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제일 까다로운 소비자가 덴마크인 입니다. 온갖 외제품이 각축장을 벌이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덴마크에서 인정받는다면 유럽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 EU FTA 체결 후 유럽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래한국>은 지난 7월 12일 덴마크 대사관에서 피터 한센 주한 덴마크 대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덴마크 시장환경 및 한국 기업인 셀바이오텍의 덴마크 진출 성공 사례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피터 한센 대사는 덴마크 정부에서 외국회사에 보조금을 주는 혜택은 없지만 “유연한 노동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운을 뗐다. ‘유연한 환경’이란 회사가 직원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얼핏 냉정한 기업논리로 들리지만 실직상태의 국민은 나라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직업교육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도 이 사실을 감안해 결정한다고 한다.
덴마크의 길을 가고 있는 대한민국
또한 덴마크는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시스템이 잘 돼 있다. 한국 국토의 1/2, 한국 인구의 1/10이어서 ‘인력이 자원’인 상황은 우리보다 더 심하고 수출에 매달리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 이에 따라 5개 국어를 하는 인재가 부지기수고 그만큼 외제 수입도 많다고 한다. 결국 다양한 외제품을 접하는 소비자의 안목은 깐깐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어 대사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로화를 쓰지 않고 크로네를 쓴다는 점도 메리트”라며 그 이유를 “유럽연합 가입 당시 세 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그 중 하나가 크로네 사용이었다. 덕분에 덴마크는 주변 유럽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덴마크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만 멀리 있는 나라까지 수출하기는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한국에서 덴마크 기업이 낯선 이유도 한국까지는 못 가고 근처 유럽이나 북유럽 국가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이 덴마크에 진출할 경우 덴마크 회사와 같이 세금을 내야 한다. 무려 25%다. 피터 한센 덴마크 대사는 덴마크의 높은 세율에 대해 해명했다.
“국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사회에 쓰일 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덴마크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무상이며 국가에선 학생에게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용돈으로 주기까지 합니다.”
‘용돈 10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랐는데 높은 물가를 감안할 때 100만원은 학생에게도 그리 큰 돈은 아니라고 한다. 외화 벌이에 좋다는 뜻이 된다. ‘인도에서 1억 벌기는 어려워도 덴마크에서 1억 벌기는 쉽다’는 얘기가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듯 덴마크에서도 자신의 웰빙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금 덴마크가 겪었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젊은 사람이 많지만 30년 후에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겁니다. 좋은 의료시설과 병원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생긴 겁니다. 한국도 덴마크처럼 노인 복지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수명이 길고 삶의 질이 높은 덴마크인은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국내에서도 덴마크에 대한 이미지는 건강한 삶과 연결돼 있다.
한-EU, 제약 분야 1년 안에 관세 철폐될 것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이 덴마크와 녹색성장 동맹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덴마크산 돼지고기 수입이 늘고 있다. 한센 대사는 “한국의 구제역 파동 때문이며 한국이 축산업이 많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제약산업 쪽은 거의 1년 안에 관세 철폐가 될 것이지만 축산업은 예민한 분야이기 때문에 몇 년에 걸쳐 길게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에너지·제약 분야는 제약이 덜한 편”이라며 “서로 윈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사는 이어 ‘높은 세율과 까다로운 소비자’라는 난제를 극복한 모델로 한국 기업 셀바이오텍을 소개했다.
“처음으로 덴마크에 진출한 회사이기 때문에 ‘first mover’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셀바이오텍은 지난해 덴마크 유산균 시장에서 1위, 점유율 52%를 차지한 중소기업이다. 대사가 이례적으로 이 기업을 극찬한 이유는 덴마크는 이미 100년 이상 된 유산균 회사가 많은 ‘유산균 강국’인데 한국 기업이 진출해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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