대로 보수화돼 가고 있다는 데 공감해요. 초창기 좌파운동을 했던 선배들, 이를테면 삼성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이 지금은 삼성에 취직했더라구요. 자본주의를 비판은 하지만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예요. 급진적 좌파는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우파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체험하며 보수화됐다는 건 많이 공감해요. 

신 : 오히려 정체성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폭발력을 가지면서 나올 만한 생존과 관련된 일이 있나요? 80년대 민주화 때처럼 억압과 핍박을 받으며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외치던 때가 아니잖아요. 지금 사회는 민주주의도 이룩했고 어느 정도 안정과 번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앞에서 진두지휘할 만한 폭발력 있는 이슈가 없어요. 대학교에서 플래카드 걸고 반미를 하는 학생들은 극히 소수라는 거죠.

황 :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을 보면 여전히 좌파진보의 문화적 헤게모니가 존재하는 거로 보이는데요?
신 : 대학생들이 진보적이라는 것은 약간 감정적인 문제인 거 같아요. 가난한 사람들이 좀 더 도움 받았으면 좋겠고 너무 성장으로만 가기보다 분배도 좀 됐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그게 마르크스를 지지하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황 : 학생들한테 무슨 책 읽고 감동 받았느냐고 물어보면 예전처럼 <자본론> 같은 건 없지만 <태백산맥> 이란 대답은 끊임없이 나오던데요. 보수화됐다기보다는 개인화, 현실화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적 헤게모니가 주류사고이기 때문에 안 맞으면 잘못 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변 : 맞습니다. 제가 철학 수업 때 이승만 박정희 논쟁이 붙었는데 교수님이 너같이 용감한 학생은 처음 봤다고 했어요. 수업 끝나고 두 명이 저한테 오더니 형 얘기에 공감하는데 용기가 없어 말 못했다고 해요. 노출된 패러다임이 워낙 진보적이기 때문에 분위기상 못 꺼내는 것이지 중도적인 학생들이 많은 거죠.

신보라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대표(명지대 국문학과 4학년)
등록금 시위, 광우병과는 다를 것

황 : 자, 그럼 본격적으로 등록금 문제에 대해 시작해봅시다. 우선 결론부터 한번 생각해보죠. 광우병 파동처럼 발전할거라는 주장도 있고 방학도 됐으니 안 될 거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 같습니까?

변 : 등록금 문제는 1학년 때부터 있어 왔습니다. 전국적인 시위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아요.

신 : 시위 현장에 가서 분위기를 봤는데 대학생도 크게 공감하지 않아요. 한대련 소속이 아닌 이상 시위 참가 비율도 생각보다 적어요. 7시부터 시작하면 8시 넘어서야 도착하고 6월 10일 집중투쟁 말고 그 전후로는 300~400명 정도였어요. 계속 탄력받지는 않겠지만 민주당, 범민련,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판을 키우려고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광우병 정도의 공포를 조장하는 문제는 아니니까 확산되지는 않을 거에요.

황 : 한대련 쪽에서는 시위가 부족한 이유가 기말고사라 그렇다고 하거든요. 두 달 후면 더 커질 거라고 하는데요.

신 : 9월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지 않을까요. 주위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되면 좋지만 되겠느냐는 반응이거든요.

변 : 학생들이 공감을 못하는 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값은 아니라는 거예요. 등록금 비싼 건 공감하지만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지 무조건 세금만 거둬 해결되겠느냐는 거죠. 대안이 없어요. 저는 동결만 돼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황 : 대학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운동권 아닌 학생들은 그저 낮춰졌으면 좋겠지만 나서지는 않거든요. 프리라이더, 즉 무임승차적인 속성을 보이던데요. 자기는 참여 안할 거지만, 반값 된다는 건 기대하지 않아도 누가 대신 해줘서 10% 정도라도 싸졌으면 하는 마음이더라구요. 그럼 해결방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집단 이기주의 시대

신 : 한대련 주장은 정부가 50%를 보조하라는 거에요. 4대강 지원을 줄이고 부자 납세로 해결하라는 것인데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대학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등록금 의존을줄이는 방안과 법적인 정비가 필요한데 반값만이 무슨 대학의 오아시스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요. 선행돼야 할 문제와 장기적으로 정치권, 대학, 학생들이 해야 할 몫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어야 해요.

황 : 지금 굉장히 합리적인 얘기를 하는데 약간 꼬집어 얘기하면 사회가 그렇게 합리적으로 굴러가지는 않더라구요. 또 한 가지 문제를 더 얘기하면 사립학교 측은 반값 등록금을 반기는 분위기에요. 오히려 해마다 하는 등록금 투쟁을 학교에서 안 떠들고 밖에서 하는 걸 고마워하는 투에요. 집단이기주의죠. 집단이기주의가 합리를 누르는 것 같습니다.

변 : 그래서 운동권이 집단으로 나가는 거죠. 등록금 문제는 일시적으로 터져나온 게 아니라 원래 계속 있어 왔던 문제인데 특징이 국가가 아니라 재단 문제를 건드린다는 거에요. 재단이 얼마나 돈이 많은데 안해주냐면서 전국민적으로 몰고 가려는 거죠.

신 : 등록금의 당사자가 대학이잖아요. 정부가 해결할 게 있고 대학이 해결할 게 있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을 정부에만 떠넘기는 분위기에요. 대학 학과 구조조정, 사립재단 비리 등 총체적인 문제가 많은데 이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모든 걸 해결해달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황 : 대학 구조조정을 대학 구성원들 치고 좋아하는 사람 없을 텐데요. 다 반대할 텐데요.

신 : 한나라당도 부실대학 구조조정하겠다고 하는데 100% 실패할거라고 봐요. 작년에도 부실대학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켜 진행된 게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 그렇게 공표만해도 논란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국가가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50% 지원해주면 부실대학 정리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황 : 아까 진학률이 82%라고 얘기하셨는데 현재는 대학진학률이 계속 떨어져 74%예요.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개입한 거라고 얘기해요.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고 부실대학도 많으니 시장이 알아서 줄인 건데 여기서 반값 등록금이 되면 90, 100% 진학률이 발생할거라는 거죠. 100% 얘기는 그 세대 진학률이 아니라 저 같은 장년, 노인층도 많아질 거라는 겁니다. 한편 프랑스나 유럽의 경우 대학 등록금이 무상이지 않느냐고 하는데요.

변종국 전 한국대학생포럼 대표(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대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감

변 : 유럽과 한국의 마인드 자체가 다른데 무조건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전교조 쪽에서는 무상급식은 핀란드에서도 한다고 해요. 핀란드 교사들은 성과급 제도를 해서 완전히 경쟁으로 돌리는데 이것은 도입하지 않고 급식 문제만 얘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요.

사회 : 네 알겠습니다. 요즘 진보뿐 아니라 보수 신문에서도 대학생들이 등록금 갚느라 고생하는 시리즈를 내고 있어요. 공통적으로 보면 알바 두 세 개는 해도 해결이 안 된다, 심지어는 대중의 약간의 천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여대생들이 술집에 나간다는 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나요?

신 : 물론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는 대학생들이 많이 있어요. 회사에서 학자금 대주기도 하고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자력으로 충당해야 하죠. 제 친구들은 열 명 중 두 세 명은 등록금 내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어요.

황 : 학자금 대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빚만 지고 졸업한다는 비판도 많이 하던데요.
변 : 학자금 대출이 실시됐는데도 이용률이 굉장히 저조해요. 가장 큰 문제는 이자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싸지 않다는 거죠. 결국엔 부채로 남아요. 남자는 군대 가서도 적용이 되니까요.

황 : 군대복무 중에는 이자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던데요.

신 : 등록금이 350 정도 되니까 한 학기를 학자금 대출로 받으면 상관없죠. 꾸준히 갚아나가다가 원금상환 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8학기 대부분을 받는 경우도 있을 거에요. 한 학기는 대출로, 한 학기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는 대학생이 정말 많습니다.

황 : 속물적인 질문일지 모르지만 코스트라는 개념으로 볼 때 과연 그 정도 등록금을 내고 다녀서 얻은 게 많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대학교의 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 : 대학 등록금이 막연하게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셔틀버스, 서점 할인, 도서관 이용, 축제비용, 대학생 할인 혜택도 굉장히 많아요. 수업일수만 생각해야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350만원 내고 다녔는데 문제는 학교에서 복지 혜택을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현실적인 대책으로 등록금을 절대 못 갚는 거라면 350만원 내고 다니되 학생들이 복지를 더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두 세 권씩 사달라는 식의 요구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방 사립대 부실이 문제

신 : 객관적인 지표를 봤을 때 세계에서 100위권 대학이 한 개 밖에 없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다른 대학에 비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녔는데 한국의 대학을 졸업했다는 거 외에 경쟁력이 없는 현실이 문제에요. 서울의 유수 대학의 수업의 질은 꽤 좋다고 생각해요. 지방 사립대 가면 교수의 질도 떨어질 뿐더러 연구실적도 적고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구요. 학교 환경도 별로 좋지 않아요. 서울의 주요 사립대와 비슷한 돈을 내면서도 수업의 질이나 환경이 떨어지죠. 어떻게 보면 지방 사립대들이 가장 들고 일어나야 하는 문제에요.

변 : 맞습니다. 모든 학교가 서울 명문대 수준이면 등록금 문제가 안 일어날 거 같아요.

황 : 같은 맥락의 민감한 이슈인데 기부금 입학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기부금 내고 입학할 사람들은 해외 유학 간다, 차라리 국내에서 돈 내고 가는 게 낫다고 말하거든요.

신 : 대부분 반대하죠. 사회 인식 자체가 부자에 대한 편견이 많아요. 기여 입학제의 재원을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형태로 지원한다는 취지가 잘 실현되면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황 : 네, 그럼 오늘 좌담회를 정리하겠습니다. 대학생들의 현실화, 개인화가 심해졌지만 아직 대학가의 분위기는 좌파적이라는 것, 등록금 투쟁은 광우병과 같은 공포는 없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으로 요약하겠습니다.

정리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사진 김동수 기자  d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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