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국민적 합의 통해 통일정책 결정 시도”
“최초로 국민적 합의 통해 통일정책 결정 시도”
  • 미래한국
  • 승인 2011.08.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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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정노 통일부 정책협력과장

 
김정노 통일부 정책협력과장은 정부의 통일준비 공론화사업을 기획하고 전두 지휘한 실무 책임자 중 한 사람이다. <미래한국>이 그를 만나 이번 사업의 취지와 구체적 내용, 향후 계획, 정부의 평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정노 과장과의 일문일답.    

-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 구상안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습니까.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께서 평화·경제·민족공동체 구축을 통한 평화통일 방안을 제시하고, 통일을 대비한 실질적 준비의 하나로서 통일비용 마련 방안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국내 주요 연구기관을 선정해 3대 공동체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내용, 로드맵 등에 대한 정책연구를 의뢰하는 한편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통일과 이를 위한 준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을 전개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고 이를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습니다. 

- 이전 정부에서는 통일준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나요.
최근까지는 구체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자각하게 됐고, 아직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급속한 통일을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당시 상황에서는 갑작스러운 통일을 시도하기 보다는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면서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이루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같은 인식에 따라 햇볕정책을 추진하며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 대북지원을 확대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목표로 했던 북한의 변화를 통한 남북관계의 실질적 발전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같은 기간 중 북한이 그 같은 우리의 호의를 악용해 핵을 개발함으로써 우리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든 것이지요.

구체적 통일 논의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신감에서 시작

구체적 통일준비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IMF 위기 이후 1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한층 견고해진 우리 경제뿐 아니라 더욱 공고해진 국제공조, 지난 수년간 월드컵, LPGA, 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에서 이룩한 우리 스포츠계의 눈부신 업적, 한류, K-Pop으로 이어지는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부심 등 국민적 자신감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통일 20년을 맞은 독일이 보여준 통일국가로서의 성공 또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인들이 우리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면 우리는 독일보다도 훨씬 적은 시행착오와 비용을 들이고도 보다 나은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이 곧 마무리 될 텐데,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해 보신다면?
최종 결과는 8월 말 경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의 추진 상황을 보면 그래도 제법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론화 사업의 경우 지난 4월에 시작해 전반기에는 통일의 필요성, 의미,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등을 인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동안은 통일 논의의 초점이 주로 통일비용에 맞춰져 통일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하고, 남북간의 정치, 사회, 이념적 이질감을 강조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시킨 측면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난 몇 개월간의 짧은 노력을 통해 그 같은 인식을 전격적으로 전환시킬 수는 없었지만, 평소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던 사람들로 하여금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야말로 큰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을 이끌어가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이번 공론화 사업은 사상 처음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통한 정부의 통일정책 결정 시도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 사업은 아닙니다. 따라서 시작부터 제한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한정된 예산으로는 충분한 숫자의 국민을 접촉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규모 예산을 갖고 5개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공론화 사업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과 대면 접촉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치화·이념화된 통일 논의, 편견과 오해 극복해야

한편, 지난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 이념화됐습니다. 그로 인해 생긴 많은 편견과 오해가 보다 자유로운 통일 논의를 제약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계층간, 세대간, 집단간 존재하는 상호 배타적 고정관념이 통일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것과는 다른 상대방의 이념과 사고방식, 역사인식과 철학 등을 존중하며 질서 있는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확대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 이후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공론화사업을 통해 통일재원 확보 및 3대 공동체 구축 방안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한 후 전문가 의견을 더하고 국회의 토론을 거쳐 관련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많은 경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인해 국민적 합의가 생략되고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 통일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해졌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의 공론화 사업은 최초로 국민적 합의에 토대를 둔 대북정책을 탄생시킨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국민적 합의에 토대를 둔 통일정책, 통일방안은 북한에 대해서도 더 큰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통일세 도입 이전에 북한인권이나, 식량과 같은 현안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북한 주민의 인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식량배급제가 붕괴된 지역의 영유아나 산모, 노인들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지원도 인도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일부 인사들의 주장하는 대로 식량지원을 통해 생존권 차원의 기본적 인권을 먼저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이번 통일준비 공론화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 같은 것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표출됐기 때문에 향후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적절히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중장기 대북전략과 정책목표를 확실히 해야 하고, 그 같은 정책목표 달성에 필요한 다양한 조치 사이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활용과 통일세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됐습니다. 
통일비용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정부의 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정책연구 용역팀에서 여러 가지 가능한 대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상태이지요. 다만, 여러 가지 방안들이 서민부담을 최소화하고 통일준비 과정에 전 국민의 동참을 장려하는 관점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기 전에 미리 반대부터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특정한 방안이 제시되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통일은 해야 하지만 통일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 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통일에 대해 다소 수동적인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통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통일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통일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즉, 통일에 대한 지지는 단순히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통일은 장기적으로 우리 국가와 사회, 나아가 우리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통일의 경제적 의미와 사회적 파급 효과

- 통일에 대해 경제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통일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그렇다고 통일이 경제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남과 북의 통일에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단일국가를 이룩한다는 정치적 의미와 체제통합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입니다. 나아가 통일국가 형성이라는 민족사적 의미이고, 동북아 국제질서의 재편이라는 국제정치적, 지역국가간 협력 확대를 가져와 동아시아 시대를 개막하는 문명사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통일한국은 8천만 민족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민족공동체가 될 것이며, 한민족이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보다 효과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통일전문가로서 통일이나 대북정책에 대한 철학이 궁금합니다. 통일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10여 년간 통일정책 입안과 추진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오면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대북정책 또는 통일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는 전략적 목표와 정책적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전략을 분명히 세우고 각종 정책적 사안에 대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해야만 원칙과 유연성의 효율적인 조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적 목표와 정책적 우선순위가 불분명할 경우 상황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헤쳐 나갈 수(muddle through)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경우 결국은 주도권을 잃고 누구에겐가 끌려가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둘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북한은 물론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라는 다양한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협력을 유도하거나, 최소한 이쪽의 의도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에 대해 반응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정 기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모든 대북정책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결과를 지켜본 후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예측불허의 상대로 인해 때로는 조급하게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대북정책의 성패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우리 정치체제 하에서는 최소한 10년, 두 정부 정도의 시간은 거쳐야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석주희 객원기자  juhee.su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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