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10% 줄이면 80조 國富 창출
부패 10% 줄이면 80조 國富 창출
  • 미래한국
  • 승인 2011.08.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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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복지보다 부패척결이 우선 과제

 

잊혀질 만하면 우리 사회에 등장하곤 하는 유행어가 있다. 바로 ‘민나 도로보’(모두 도둑놈)라는 일본말이다. 1982년, 5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거부실록’을 통해 이 말이 유행을 탔다. 일제시대 공주갑부 김갑손이 장영자 이철희 어음사기사건 신문기사를 보며 내뱉은 대사였던 것.‘민나 도로보’는 일제 강점기에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한 자들을 비꼬는 말이었고 극중에서 그 대상이었던 김갑손이 시도 때도 없이 애용했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재미를 주었다.

그러한‘민나 도로보’가 30년 넘은 지금,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부패’라는 악성종양의 뿌리가 그만큼 깊고 단단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처음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광주일고라는 특정 연고집단의 비리정도로만 치부됐다. 여기에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감사원의 고위 인물들이 엮여들고 국세청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박근혜 의원의 친인척, 전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의 실세들까지 연루설이 확장되면서 가히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이 등장했다. 그 비리규모도 처음 4조원 대에서 6조원, 9조원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단군 이래 최대 부정사건’이라는 타이틀마저 거머쥐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여야의 노력이 기피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은 물론 심지어는 자본과 투쟁한다는 민주노동당마저 꿀먹은 벙어리다. 여야 모두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 국민은 없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침묵하는 사회 … 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성역 없는 철저 조사’를 주문했음에도 여야간 국정조사는 이미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그래서 부산저축은행은 정치권에서 그 실체를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터져 나온다. 그 만큼 지난 정권과 현 정권,그리고 여야 할 것 없이 부정과 부패에 깊숙이 연루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은 어떤가. 미군 장갑차 사고로 사망한 여중생 사건과 근거가 없는 광우병 미국 쇠고기 수입에는 수만 명이 촛불을 들고 모였음에도 세금이라는 서민의 주머니를 강탈하고, 국가 경제를 흔들어 놓은 단군 이래 최대 부정사건에 대해서는 촛불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만큼 대한민국 시민단체라는 존재의 뿌리 깊은 정파성과 가식성, 그들의 미약한 준법정신과 비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힘 있는 곳의 부정 부패를 뿌리 뽑아야 서민경제가 산다”며 ‘반부패국민운동연합’의 상임의장으로 취임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메시지는 주목할 만한다.
 “부패 문제가 해결된다면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부패를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못된 표현입니다. 온 국민이 부패 피해자입니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쳐가는 전체의 도둑이죠. 다만 개개인이 잃어버리는 액수가 작으니까 무감각해지는 것이지 이것이 계속 쌓인다면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지난 7월 22일, 사회각계 200여 인사의 참여로 발족된‘반부패국민운동연합’은
기존의 공무원 부패척결을 내세우던 시민단체와는 다른 성격을 보인다. 이 단체는 정부뿐만 아니라 종교 교육 언론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부패문제를 제기한다. 흥미로운 것은 부패문제를 단지 도덕적 차원으로 인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사회적 富를 늘리고 양극화와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손봉호 상임의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대한민국의 도덕성이 경제적 수준에 걸맞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와서 사업해본 외국인들이 평가한 부패지수는 37위에요. 투명성이 10%만 올라가도 80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80조원은 인천공항 14개를 만들 수 있는 액수죠. 소위 지하경제가 GDP의 27%를 차지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수치입니다.”

 

투명성 10% 제고되면 80조원 이익, 복지보다 부패척결이 우선 과제  

손봉호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연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8년 통계모형을 활용해 조사한 전세계 국가의 부패지수와 정부지출간의 상관분석 연구(부패의 통제와 재정지출 효율성에 관한 국가간 실증분석 2008)에 의하면 부패한 국가일수록 정부지출 규모가 큼과 동시에 공공지출의 효율성도 그만큼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부패한 국가들이 청렴한 국가들보다 불필요한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서도 낭비도 그만큼 심하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보고서가 새롭게 밝혀낸 사실은 부패통제가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 그만큼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실은 부패인지도가 높은 북유럽국가들의 경우 정부지출이 크지만 효율성도 높은 반면, 부패인지도가 낮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정부 지출이 큼에도 효율성은 낮다는 점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점은 우리 사회가 복지정책을 추진하다하더라도 부패척결의 노력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울러 부패를 통제하지 않으면 그만큼 경제에 손실이 등장하며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고 특히 간접세와 같은 누진세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일반 서민들인 셈이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국제투명성기구의 201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10점 만점에 5.4점으로 178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33개 OECD회원국 기준으로 보자면 바닥수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정부보다 시장의 역할이 큰, 다시 말해 경제 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부패지수가 낮고 경제 자유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부패지수도 높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각종 규제가 많을수록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뇌물을 공여하거나 혹은 반대로 뇌물을 주고 자신에게 유리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경향”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이석 자유기업원 연구원 역시, 지난 달 7일에 있었던 ‘경제자유와 국가의 부’라는 제하의 세미나에서 “경제자유도가 높은 나라들이 부패도 적고 평균수명도 길며, 특히 빈곤층 최하위 10%의 소득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다시 말해 정부 보다는 시장을 신뢰하는 것이 부패도 줄이고 양극화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반부패국민운동연합의 향후 행보는 이전의 다른 부패추방 시민단체들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떤 부패방지 방안을 갖고 있을까.
선진국들의 부패척결 의지는 단호하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북유럽과 같은 高신뢰사회의 부패방지 대책과‘패밀리즘’과 같은 공동체의식과 온정주의가 강한 아시아에서 성공한 부패방지정책은 그 처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유럽 신용사회와 아시아 공동체사회에서의 부패척결 

먼저 부패지수가 낮은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는 부패방지를 위해‘법치 신뢰’를 높이는 제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으면 정책과 법치가 흔들리고 따라서 부정과 부패를 수반한 경제활동 등이 증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노르딕 국가 국민들의 의회에 대한 신뢰는 51.1%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에 대한 신뢰가 그 절반수준인 25.8%로 나타났다. 또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노르딕 국가들이 70.2%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58.6%로 나타난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당사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사회적 신뢰를 높여 예방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북유럽 국가들은 재산권 보호지수에서 톱을 차지하고 있다. 즉, 사유재산 보호에 대한 강력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유재산 보호의식은 공무원의 행정과 의회의 입법과정에서 시민들의 날카로운 감시를 피할 수 없게 하고 그만큼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규제와 부패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개혁, 특히 규제개혁을 통해 부패를 줄여야 하죠. 규제가 많으면 규제를 회피하려는 노력들이 발생하고 그런 가운데 부패가 발생하죠. 규제를 풀고 자유도를 높이는 대신 공적 신뢰와 재산권 보호라는 강력한 법치가 작동해야 하지요”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북유럽이 사회적 고신뢰를 통해 부패를 방지해 나간다면 아시아와 같은 패밀리즘 사회의 부패는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아시아 최고의 청렴국가 싱가포르가 그 해답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공무원의 급여를 높이는 대신 모든 특혜를 박탈하고 부패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정책이다.

싱가포르 리콴유 전 수상

 싱가포르 리콴유의 부패청산은‘토벌’수준  

이러한 정책을 폈던 리콴유는 그의 자서전에서 “공직자들에게 권력과 자유재량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며, 인간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교묘함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리콴유의 부패정책을 연구한 이상수 고려대 교수는“리콴유가 성선설이 아닌 맹자의 성악설을 신봉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반부패정책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강력하다.

우선 싱가포르의 모든 공무원은 자기 월급의 3배가 넘는 무담보 채무, 즉 신용대출을 받아서는 안 된다. 금전적으로 취약하면 부패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채용시에도 과다한 부채가 있는 자는 결격사유가 된다. 또 공무원 재직시 부패와 연루되어 징계받은 자는 퇴임 후 민간기업에 취업이 금지된다. 왜냐하면 공무원이 재임시 특정기업에 부정적인 방법으로 혜택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경우와 대조적이다. 싱가포르의 부패한 공무원은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셈이다.

또 싱가포르의 모든 공무원은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등록한다. 이런 점은 우리와 같지만 차이가 하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 가족의 재산이 늘었을 경우, 그 늘어난 사유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설명하지 못하면 국가가 몰수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의 경우, 뇌물로 의심되는 본인과 가족의 재산이나 자금이 명백하게 소명되지 못하면 뇌물로 인정된다.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빌린 것’,‘와이프가 받은 것’ 따위의 소명은 통하지도 않거니와 이런 사안과 관련해 공무원의 헌법소원 같은 것은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싱가포르는 왜 이토록 살벌한 공무원 부패척결제도를 갖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웬만한 법으로는 공무원 부패를 척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1952년 반부패 총괄기구로 부패행위조사국(CPIB: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을 설치했다. 이 기구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1960년 부패방지법 제정과 함께 강력한 수사권과 사법권을 부여했다.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총리 직속의 독립기관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부패는 줄어들지 않았다. 뚜렷한 부패척결의 성과를 보지 못하자 리콴유 총리는 1989년 강력한 부당이득 환수법을 제정하고 1999년에는 부정, 부패, 마약거래 및 기타 중범죄에 관한 법률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리콴유 그 자신이 지도자로서 부패척결 의지가 강력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법과 제도를 솔선수범해서 국민들에게 납득시켰다는 점에 있다. 싱가포르의 국가 청렴은 법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이 간과한 것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론을 천명한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공정성이 자리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공정한 사회는 평등한 배분이 아니라 제몫을 찾아가는 시스템이어야 하고 부패는 제몫을 찾지 못하게 하는 사회악이다. 따라서 그러한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바로 공정사회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여야는 너무 늦기 전에 깨달을 필요가 있다.

법만으로는 부패가 추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싱가포르가 보여주었다. 단군이래 최대 부패사건이라는 부산저축은행 비리는 지금도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유령선처럼 우리 사회를 표류하고 있다. 지도자의 의지가 일류국가를 만든다는 리콴유의 다음과 같은 말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지도자들이 경청할 만한 것이다.   

“지도자의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아닐까요? 국민들이 지도자의 판단력과 정직성을 불신한다면, 그 지도자는 곧 난관에 부딪치게 되고 정책을 펴나가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말 테죠. 따라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지도자가 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정부정책이 자신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의심하겠지요.

물론 국민들이 정부 정책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지도자의 판단력을 믿고 그의 결정을 따르도록 만들어야 해요. 우리 지도자는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내고 불가능한 일은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그런 인물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일단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고 나면, 모든 일은 국민들의 호응을 업고 원만히 추진돼 나갈 것입니다. 지도자의 자질은 바로 그런 거죠.“ (2002 KBS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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