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새먼 그가 한국전쟁을 기록하는 이유
앤드류 새먼 그가 한국전쟁을 기록하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1.07.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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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앤드류 새먼 영국 더타임스 특파원

 
영국 언론인 앤드류 새먼은 한국에 대한 책 4권, 한국전쟁에 대한 책 2권을 썼다.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은 ‘Scorched Earth, Black Snow: Britain and Australia in the Korean War, 1950’ (초토화, 검은 눈: 1950년 한국전쟁에서 영국과 호주)이다. 2년 전에 출간된 그의 저서 ‘To the Last Round: The Epic British Stand on the Imjin River, Korea 1951’(마지막 라운드: 1951년 한국 임진강을 지켰던 영웅적인 영국군)은 햄프셔 도서관/오스프리 출판사가 만장일치로 선정한 ‘2009년 최고의 군사 서적’이었고 2010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한국에 대한 10대 서적’ 중 하나로 뽑혔다.

같은 해 새먼은 한국전쟁에 대한 그의 저서로 한국 국회로부터 ‘Korean Wave’(한국의 물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널드 커크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새먼을 인터뷰했다.

-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서울에 상주하는 기자로 항상 군대 역사를 읽어왔다. 그런 장르의 책을 오랫동안 읽고난 후 글을 써보고 싶었고 한국전쟁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완벽한 주제였다. 첫째, 한국전쟁사를 다룬 영문책 대부분은 한국을 모르거나 혹은 한국에 온 적도 없는 역사가들이 썼다. 나는 거기에 한국 현지의 생생한 내용을 추가할 수 있었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으로 한국전쟁은 정말 잊혀진 전쟁이고 한국전쟁의 놀랍고 특별한 이야기들 상당수가 영어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한국전쟁과 관련해 새롭게 다룬 내용은 무엇인가?

큰 그림, 가령, 정치나 전략면에서 보면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장군, 대통령, 총리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작은 그림 즉, 참전용사와 생존자들의 경험 등에 대한 내용은 거의 모든 것이 새롭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 대다수는 전에 작가나 기자와 말해본 적이 없다. 나는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이나 전략을 정하는 장군보다 실제로 적군과 코를 맞대고 싸운 군인의 경험에 관심이 많다. 내 책들은 주로 영국인과 영국계 호주인 독자를 겨냥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목소리도 중시한다. 많은 군대 역사가들이 담지 않는 것이 민간인의 목소리다. 20세기의 전쟁에서 가장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민간인이다. 한국전쟁에서는 더욱 그랬다.

- 한국전쟁사에서 영국과 영국연방의 군대들은 왜 간과돼 왔나?

영국국은 미군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영국군 1명이 죽을 때 30명의 미군이 죽었기 때문에 미군이 주된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 미국 출판사와 영화사들은 영국 및 영연방의 국가보다 훨씬 크다. 미국은 역사, 역사적 소설 혹은 역사적 드라마에서 큰 시장인 것이다. 영국은 한국전쟁에서 포클랜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렸다. 그런데도 이 전쟁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나 뿐 아니라 참전용사들에게 어이없는 일이다.

- 영국군이 한국전쟁에 기여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전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영국 해군은 한국전쟁 내내 서해상에서 UN군 주력이었다. 지상에서 영국군은 한국군과 미군을 제외하고 부산 저지선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첫 번째 군대다. 영국과 호주 군대는 평양 북쪽지역을 담당했고 북한에서 퇴각해 1951년 1월 서울까지 밀려 내려올 때 지연전술을 감당했다. 영군 해병대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처절한 전투인 장진호 전투에서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과 영연방 군대는 1951년 4월 중공의 거대한 공세 앞에서 임진강과 가평에서 요충지를 고수했다. 전쟁이 정체 국면에 들어서자 영연방 군대는 서울 북쪽으로 바로 이어져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미천 계곡을 최정예인 미 해병대 사단과 함께 지켰다. 영연방 군대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한국전 희생자, 포클랜드·이라크·아프간 합친 수보다 많아

- 영국 군대의 화력은 어느 정도였나? 미군보다 강력했나? 그들은 징집병인 미군과 달리 자원병들이었나?

전쟁 초기에는 그들이 미군 최정예보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일본을 점령한 미군은 한국에서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쟁 첫 해 미군의 전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쟁 후반기 미 육군은 매우 강력했다. 전쟁 초기 상징적인 의미였던 한국군 역시 강해졌다. 미군은 자신의 실수에서 교훈을 잘 배운다. 초기 영국 군인은 모두 자원병이었다. 하지만 점차 예비군과 방위군의 징집이 늘어났다.

호주군과 캐나다군은 모두 자원병이었고 훌륭한 부대였다. 나는 호주 군대를 한국전쟁 최고의 보병부대라고 말하고 싶다. 특수부대였던 영국 해병대와 영국 보병대대는 최정예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잘 싸웠다. 한국전쟁은 제트 전투기 간 고공전, 헬리콥터의 광범위한 활용, 네이팜탄과 같은 폭파 반경이 넓은 폭탄 사용 등 전술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보병 간 전투는 매우 힘든 날씨에서 이뤄져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영국 군대는 이런 가운데도 전투를 잘 수행했다. 

 - 당신은 한국전쟁에 대한 책을 이미 썼다. 최신 책은 앞에 썼던 책에 대한 보충인가 아니면 후속편인가? 그 책을 전편, 후편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다른 책으로 이해해야 하나?

이 책은 ‘To the Last Round’(마지막 라운드까지)의 전편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에서 가장 극적이고 치열했던 몇 달을 다루고 있다. 한국을 방어하는 것과 북한의 공격을 반격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반격은 자유세계가 공산국가를 유일하게 공격해 들어 간 경우다. 미 육군이 북베트남으로 쳐들어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1950년 겨울 북한에서 겪었던 뼈아픈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은 미국 역사가들에 의해 잘 다뤄졌지만 영국 역사가들은 그렇지 못했다. 당시 처절했던 시간에서 영국과 호주 사람들이 겪은 경험이 지금 기록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기뻐하고 있다. 

- 당신은 원래 사업과 식당에 대한 글을 써왔다. 어떻게 군대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나?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나는 역사와 군대사를 항상 읽었고 역사/아시안학을 전공해서 이런 일을 할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리서치 차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야기하면서 감정적으로 이 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4년 동안 나는 한국전쟁에 거의 광적으로 빠져 있었다. 한국전쟁에 대한 생각이 한 시간도 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나는 기자로서 북핵 실험, 대통령 선거,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취재해 왔다. 하지만 한국전쟁이라는 특별한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올 여름 런던에서 또 다른 두 권의 군대 역사책을 쓰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한국 관련 내용이다. 잘 되기를 기대해 달라.

한국전쟁은 중국이 군사대국 지위 얻은 전쟁

- 제2의 한국전쟁이 터진다면 영국과 영연방 군대가 다시 한국을 구하기 위해 올 것이라고 보나?

내가 알기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조약의 의무는 영국과 영연방에 없다. 하지만 한국 및 미국에 대한 의무의 일환으로 해군이나 해병대 파병은 가능하다고 본다. 내 생각에 제2의 한국전쟁은 한국을 방어하는 것보다는 한국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아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북한으로 진격해 들어가 통제와 질서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인도주의적 혹은 치안유지 수준의 활동을 시작해도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화약고인 이곳은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쉽게 발화될 수 있다. 중국은 1950년에 취했던 것과 동일하게 북한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세계적인 위상도 올라갔으며 외부 세계에 개방적이 됐지만 중국 동북쪽의 전략적 취약성은 수세기 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

- 영국군과 영연방 참전용사들은 각 나라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한국전쟁은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잊혀진 전쟁’인가?

나는 영국의 경우만 말할 수 있다. 물론이다. 완전히 잊혀진 전쟁이다. 모르는 전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나는 내 책과 활동을 통해 이를 고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나폴레옹 전쟁, 줄루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포클랜드 전쟁 그리고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은 ‘지명도’를 갖고 있지 않다. 또 한 가지 일반 영국인 청소년들은 책이 아니라 영화, TV, 심지어 컴퓨터 게임을 통해 역사를 배운다. 그 미디어에서 한국전쟁은 잘 그려지지 않고 있다. 나는 상당한 자료를 역사적인 기록으로 두고 있고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고 관심을 갖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썼다. 나의 작은 기여라고 생각하고 싶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자료들은 인쇄될 것이다. 

- 한국전쟁이 오늘날 발생할 수 있을까?

그렇다. 중국은 오늘날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원래 군사대국이었다. 한국전쟁은 과거 ‘중국’이 군사대국이라는 지위를 얻는 전쟁이었다. 중국은 오늘날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 중 하나인 평양 정권의 생존을 지지해왔다. 1950년 겨울 북한에서 미 육군이 체험한 뼈아픈 경험은 미국이 같은 체험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강력히 작동해 한국은 미국이 힘을 다 발휘하지 않는 첫 번째 ‘제한 전쟁’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시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큰 경제지역이긴 하지만 한국전쟁은 오늘의 아시아와 세계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내게 이런 이슈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두 권의 책을 썼고 그 안에는 비록 행복한 내용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전쟁은 비극이다. 한국전쟁은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전쟁 중 하나다. 전쟁 후 6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나뉘어 있고 이 비극의 마지막 장은 쓰이지 않았다.

인터뷰 / 도날드 커크 편집위원
번역 / 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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