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패당, 파쑈깡패집단, 대결광신자, 괴뢰패당, 불한당, 반역자, 호전광, 반역통치세력, 돈끼호테와 싼쵸, 구제역 살처분감…”
최근 북한정권이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우리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을 향해 공식적으로 내뱉고 있는 말들이다. 새삼 우리말 욕설의 다채로움과 풍요로움, 그리고 김정일 씨의 통큰(혹은 막나가는) 배포와 자상한 유머감각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말들이 위협적으로 먹혀드는 모양이다. 현재 민노당 등 좌파진영에서는 북한을 비판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북한의 3대세습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의 민노당-진보신당 통합논의에서 자칫 민노당이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미묘한 뉘앙스를 풍긴 것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애써 못을 박은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님’과 국내 종북세력에 대한 친절하고 섬세한 배려와 변명 이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이미 지난 4월 13일부터 남한사회를 향해 ‘반값 등록금’ 투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4·27 재보궐선거와 이후 한나라당의 새 원내 지도부가 들어서기 이전이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공화국의 청년들은 강성대국의 미래를 위한 보람찬 투쟁에서 값높은 창조와 위훈의 자욱을 새겨가는 반면 남조선에서는 대학생들이 터무니없는 등록금과 졸업후의 실업 등으로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절망에 빠져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고 있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에서의) 수업료의 전반적인 폐지는 김일성 주석의 숭고한 후대관이 낳은 사랑의 결정이었으며 공화국에서 전반적이고도 완전한 무료교육제가 실시되었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력사적 선언이었다”고 자랑했다.
코믹하기도 하고 무슨 비현실주의적 전위예술 혹은 사이비 종교 추종자의 뇌까림 같기도 한 말들이지만, 듣는 이에 따라서는 이러한 주장이 진실로 여겨져 뇌리에 쏙쏙 박히나 보다. 끊임없는 반복교육의 효과나 영적(靈的) 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지난 5월 말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가 등장했다. 2005년 출범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 새내기 운동권 조직이 앞장서는 모양새였고 민노당 등 야당이 이에 적극 가담하고 지원했다. 지난 미친 광우병 시위에 앞장섰던 법무 장관 출신의 모 야당 의원은 ‘반값 등록금 실현이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시위장에는 3년 전과 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혹은 정권퇴진, 한나라당 타도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물론 대학생들과 ‘票퓰리즘’ 정치인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에 진정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취업과 실업문제의 심각성이 워낙 크고 폭넓은 복지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진정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작용하는 정치사회적 역학구도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정부와 한나라당이 망하면 살고, 흥하면 죽는 세력이 일정한 질서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단순한 예가 이번 반값 등록금 문제다. 당장의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정치세력은 좋든 싫든 북한정권과 공조하며 한배를 타게 된 모양새가 됐고, 반값 등록금의 비현실성과 장기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은 북한의 욕설을 바가지로 들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물론 여기엔 훨씬 복잡한 정치사회 현상적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어찌됐든 이 점 하나만으로도 등록금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좀 더 명확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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