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터뷰] 복지의 기본을 논하다
[미래인터뷰] 복지의 기본을 논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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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前 보건복지부 장관·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대한민국에 공짜 바람이 불고 있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 아예 돈을 받지 말거나 확 줄여서 받으라는 목소리가 높다. 점심을 무료로 주고 등록금이 내릴지도 모른다는데 시원하기보다 뭔가 찜찜하면서 불안한 게 사실이다.
경제학자인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작금의 사태에 대한 진단을 부탁했다. 우리나라가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도 괜찮은 상황이냐고 성급하게 묻자 최광 전 장관은 먼저 복지에 대한 정의부터 알아야 이야기가 풀린다고 했다.

‘복지’란 무엇인가

“국가가 복지를 시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다면 어느 정도나 어떤 내용으로 해야 하나를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아담스미스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 심지어 좌파학자들까지 동의하는 국가의 역할이 있습니다. ‘전쟁 등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 것과 공공질서와 법질서 확립, 공공기관을 설립해 공공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복지는 세 번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죠.”

최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국가 영위와 법질서 확립이 미비한 상태에서 복지부터 내세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역할과 복지의 함수관계에 대한 교육이 전혀 안 돼 있다고 개탄했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선서합니다. ‘국민의 복지를 도모한다’고 선서하지 않아요. 국가의 최고결정자로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선서하는 겁니다. 그런데 천안함이 폭침당하고 우리 관광객이 총살당해도, 서울시 광장과 고속도로를 점거 당해도 정부는 그냥 넘어갑니다. 지구상에서 경찰이나 군인이 시위대에게 두들겨 맞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어요.”

- 복지의 진정한 뜻은 어떤 건가요.

“각자 자기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게 모두의 욕망입니다. 개개인의 삶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어요. 부모나 가족이 못해주는 걸 국가가 해줄 수 있나요? 맬서스는 국가의 보조정책은 빈곤의 일시 완화제는 될 수 있어도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보조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근로의욕과 자립심을 저해하여 보조 수혜층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남의 지원을 받기보다 자기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만 정부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무상복지, 무상교육, 반값 아파트 같은 건 처음부터 논의의 대상이 아닌데 현실정치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도자는 앞에서 끌고 가는 리더(leader)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팔로어(follower)들 뿐입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에 끌려 다니면 리더가 아니라 추종자죠. 어느 사회든 지도자를 필요로 합니다. 어느 나라 지도자가 데모대 앞에 섭니까.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 주장을 하거나 광장에 나가서 이게 잘못됐다고 시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이나 일반 시민이 모인 장소에 가서 무임승차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시위군중 앞에 서서 떠드는 건 볼셰비키 혁명 때나 했던 일입니다. 예전 민주화 항쟁 때는 정치인들이 필요에 의해 스스로 국민들을 동원해 데모를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집권을 위해 속임수를 내놓는 정치인과 거기에 열광하는 국민들, 이렇게 되면 나라가 망하는 겁니다.”

최 전 장관은 민주주의를 지고지선(至高至善), 만능으로 아는 것에서 반값 등록금 얘기가 나왔지만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제도라는 것을 역설했다.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제도입니다. 북한은 3대가 세습을 하면서도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투표율 99%에다 독재정치를 하고 있어요. 지도자들이 욕심을 줄이지 않으면 재앙이 다가오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가 불완전하고 독재로 흐를 여지가 다분하기에 서구에서 헌법을 만들며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굉장히 불완전한 제도니 본질을 잘 모르고 외형적인 껍데기만 주장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 우리나라 정치상황은 어떻습니까.

“불량품을 만들어 허위광고를 하고 있지요. 기업들이 불량품을 팔거나, 상품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허위광고를 하면 책임 추궁을 당하고 망합니다. 그런데 정치인은 불량품을 내놓고 허위광고를 해도 당선되고 전혀 제재를 안 받아요. 안타까운 건 국민들이 매번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속고 실망한다는 겁니다. 기업은 불량품을 한 달 안에 바꿔주는데 정치인은 그렇게 안하잖아요.”

 
역사 속에 문제와 답이 있다

- 다 똑같으니까 속는 거 아닐까요. 리콜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요.

“지도자와 참모들이 역사를 너무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역사에 문제와 함께 답이 다 나와 있어요. 당대에 처음 생긴 일은 하나도 없어요. 춘추시대 제자백가들이 논의한 내용이 지금 현실과 다를 게 없어요. 지도자가 역사공부를 안하면 참모들이라도 해야 하는데 참모들도 안하니 걱정이죠.”

- 역사 속에서 어떤 인물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BC 7세기 중국 제나라의 관중입니다. 관중은 중국지도자들의 사상적 지주입니다. 제갈량과 맹자도 관중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300년도 안 된 아담스미스의 경제학을 능가하는 경제철학을 그 옛날에 관중이 만들었습니다. 당시 제나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세금을 낮추고 재산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은 추수를 하면 세금을 혹독하게 걷었지만 관중은 국가운영에 필요한 정도만 내게 했죠. 관중은 인재를 뽑을 때 실력 있고 반듯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추천받았습니다. 지방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 최고의 인물을 뽑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인사를 투명하게 한 거죠. 역사의 성공한 지도자들을 보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 역대 대통령들은 어떠했습니까.

“조선왕조 500여 년에 성군이 겨우 두 세 분 밖에 없습니다. 광복 이후 60년 동안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를 두 분이나 가졌습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두 분 다 굉장한 지성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최고 대학에서 5년 만에 학사 석사 박사를 받은 천재인데다, 미국에서 36년 생활하여 보고 들은 게 많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에서 공부했습니다. 식민지시대의 육사는 세계 최고의 교육을 시켰습니다. 동경대학보다 더 교육을 잘 했어요. 결국 두 대통령은 당시 자신들의 연배에서 최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다른 대통령들은 인간적으로 능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균형 있게 세상을 보는 면에서는 평균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 참모를 잘 활용한 대통령이라면 누가 있을까요.

“박정희 대통령도 참모를 잘 활용하셨으나 정책 실행에 있어 최고 지도자와 참모 관계의 가장 모범적 사례는 전두환 대통령과 김재익 경제수석입니다. 1982년에는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1원도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10·26 사건이 나면서 경제가 어려울 때였어요. 그러면 예산을 많이 풀어야 할 것 같은데 김재익이라는 걸출한 참모가 ‘흐트러진 경제를 반듯하게 짚고 가려면 예산을 동결시켜야 한다’고 건의하자 전두환 대통령이 ‘당신은 경제대통령이야’라며 그의 충언을 따랐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훌륭한 참모를 100% 서포트 했습니다.”

- 참모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입니까.

“참모는 자기가 평상시 생각하고 있던 걸 실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참모들은 대통령의 눈치만 봅니다. 그러면 백전백패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을 지내셨지만 경제전문가는 아닙니다.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이 가능하기는 합니까?

“세상에 절대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교육을 하려면 시설, 소모품, 교수 등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반값이나 무상으로 하려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등록금을 안내도 안내는 게 아닌 거죠. 반 밖에 안낸다면 추울 때 난방이 안 들어올 수도 있고, 실력 없는 강사들을 동원해서 수업을 메울 수도 있고, 결국 피해자는 학생들입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 반값 등록금 시위에 앞서 논의돼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기 위해 얼마나 드는가, 등록금으로는 얼마를 충당하고 세금으로는 얼마를 내야 하나, 이런 논의가 돼야 하는데 그건 빼고 무조건 반값 등록금만 부르짖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반값 등록금 논의가 있지만 이런 방식은 아닙니다. 어느 당의 대표가 새로 뽑혔다, 원내총무가 뽑혔다면, 중요한 자리에 앉은 만큼 국회의원들을 모아놓고 조율을 한 뒤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그냥 얘기를 하고, 다른 당에서는 남이 한다니 또 나서고, 이런 게 불량정책입니다.”

- 반값 등록금 논의를 반기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예전에 정부미와 일반미가 있을 때 다들 일반미를 원했어요. 정부가 하는 정책이 다 정부미입니다.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하고 열심히 안한다는 거 다 알아요. 거기에 돈을 넣는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이 사립입니다. 사립대학 등록금은 그 학교 운영자와 학부모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지 왜 정부가 나서서 참견합니까.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맞는 얘기라면 삼성 휴대폰을 반값으로 팔라고 요구하고, 나머지는 세금에서 충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 사립학교들이 적립금을 쌓아놓은 데다 등록금 받아서 건물 짓는다는 비판이 많더군요.

“필요한 건물은 지어야지요. 어느 총장이 필요 없는 건물을 짓겠어요. 대학이 돈을 쌓아놓았다고 하는데, 기업들도 이익을 전부 배당하지 않고 미래의 투자를 위해 적립금을 쌓아놓습니다. 사립학교도 재단이나 총장이 가져가는 게 아닌데 뭐가 잘못됐습니까.”

- 감사원이 각 대학을 감사하겠다고 나섰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업무감찰권과 회계검사권을 갖게 돼 있어요. 대상은 국가기관, 공익기관, 공기업 직원들입니다. 감사원은 자기 역할만 잘하면 됩니다. 공직 비리의 일차책임은 감사원에 있습니다. 작금의 사회부패 현상에 대해 감사원은 반성문을 내야 합니다. 감사원은 각종 예산낭비를 방치한 것도 반성해야 합니다. 감사원이 본래 자기 역할을 잘했으면 나라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감사원이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요. 감사원이 전국 대학의 등록금 원가계산을 하겠다는데 그건 월권입니다. 진짜 감사를 받아야 할 곳은 바로 감사원입니다.”

최 전 장관은 언론도 감사원의 월권이 잘못이라는 지적을 못했다고 개탄했다.

“언론이 감사원의 원가계산 뉴스를 톱으로 보도는 할 수 있지만, 그건 당신들 업무가 아니다라고 지적을 해야 합니다. 언론도 감사원이 뭘 하는 곳인 줄 모르니까 지적을 못하는 겁니다. 자기가 맡은 업무에서 기본적인 것만 하면 되는데, 다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몰라요. 예를 들어 대통령은 경제를 챙기면 안 됩니다. 경제는 기업인과 국민이 하는 겁니다. 각자 자신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과이윤공유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몇 개나 되겠어요. 내가 알기에 10여 개국도 안 됩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안하는 제도예요. 그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기본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MB‘경제대통령’은 잘못된 컨셉, 저축은행 조사가 만회 기회

- 이명박 대통령의 성적을 매긴다면 몇 점이나 될까요.

“출발할 때 본질적으로 콘셉트 자체가 잘못됐어요. 지구상의 200여개 나라 중에서 경제대통령 하겠다고 나온 대통령은 없습니다. 콘셉트를 잡는다면 정치대통령으로 나섰어야죠. 지난번 박연차 사건 때 확실하게 했으면 국회의원 3분의 1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했으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됐겠지요. 지금도 기회는 있어요. 저축은행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면 됩니다. 박연차 사건 보다 숫자는 적겠지만 많은 의원이 연루돼 있을 겁니다. 그런 걸 하는 게 정치지도자인데 그건 전부 덮어버리고, 국민들 머리 속에 부정만 남겨놓았습니다. 대통령도 참모도 다 감이 없어요.”

- 남은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박정희 대통령 때 보릿고개를 넘기고 산업화를 이루었습니다. 60~70년대 평균 10%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지금 중국이 그렇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와 중국의 공통점은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몰려온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차관 형식이었고 중국은 자본 자체가 들어가고 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 세계의 자본과 시설, 기술이 따라왔어요.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를 만드는 겁니다. 새로운 공장을 짓고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은 기업의 투자입니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투자, 확장 투자가 이뤄지면 고용이 늘어날 겁니다.”

- 차기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요.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와서 마음껏 돈벌이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킬 법만 잘 만들어 놓으면 됩니다. 제도 미비에 동반성장 운운하는 데다 노사분규가 심하니 기업들이 짐 싸서 다른 나라로 가는 겁니다.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복지정책을 실시하더라도 경제를 선순환 과정으로 옮겨놓고 해야 하는데 그건 어디 가버리고 복지부터 내세우면 나라는 망합니다.”

- 국민들은 어떤 각오를 해야 할까요.

“지금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이고 경제성장률이 2-3%, 높을 때 4-5% 정도 되니 저절로 3만 달러 4만 달러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안 될 가능성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20세기 초반에 일본인들이 남미로 이민을 많이 갔습니다. 당시 남미의 경제수준이 미국이나 유럽과 대등했어요. 그랬는데 포퓰리즘 바람이 불면서 곤두박질 친 겁니다. 1997년 우리나라에 경제위기가 온 건 기업의 잘못 때문입니다. 남미는 정부의 복지정책이 잘못돼 두세 번 경제위기가 왔어요. 요즘 그렇게 안하니 남미가 살아나잖아요. 우리도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반값 등록금 정책 같은 걸 실시하면 남미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남미 몰락 초기단계’ 쯤에 와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깨닫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최광 전 장관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지성인들의 각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지성의 위기입니다. 지성인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알지만 말 안하는 부류입니다. 속세를 떠나겠다는 심정에서 말을 안 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무슨 위원회다 무슨 캠프다 하는데 들어가기 위해 말을 안 하는 건 비겁한 일이지요. 전혀 모르면서 막 떠드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 모르면서 떠드는 것으로 어떤 예가 있을까요.

“얼마 전에 유시민 씨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더군요. 책 표지에 보니 ‘국가로 하여금 정의를 세우게 하라’고 되어 있던데 유시민 씨는 국가의 역할을 정의를 세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의로운 사회 구축’을 말했는데 정의를 세우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건 국가가 할 역할이 아닙니다. 레닌과 모택동, 김일성이 혁명할 때 정의를 내세웠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도자들이 역사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정사회 실현은 신의 영역입니다. 인간의 세계에서 공정과 정의는 답이 없어요. 그걸 내세우는 건 허위광고이고 불량품이죠. 우리나라 지성들이 이런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지성인들이 각성해야 나라가 산다

-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직을 ‘가문의 영광’ 차원으로 생각합니다. 국가에 봉사하면서 가문의 영광을 챙겨야 합니다. 미국은 상위 5%의 사람들이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열심히 삽니다.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게 전화하면 집에 없어요.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이혼당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예요. 미국의 땅이 커서 저절로 잘되는 게 아닙니다. 상위 5%의 개개인이 열심히 해서 다른 걸 극복하는 겁니다.”

- 우리나라에 희망적인 부분은 없나요?

“있어요. 우리 애들이 잘 생겼어요(웃음) 옛말에 잘될 집안은 애들 얼굴이 잘 생겼다고들 하잖아요. 7-8년 전 일본 대학에서 1년 지냈는데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가 초등학교 정문과 붙어 있었어요. 매일 일본 아이들을 봤는데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애들이 훨씬 잘 생기고 체격도 듬직해요. 그리고 우리나라 애들은 기(氣)가 세요. 기를 국가가 그냥 놔두면 됩니다. 자꾸 교육에 참견하지 말고 기를 살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최광 전 장관은 미국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공금을 쓰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은 없습니다. 주인 없는 돈이기 때문이죠. 공금을 그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려는 유혹은 억제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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