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이스라엘을 가다
세종연구소, 이스라엘을 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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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안보의 지혜, 경험, 그리고 교훈

세계 최고 정보국가인 이스라엘은 한국의 안보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세종연구소가 지난 3월 19~27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국방 및 정보당국 최고 전문가들을 만났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한국안보의 중요 현안 과제로서 적 도발에 대한 대응 전략 전술, 이적세력 관리, 국가안보와 언론, 북핵문제, 정보기관 역무와 국가안보 등 5가지를 설정하고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이와 관련한 그들의 안보의식과 경험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분석 정리해 5월 26일 국정원 창설 50주년 기념 국가정보학회(회장 송대성)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했다. <미래한국>이 이 논문을 요약 게재한다. 

본지 편집위원
미시간대 국제정치학 박사/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50배에 달하는 적대국 인구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이스라엘이 전문성과 지혜를 총동원해 구사하고 있는 국가안보 대응책들을 분석함으로써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합리적 안보대응책들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포괄적 안보개념의 큰 바탕은 자립정신이다. 이 자립정신은 이스라엘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도발을 받는 경우 ‘대응의 자유’와 ‘충분한 군사력 확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안보적 목표 달성에 필요한 충분한 군사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이스라엘은 자체 군수산업 발전 및 핵보유국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전략의 핵심 요체 중 하나는 적이 도발하기 이전에 사전 차단을 하는 지혜로운 억제력 사용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Schiftan 박사는 “이스라엘에서 평화는 억제력의 산물이며, 억제력이 이스라엘을 존속케 하는 전부다”라고 주장했다.

억제력이 억제력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이나 자국의 국민들 모두 억제력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져야만 한다. 억제력이 이러한 신뢰를 얻으려면 적의 도발에 대해 반드시 보복을 해야만 하고, 그 보복은 정확한 성과를 달성해야만 한다.

이스라엘 안보의 기본은 자립정신

이스라엘은 일단 적으로부터 도발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3가지 단계를 거쳐 반드시 되받아 치면서 보복을 가하는 안보정책을 보유하고 있다. 제1단계는 적의 공격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단계로서 적공격의 원인 및 성격 분석, 적공격으로부터 받은 피해규모 정밀분석, 적의 성격 및 능력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공격의 원인과 성격을 분명히 분석함은 순수한 군사력만으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필요에 따라 외교력 등 다른 요소들도 동원할 것인가를 결정키 위함이다. 다음으로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정밀분석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보복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보복수위결정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제2단계는 적 공격에 대한 정치적인 결단의 단계로서 제일 주의할 사항은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제3단계는 군사적인 보복단계로서 정교함과 확증 파괴력이 동원된 보복, 적이 보복에 대한 전율과 공포 및 자기들 도발에 대한 후회 및 향후 공격의지와 능력을 상실케 하는 보복이 돼야 한다.

이스라엘군의 Rothschild 소장은 한국이 2010년 두 번 북한의 무력도발을 받은 것과 관련, “한국이 가장 크게 저지른 실수는 도발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 그 보다 더 큰 실수는 실제로 응징을 못했다는 점, 그 보다 더 큰 실수는 한국은 북한이 저지르는 도발에 대해 응징을 하지 못하는 나라 및 군대라는 믿음을 북한과 한국민들 자신에게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사회 내 이적세력과 언론의 역할  

한국이 이스라엘로부터 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배울 점은 첫째가 민주주의 국가가 비민주주의적인 적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방법이다. 이때 철칙은 비민주주의적인 적이 도전을 해올 경우에 비참하게 만들어 버려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사회문화의 한 특성은 이적세력들이 이스라엘 사회 속에 착근(着根) 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근본적인 요소들은 이스라엘 국민들은 그들의 민족과 역사에 대해 강한 긍지와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첫째, 이적세력의 생성과 존속이 어려우며 둘째, 국방안보 자체가 이스라엘인들의 생존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적세력의 생성과 존속이 어렵고 셋째,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건강한 사회육성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안보 역량을 훼손케 하는 이념이나 가치들이 자리를 잡을 수 없으며 넷째, 국가보안법으로 이적행위 자행자들을 엄격히 처리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사회에는 이적세력의 존속이 어렵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이념적인 면에서 10~15%가 좌익이고, 다른 10~15%가 우익이고, 70% 정도가 중도다. 이스라엘에서 좌와 우의 개념은 ‘좌는 팔레스타인 정착촌문제를 두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우는 대화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력을 사용해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색깔로 치면 이스라엘의 경우는 다 푸른색깔인데 좌는 옅은 푸른색이고, 우는 짙은 푸른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편 Schiftan박사는 “한국의 경우는 좌는 진짜로 붉은 색깔이고, 우는 진짜로 푸른 색깔인 것 같다. 이런 점이 이념면에서 이스라엘과 한국의 차이점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서 언론은 국가안보라는 차원에서 일반적인 국가정책사항과 군의 군사전략 및 작전사항은 엄격히 구분돼 그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서 다루고 있다. 이스라엘의 언론인들은 언론이 보도할 내용과 보도해서는 안 될 내용을 상식으로 잘 알고 있으며, 공공연하게 이스라엘의 적이나 테러리스트들을 지지하는 언론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존속 자체를 할 수 없는 율법 같은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핵보유국이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인들은 “해외소식통에 의할 것 같으면 이스라엘이 핵보유국이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핵보유국임을 은근히 과시한다. 또한 아랍인들로부터 안보적인 위협을 맞으면 “이렇게 나오면 우리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국의 핵보유국이 됨에 대한 견해들은 크게 한국이 반드시 핵보유국이 돼야 한다는 주장과 한국은 핵보유국이 될 필요가 없다는 두 가지로 양분됐으나 대부분이 한국은 핵보유국이 돼야만 한다는 견해들을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파했다. 폭파전(좌), 폭파후(우)

한국이 핵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  

한국이 핵보유국이 돼야만 한다는 주장은 미국의 핵우산 및 확장억지력은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영원히 신뢰할 수 없으며, 이에 북한핵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자세를 갖추고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한국이 핵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한 보장은 없다.

미국의 한국을 위한 핵우산이 얼마나 오랫동안 완벽하게 진정한 우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은 핵을 보유해야만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공격을 하는 경우 과연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으로 보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세계최고 역량의 정보기관들을 구비하고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는 국가안보역량구비에 있어 가장 필수적이고 결정적인 요소가 정보라는 깊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이스라엘은 그들이 처한 안보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객관적 특이성을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가장 적합한 국가안보전략을 적용해 소기의 목표들을 최대한 달성하는 국가다. 

둘째, 이스라엘은 향후 30년간 자기들이 직면하게 될 안보환경을 구체적으로 예측하면서 현실적이고 치밀한 안보전략 개념을 정립하고 준비하고 있다. 향후 30년 이스라엘은 많은 안보환경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억제, 의사결정, 조기경보, 탄력성, 차단, 제거, 승인, 안보적인 협조 등 8가지 작전개념에 집중하는 안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셋째, 억제력이 억제력으로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이 그 억제력에 대해 신뢰를 가져야만 한다. 우리의 경우 북한이 우리의 억제력을 두려워해야만 하는데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단호한 조처’를 말로만 주장하고 실제적인 보복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이 우리의 보복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얕잡아 보면서 연평도 포격을 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적이 도발을 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전쟁의 극히 기초적인 진리를 착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안보전략을 통해 우리는 심각한 깨달음이 있어야만 한다.

   
 

적이 도발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안보의 기본

넷째, 이스라엘인들이 자기들은 적의 도발을 받아도 그 원인조사를 위해 국제조사팀이 필요 없다고 자랑하는 것은 그 만큼 자기들 정보기관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그 권위가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보기관들도 국내·외적으로 이러한 인정과 신뢰를 받아야만 한다.

확증파괴력이 동원된 보복을 위해서는 역시 질 좋은 정보역량과 공격역량이 필수적인 요소다. 질 좋은 정보역량이 없으면 보복의 목표물 선정에서부터 혼란을 겪게 되며 목표선정이 잘못되면 의미 없는 보복을 하게 된다. 질 좋은 공격역량이 없으면 보복목표물을 선정해 놓고도 효과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게 된다.

한국의 경우 질 좋은 공격역량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 자국의 역량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한미연합방위체제 차원에서 질 좋은 공격역량을 구비하는 체제를 평소에 제도화시켜 놓아야만 한다.

다섯째, 한국의 안보전략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북한도발에 대해 강한 응징을 하지 못함으로써 북한은 한국을 ‘종이호랑이’로 인식함과 동시에 더 큰 또 다른 도발을 획책하는 아주 나쁜 상황을 초래케 한 점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이 자국의 안보역량을 불신하는 현상을 초래케 됐으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의 안보역량은 적에게도 우리 국민에게도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충고한 내용들은 한국안보전략 문제점 해결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내용들이다.

여섯째, 이적세력은 대한민국의 훌륭한 건국과 지난 60여년의 멋진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려는 노력들을 부단히 경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들 민족 및 그들 역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짐으로써 이적세력에 동조하는 가치관의 착근 자체를 어렵게 한다.

자존할 줄 모르면 남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침해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훌륭한 대한민국 건국과 지난 60년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 국민들 모두가 강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각종 노력들을 경주해야만 대한민국을 해치는 이적세력의 뿌리를 고사시킬 수 있다.

일곱째, 외부의 심각한 적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적성향 언론 매체를 ‘언론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다루지를 않고 국가이익을 훼손시키는 ‘이적성 행위’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이스라엘의 문화와 정책은 우리가 배워야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이적 행위를 구분해야  

여덟 번째,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북핵폐기를 위한 아이디어 중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북한정권을 흔드는 작업, 북한의 핵무기가 완성되기 전에 핵개발 시설 격파 등은 보다 공격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 방안들이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완성이 그 만큼 한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임을 인식함에서 나온 방안들이라고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협될 상황에서 배제될 방안만은 아니다.

아홉 번째,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충고한 바와 같이 불량국가를 데리고 회담이나 협상을 통해서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을 접고 한국이 핵개발을 선언함은 새로운 차원의 북핵폐기라는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열 번째, ‘정보와 국가안보’ 관련 이스라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자기들의 삶에 있어 정보와 정보기관은 필수불가결의 인프라와 같다는 강한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정보수집 능력 및 정보분석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문성은 세계 최고의 인적자원과 첨단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이 수집하고 분석하는 정확하고 치밀한 정보는 적의 도발을 차단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긴요한 안보역량으로서 이스라엘 안보에 크나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교훈으로 삼고 우리의 정보기관들도 그러한 임무와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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