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온 국민 호주머니 터는 도둑”
“부패는 온 국민 호주머니 터는 도둑”
  • 미래한국
  • 승인 2011.08.03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 손봉호 반부패국민운동연합 상임의장·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7월 22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반부패국민운동연합’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미래한국>이 상임의장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나 반부패운동의 취지와 단체의 성격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2010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부패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점으로 세계에서 39번째입니다. 부패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깨끗한 것을 표시합니다. 200개국 중에선 잘한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OECD 국가가 30개국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순위입니다. 최근 K-pop(한국가요)의 국제적 성공,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이루어낸 것을 보면 선진국인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 중에서는 한 나라도 우리보다 부패지수가 낮은 곳이 없고 경제 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나라 중에서도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도덕성이 경제적 수준에 걸맞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와서 사업해본 외국인들이 평가한 부패지수는 37위. 투명성이 10%만 올라가도 80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80조원은 인천공항 14개를 만들 수 있는 액수다. 소위 지하경제가 GDP의 27%를 차지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수치다.

투명성 10% 올리면 인천공항이 14개

“중국을 보세요.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발전했지만 고통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저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입니다. 부패하면 결국 망합니다. 아프리카가 좋은 본보기죠. 소련도 이념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이념이 독재를 만들고 독재가 부패를 만들어 망한 겁니다.”

손 의장은 부패척결이 잘 되고 있는 국가로 호주를 들었다.
“10년 전에 호주에 가서 부패추방위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나라의 모든 기관을 감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죠. 기관끼리 서로 감시하다 보면 끝이 없기 때문에 따로 만든 것이죠. 문제는 이 기관도 부패에 연루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과 대통령이 철저히 감시합니다. 위원이 일곱 사람인데 한 달에 60만원 이상의 수입은 무조건 다 신고해야 된다고 합니다.”
관행적인 부패문화는 경제를 최우선시 했던 근대사의 후유증이기도 하지만 경제발전의 불가피한 요소로 여겨졌던 점도 없지 않다. 

“부패를 윤활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문제는 윤활유가 점점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경쟁하면서 윤활유를 쓰니까요. 좁은 시각에서 보면 일이 더 빨리 되는 것 같지만 근시안적인 논리일 뿐입니다.”
경제 분야 못지 않게 관행적인 부패문화가 만연한 정치, 행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손봉호 의장은 정경유착은 물론 공직자의 권한 남용과 전관예우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인데 말이죠. 친한 사람 덕 보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 본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공직자가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이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최근 고위층에서는 뇌물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중간층 밑으로는 아직도 심합니다. 사정기관을 우습게 보는 것도 부패문제와 연관 있습니다. 사정기관이 철저하면 우습게 보지 못하죠.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결정은 권위를 인정받죠. 문제는 법관들이 공직을 떠난 후 현직에 있을 때의 이점을 살려 영향을 끼치는 것은 100% 공정하지 못하다는 거죠.”

손 의장은 이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미숙해서 대통령에게 권한을 많이 줬는데 지금은 그 정도로 원시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자신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 주위에 호가호위하는 권한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부 축소문제와 연결되는 내각책임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내각책임제로 가야 하지만 지금의 유권자, 의원의 수준으로는 굉장히 위험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종교, 교육, 언론계 개혁이 시급

이어 부패가 가장 만연한 분야로 ‘종교, 교육, 언론계’를 꼽았다. 개선 여지가 낮은 정치, 경제 분야는 아예 제외 시켰다.

“사회 영향이 큰 단체일수록 부패를 제거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종교, 교육, 언론계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물론 정치권, 기업도 심하지만 여기는 유혹이 워낙 심해 쉽게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패는 권력과 부가 클수록 심하기 때문에 보통 압력으로는 줄이기 힘듭니다. 천원을 훔치고 싶은 유혹과 1억을 훔치고 싶은 유혹은 다르니까요.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먼저 종교, 교육, 언론계의 부패가 줄어들어야 하고 그 다음에 정계와 기업계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고함 쳐봐야 소용없습니다. 양심에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자신이 부패를 저질렀을 때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줄어들겠지요.”

본인이 기독교인이기도 한 손 교수는 교회에 대해서도 봐주지 않았다. 오히려 신학과 윤리학을 전공한 눈으로 더욱 날카롭게 비판했다. 특히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에서 ‘종교와 사회의 기준이 다르므로 사회법 적용은 불가능’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다.

“본인들끼리 소송을 하면서 교회법과 사회법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어떤 NGO 조사에 의하면 가장 불신을 받는 분야가 종교라고 나와 있는데 그 중 개신교가 가장 높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개신교가 한국사회에서 너무 부패해 오히려 사회의 평균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기총 사건만 해도 일반 국회의원이 비리를 저질렀으면 의원직을 상실했을 텐데 그런 사람이 대표가 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불교나 천주교 등 저와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일일이 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카톨릭의 부패 수준은 개신교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부패하면 왕따 당하는 문화 만들어야

손 교수는 이어 “부패를 도덕적인 이유를 넘어 사회의 양극화 현상과 연결지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 있는 사람만이 뇌물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계속 뒤처지는 논리이며 부패가 심할수록 강자가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뇌물이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빼앗아 부자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란 표현처럼 부패를 내 돈 빼앗기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패 문제가 해결된다면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부패를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못된 표현입니다. 온 국민이 부패 피해자입니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쳐가는 전체의 도둑이죠. 다만 개개인이 잃어버리는 액수가 작으니까 무감각해지는 것이지 이것이 계속 쌓인다면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손 교수는 또 부패지수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무감각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병은 아파야 고치는데 부패문제에 대해 아파하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빨리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피한 일에 대해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안타깝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같은 속담은 시대정신에 더 이상 맞지 않는 얘기죠. 부패에 대해 좀 화를 내야 합니다. 의로운 분노는 우리 사회의 굉장히 중요한 도덕적 자원이기 때문에 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인 문제는 ‘문화’라는 얘기다. 제도와 법치의 개선보다 제도 집행자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1억을 횡령했을 때 사형을 받는다고 해도 또 이에 대한 매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얼굴을 못 드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동창회에서 제적을 시킨다든지 왕따 시키는 사회 분위기가 굳혀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만큼 현재의 부패에 대한 문제의식 수준이 낮다는 소리다.

“부패는 단순한 사회의 정의 회복 정도가 아니고 우리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문제입니다. 가령 축구의 승부 조작을 예로 든다면 진짜 실력 있는 팀이 일등을 못합니다. 그다음부터는 선수들이 연습을 안 하고 승부조작에만 신경 쓰겠죠. 결국 스포츠 전체가 발전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예술도 마찬가지구요. 뇌물 줘서 입선하면 누가 그림 그리려고 하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예술 분야 전체가 발전이 안 되는 거죠.”

부패 척결을 내건 단체이니만큼 단체의 운영이 궁금하다. 8월에 예정된 행사 계획비와 정부지원금을 물어보니 “전혀 없다. 회비로 충당한다”고 일축했다. 시민운동처럼 임기응변식의 전시적 효과에 그치는 것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단체의 이름을 없애더라도 부패 척결에 도움이 된다면 감수할 것이다”고 밝혔다.

낙선운동이나 부패자 명단 공개는 없을 것

“이슬비에 옷 젖듯이 회원들이 많이 생겨서 조금씩 우리 문화를 바꾸는 쪽으로 나가야지 우리가 수사권도 없는데 부패 조사를 하겠습니까. 낙선 운동이나 부패자 명단 공개도 안할 계획입니다. 언론이 지목하면 같이 화는 내겠지만 자체적인 권한도 없지요. 다만 좋은 정책은 제시할 수 있겠죠. 부패에 대해 혼자 비분강개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힘을 합쳐 싸워야 합니다. 4대강, 급식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부패 척결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패방지대책위원회 위원과 경실련의 부패방지국민운동본부장 등을 맡는 등 평소 부패 추방에 노력해온 손봉호 교수는 최근 오필환 한국부패학회 회장의 권유로 이 단체의 상임의장을 맡게 됐다고 한다. 손 교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부패 척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 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사진 /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