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
서울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8 0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길] 박성현 편집위원
 

지난해 말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국립대 법인화의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대는 ‘법인 서울대’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 대학으로 도전할 자율성과 유연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전남대 등의 지방 거점 국립대들도 법인화 전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들의 내부에서 법인화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커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다분히 평준화·획일화 정책이었다. 정부의 일괄적인 통제는 대학의 자율권을 상당부분 훼손해 왔고, 그 규제의 경직성은 각 대학의 특성화와 수월성 추구에도 어려움을 줬다. 이러한 평준화·획일화 정책은 21세기 정보지식·국제화 사회의 개방성, 유연성, 수월성 추구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인화 통해 대학의 자율성 확보

국립대의 자율성 확보는 법인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서울대 법인화법을 보면 정부의 재정지원은 계속 받으면서 대학 운영의 상당 부분에서 자율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방법으로 국립대들이 법인화되면 정부기관처럼 운영되던 국립대들이 독립된 조직으로서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추구할 수 있고, 공무원 신분에 묶인 획일적인 보수 체계를 깨고 성과급제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또 세계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율적인 프로그램 개발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지방 국립대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오늘날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소위 수도권 대학들에 우수 교수, 연구비 등의 쏠림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지방 국립대들의 추가적인 동반 추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방 국립대를 살리기 위한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주요 대학 모두 법인으로 전환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권의 주요 대학들은 모두 법인으로 전환됐다. 일본은 지난 2004년에 전국의 87개 국립대를 모두 법인화했다. 도쿄대, 교토대 등을 포함한 주요 거점 대학들은 자구 노력을 통해 교육의 획기적 혁신과 내실화를 기하면서 더욱 발전하고 있으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대학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발전 동력을 찾기 위해 분투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은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 백배 바람직한 것이다. 일본 국립대의 법인화 과정과 결과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2006년에 법인화해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 거점 국립대들의 법인화에 교수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반대하는 교수들의 반대 논리로 △교육의 공공성 훼손 △자율성 보장에 대한 의구심 △정부 재정지원의 축소 △기초학문의 고사 △등록금 인상 △교직원 신분 보장에 대한 의구심 등을 꼽고 있다.

법인화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다. 법인화해도 국립대학법인으로 남아 있게 되며, 공공성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자율성 보장은 법인화법으로 보장되는 것이며, 자율권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현재보다는 좋아질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은 서울대의 경우를 보더라도 줄어들지는 않게 돼 있다.

기초학문의 고사(枯死)도 우려에 불과하다. 법인화법에 기초학문 육성을 명문화하고, 법인화에 따른 국고지원금을 기초학문 지원에 집중 배정하면 되는 것이다. 등록금은 거의 인상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법인화 진행과정을 보면 2004년 이후 법인화된 대학들의 등록금은 거의 인상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에서 등록금 인상 상한제를 두고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대학의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합리화, 자구 노력에 의한 수입원을 발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등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법인화 반대 논리는 우려에 불과

교직원의 신분 보장은 현재 사립대를 보면 별로 염려할 부분이 아니다. 결국 법인화를 반대하는 교수들의 논리의 뒤에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경쟁적인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직의 혁신에는 언제나 구성원의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며, 이러한 고통 뒤에는 더욱 튼튼하고 발전적인 조직으로 탈바꿈 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많이 봐왔다. 법인화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국립대학 법인화를 방치하고 현재와 같이 대학교육 정책을 평준화·획일화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선진화를 지연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국립대들은 먼 장래를 내다보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법인화를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 특성화된 지방대 법인화를 통해 지역산업과 동반성장하는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며, 정부는 지역 균형 성장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교과부의 2011년 업무보고에 의하면 국립대 선진화 방안으로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 학장직선제 폐지, 성과급적 연봉제 시행, 경영정보공시제 등이 들어 있다. 이런 방안의 시행은 타율에 의해 시행하면 고통스러우나 법인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하면 스스로의 특색에 맞게 미래 지향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운영 주체는 교수들인 만큼 교수들이 과감하게 직접 나서서 중지를 모아 법인화 추진의 주체가 됐으면 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