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의 자질을 논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질을 논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7.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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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김충남 박사(대통령 연구가)

21세기는 카리스마 아닌 제도적 리더십 시대


내년 대통령 선거가 1년 반 앞으로 다가왔다. 잠재적 여야 후보들은 여론의 추이를 보며 물밑에서 분주한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비롯해 어려움이 많다보니 정작 대부분 국민들은 냉소적이다. 매번 대통령 선거를 하지만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컸고 보수, 진보를 떠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통령학 연구자 김충남 박사(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는 국가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국민 의식과 능률적인 정부 조직의 정비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의 참모를 역임한 후 하와이 동서센터에서 대통령학을 연구한 김 박사는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1992), ‘대통령과 국가경영’(2006)이란 책을 내며 대통령 전문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현재는 ‘노무현과 이명박’(가제)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래한국>이 그를 만나 이 시대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자질에 대해 들어보았다.

 
- 대통령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분야지만 외국에선 ‘국제정치학’처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대통령에 관한 책을 보면 저널리즘식의 흥미위주 글이 많고 추상적으로 뭉뚱그린 것들이 많더군요. 무조건 외국 대통령을 모델로 삼기도 하구요. 저는 국가경영과 연관지어 우리나라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 왔습니다.

조직에는 군대, 기업, 정치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세 개중 정치 조직이 가장 낙후돼 있죠. 군대나 기업은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데 대통령은 달라요. 할 일은 많은데 참모들은 아마추어들이고 적도 많고 비판도 많고 장애물도 많죠. 대통령이 나라를 이끄는 일이 제대로 안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 국민들은 기대했다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죠.

MB는 경제 부흥한 박정희 시대의 추억에서 선택받아

- 아직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노무현과 이명박'이라는 책을 집필하셨는데 어떤 취지인가요?  

보통 취임 후 1년 내지 1년 반 정도 보면 패턴이 대강 정해집니다. 특히 마지막 1년은 비판도 많은 시기라 업적을 올리기 어렵다고 봅니다. 단순한 이명박 대통령 비판이 아니라 ‘계획은 했는데 안 된 일과 된 일’의 차이를 보고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이승만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이전 저서 ‘대통령과 국가경영’에서 하나의 프레임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이번엔 두 대통령만 분석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를 해주신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대가 큰 것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박정희 시대 이래 발전해왔는데 그동안 경제가 정체 현상을 보이자 과거의 성공신화를 되살리겠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호감을 샀던 거죠. 경제를 747 제트기처럼 도약하겠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물가만 오르니 747 된 거 있느냐는 식으로 불만이죠. 그래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에 관심이 있는 대통령이 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경제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시장이 개방돼 외국 기업들이 투자하니 이에 맞는 경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도 설득하고 국민도 설득해야 하고 첩첩산중이거든요. 단지 대통령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서 반대하는 세력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하면 국민들이 알아 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국민에게 공감을 얻는 노력은 소홀했다고 봐요. 그래서 ‘소통이 부족하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옛날에 하던 식으로 하면 된다, 경제를 잘하면 된다’ 라는 제한된 생각을 했죠.

처음에 청와대 참모진 구성을 아주 학식이 뛰어나고 훌륭한 학자들로 했죠. 저도 학자 출신이지만 국가의 최고 센터에 경험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밤낮으로 터지는 상황에 대응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에요. 대통령이 정치행정 경험이 부족하니 보좌하는 사람들이라도 이 분야에 능숙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내가 갈테니 당신들은 비서 역할이나 하라’고 한 거죠. 촛불시위를 몇 달이나 끌고 결국 6개월 만에 사람들을 다 바꿨다는 건 이미 출발부터 문제점을 드러낸 거죠.

-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은 어떤 것입니까?

역사의식, 국가관이 확실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을 이름만 바꿔서 새로운 것처럼 하지만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만 높이죠. 미국에서는 후보들이 출마할 때 공화당에선 ‘링컨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한다’, 민주당에선 ‘트루만, 루즈벨트의 리더십을 잇는다’고 말하죠. 레이건 대통령이나 대처 총리는 원칙을 세워놓고 계속 이끌어 나갔어요. 지도자가 왔다 갔다 하면 국민이 당황하게 되는 거죠.

국민이 훌륭한 대통령을 만든다

대통령은 마음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냐, 정직하게 올바로 살아왔느냐,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특히 안보정신은 필수적 자질이죠. 대통령이 안보정신이 없으면 사람 쓰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게 막히거든요.

또한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칩니다.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가와 행정부의 제도적 절차를 통해 이끌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제도를 무시하면 안 되죠. 제도는 헌법과 법에 정해진 절차를 중요시한다는 건데 우리나라는 대통령 마음대로 합니다. 대통령은 연설 등으로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신뢰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제도적인 리더십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속담에 ‘훌륭한 정치인은 미래를 내다보고 보통의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내다본다’는 말이 있죠. 우리는 전부 현실에만 매달려요. 10년을 내다보고 국민에게 이를 제시해 이끌고 나가야 합니다. 민주주의에는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우십이 중요해요. 국민이 성숙해져야 해요. 국민이 훌륭하면 좀 부족한 대통령도 훌륭한 대통령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이 국가경영 원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하며 나가야 해요.

예를 들면 대통령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번 반값 등록금의 경우 교육부 장관이 나서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옳은 점이 뭐고 그른 점이 뭔지 알려야 합니다.

 

- 제도적인 리더십과 참모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분들은 그 자신이 탁월했던 분 아닙니까.

세월이 달라졌죠. 이승만 대통령은 일찍이 우리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미국에 건너가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독립 운동을 하신 분입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일제시대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일본이나 만주에서 안목을 넓혔기 때문에 스케일이 다른 거에요. 일반 국민 수준보다 리더가 훨씬 앞을 내다볼 수 있었어요. 요즘엔 인터넷 시대고 국민 교육수준도 높아지니까 리더가 따라오라 해도 다 똑똑해서 따라가지를 않아요. 지금은 뛰어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대통령도 그 사람들보다 조금 나은 사람일 뿐입니다. 과거에는 개인의 카리스마가 힘을 발휘했지만 현대의 리더는 조직이 이끌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인적자본을 잘 이용해서 효과를 발휘해야 하죠.

안정적 국가 발전 위해서는 5년단임제는 적절하지 않아

- 레임덕이 일찍 오니 5년단임제가 아닌 4년중임제를 하자는 얘기도 있고 내각책임제를 하자는 주장도 있는데요.

국민들은 5년도 길다고 생각해요. 87년 민주화 이후 국민들이 별로 재미를 못 봤다고 생각하는 거죠. 박정희 대통령이 5년 단임 했다면 업적을 쌓았겠습니까. 박정희 대통령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했어요. 또 5년 단임은 선거 사이클도 안 맞아요.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계속 선거만 하니 포퓰리즘 정책이 나와요. 국가가 안정이 안 되는 거죠. 사이클을 맞추려면 4년중임제로 하고 잘하면 재선이 돼 일관성이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각제를 하자고 얘기하는데 지금 내각제 하는 그리스가 재정난으로 위기입니다. 같은 내각제라도 바로 옆에 있는 터키는 총리가 8년 이상 연임하고 있어요.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나갈 수 있을 때는 장점으로 작용하죠. 독일의 아데나워, 콜, 브란트 총리도 장기 집권을 했어요. 그래서 통일을 이루고 발전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자민당이 40년 가까이 하며 경제 부흥을 한 겁니다. 그런데 요새 총리가 1년 가는 사람이 없어 국력이 많이 약해졌어요. 우리보다 기술, 교육수준, 국민 질서 의식 등이 앞서는 일본도 그 정도인데 우리처럼 정당이 성숙하지 못하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심한 나라에서 내각제 잘못하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몰라요. 남북 대결 상태에서 북한의 급변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데 위험한 거죠.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역대 대통령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안보 위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일으켰죠. 전두환 대통령은 국가위기 관리를 잘 했어요.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은 ‘박정희 대통령이 미완성으로 남긴 한강의 기적을 완성했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유가 급등 문제 등 경제문제가 박정희 대통령이 비운에 간 간접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시 중화학공업을 많이 벌여 놓았는데 정리가 안 된 상태였어요. 그대로 민주화가 됐다면 오늘날의 삼성, 현대, 포항제철은 없었을 겁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 올림픽 외교를 명분으로 세계 각국 시장을 타진하고 수출과 투자 유치에 힘써 비로소 한국의 기적을 세계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거죠. 같은 육사 동기생이고 12.12사태의 책임자인 노태우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전두환 정부의 정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경제대통령이라는 박정희 대통령 때도 인플레이션이 심했어요. 전두환 대통령 때 물가가 안정된 건 기적이에요. 사회복지도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부터 차근차근 추진했어요.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는 국민 70%가 비판을 했는데 작년에는 60%가 긍정적 평가를 했습니다. 이것은 현재 국민이 불만이 많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에요. 차라리 말이나 시원하게 했던 노무현이 낫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상주의자는 말은 좋은데 실천이 문제거든요.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1,2급 비서관 70명 중에 31명이 운동권 출신이었어요.

그 어려운 철학을 현실로 바꾸려면 현실 가능한 정책을 프로그램화해야 하는데 그냥 이상주의자인 운동권 출신들을 잔뜩 모아 놓으니까 안 되는 거죠. 인간 노무현은 좋은 점이 많지만 대통령 노무현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실을 보니 어쩔 수 없어 추진한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을 지지세력이 반대했죠. 선거 때는 과장된 공약을 했더라도 당선 이후에는 현실을 냉철하게 봐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 위신 세워줘야 국가 신뢰 향상

-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북한에 대해 이솝우화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바른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김대중 대통령 때보다 한 발 더 나가려 했어요.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과 안보 중 통일을 우선했다고 할 수 있죠. 북한은 적화통일 노선을 일관되게 추구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감상적으로 흐른 거죠.
-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 F 케네디 대통령재단에서 몇 년 전 포드 대통령에게 ‘용감한 대통령’ 상을 줬습니다. 민주당이 공화당에게 준 거죠. 워터게이트 사건 때 포드 대통령은 하원의원이었어요. 부통령이 사임을 하자 포드가 부통령으로 임명이 된 거죠.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한 달 좀 지나 닉슨을 사면했어요. 당시 논란이 커져 백악관 대변인이 사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카터에게 진 겁니다. 포드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도 닉슨 사면문제로 많은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포드는 전직 대통령이 경찰에 조사 받고 들락거려 국가의 신뢰가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거에요.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조사 때도 국민들은 민주화됐다고 좋아했지만 한 미국의 학자는 ‘한국의 통일은 물러갔다. 전쟁의 주범인 북한 지도층이 무서워서 통일을 하겠느냐’고 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문제는 역사와 정서, 국민의 사고를 판단해서 해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 초기에 보면 ‘우리 문민정부는 상해 임시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했어요. 이는 바로 이전의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잘못된 거죠. 역사엔 공백이 없어요. 정통성이 없는 대통령이 한 외국과의 조약, 국민이 낸 세금은 다 어떻게 합니까. 대통령이 물러난 다음에는 그 사람의 체통을 지켜줘야 합니다. 국민과 여론이 마구 몰아붙이는 건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경복궁에 불지르던 백성들의 의식과 다를 게 없어요.

- 마지막으로, 청와대에서 여러 대통령을 보좌하셨는데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한 대통령만 보필하면 그 분을 우상으로 생각하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세 대통령을 보필하다 보니 정치와 행정부를 알게 됐습니다. 학자들이 대통령에 대해 쓰는 걸 보면 다 외국 대통령 얘긴데 리더십이라는 건 환경과 조화가 돼야 합니다. 선진국의 환경과 개발도상국의 리더십이 달라요. 국가의 리더십과 국가경영은 상황과 시대에 맞아야 하죠. 청와대 비서관들은 여기저기 빽으로 온 사람이 많다보니 누가 얘기해도 말을 잘 안 들어요. 대통령 밑에서부터 기강이 안 잡히는 거죠. 칸막이가 있다는 건 팀워크가 안 된다는 거에요.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가지고 청와대에서 분야별로 심도 있는 토론이 있어야 되는데 일방적인 지시만 있고 토론이 없어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죠.

청와대가 조직으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가도 내규와 역사에 따라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청와대부터 제도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미국의 백악관은 각 실 예산이 업무별로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의회 승인을 받아요.  

인터뷰 / 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사진 /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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