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에 숨겨진 정치코드
무상급식에 숨겨진 정치코드
  • 미래한국
  • 승인 2011.08.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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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24일 ‘선택의 날’, 대한민국 미래는 이렇게 갈린다

 

‘선택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8월 24일 치러지는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투표는 단순히 모든 학생들에게 공짜점심을 주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이 미래가 불투명한 복지 포퓰리즘 공화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지속가능한 건전재정을 담보한 단계적 복지국가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정치적 의미로 볼 때,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의 반대와 투표 거부가 드러내는 방향성은 바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헤게모니 투쟁으로 해석된다.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전략적 스탠스를 통해 ‘보편적 복지’라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맞춤형 복지’와 어젠다 투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이 야권의 무상급식 테제에 내재한다.

 야5당은 무상급식을 복지동맹의 연대축으로 설정했다.

복지 포퓰리즘 쓰나미와 정치적 손익계산   

한편 이에 대한 서울시의 주민 찬반투표발의는 정치적으로 보면 대항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정치투쟁’이 아닌 ‘정책투쟁’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 찬반투표는 어느새 사회적 화두가 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의미로 확대됐다. 동시에 2012년 정권창출이라는 진보좌파와 보수우파진영 간에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면 무상급식 찬반투표에는 여러 정치적 코드들이 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수우파진영 내에 존재하는 차기 대권후보 경쟁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 사건에 대한 단일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이 점에 있다.
최근 친박계 홍사덕 의원의 ‘전면·단계 무상급식 구별 무용론’이라든지, 다른 중진 의원들의 ‘주민투표 무익론’과 같은 의견들이 지지론 속에 섞여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는 국가차원이 아닌 지방차원”이라고 말한 것도 오세훈 시장의 대권 진출론을 견제하고자 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은 이 사건이 갖는 함의를 무게감 있게 알려준다.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의 결과에 상관없이 ‘박근혜표 복지’라는 어젠다는 내상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표가 무산되거나 야당들의 주장대로 결과가 나오면 박근혜 진영은 좌파와 복지문제에 대해 ‘누가 누가 잘하나’식의 경쟁을 피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반대로 투표결과가 오세훈 시장의 승리로 끝나면 여야할 것 없이 ‘복지’라는 키워드 자체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최근 그리스의 국가부도와 유럽의 실업폭동, 미국의 재정위기 등이 다름 아닌 과다 복지가 불러온 참담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걱정하는 국민들이라면 정파적 이해관계 없이 서울시의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참가해 ‘전면 무상급식’안에 반대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일단 쓰나미를 막아내야 어장(漁場)에 대한 손익계산도 가능한 법이다.

 
무상급식 투표 거부하자는 야권의 궤변

현재 발의된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 유효성립률은 유권자의 33.3% 이상의 투표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를 앞선 지지율은 평균해서 약 10%대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68%인 17곳에서 한명숙 후보는 오세훈 후보를 제쳤고, 32%인 8곳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제쳤다.

구체적으로, 오세훈 후보가 앞선 선거구에서의 우세를 보면 강남구(+59,206, +25.68%), 서초구(+43,820, +23.66%), 송파구(+23,814, +8.19%), 강동구(+11,097, +5.33%), 용산구(+8,579, +8.24%), 양천구(+1,078, +0.51%), 영등포구(+1,017, +0.57%), 중구(+238, +0.39%) 등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보면 33.3%라는 금번 서울시의 무상급식 찬반투표의 유효성립은 지지율만으로 비춰볼 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야권과 좌파진영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한 투표거부운동이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투표에 하자가 있으니 이를 보이콧하자는 주장은 유효 투표율이 부족할 경우 이를 자신들의 승리로 포장하겠다는 전략인 것이 명백하다. 동시에 투표가 성립되어 자신들의 전면 무상급식안이 부결되더라도 투표의 하자성을 문제삼아 불복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1일, 민변이 서울시의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법률에 위반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사전포석인 것으로 이해된다. 민변은 성명을 통해 ‘일단 확정된 조례는 주민투표가 아니라 대법원에 제소함으로써만 다툴 수 있게 한 지방자치법과 재판 중인 사항에 대하여는 주민투표를 금지한 주민투표법을 정면으로 무시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무상급식 찬반투표는 서울시장의 발의가 아닌 주민단체에 의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민변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반박이다.   

전면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을 가르는 논점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무상급식과 같은 것은 ‘가치재’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치재는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지난 해 경기도 교육청은 무상급식비로 1200억원의 추가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농어촌 저소득층 자녀 지원비를 비롯 과학, 영어 등의 선진화 교육 예산 등을 30~70%까지 삭감해서 마련했다. 이러한 무모한 무상급식비의 책정은 결과적으로 중산층 이하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평생 빈민운동을 통해 ‘빈민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학교 무상급식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가난한 지방자치단체의 빈곤 아동”이라며 “무상급식으로 대규모 복지자금이 빠져나가면 빈곤 아동들에게 아침과 저녁식사용으로 지급하는 돈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2009년 8월 기준으로 전국 시·도 중에서 결식아동 1인당 책정된 한 달 급식예산이 가장 적은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광역시였다”고 지적하며, “무상급식은 ‘밥만 먹이면 아이가 자란다’는 천박한 교육관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결론으로 “가난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이 찍힌 아이들에겐 관심을 갖고 지도해줄 사람과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중산층에 급식비를 대주기보다는 빈곤층에 대한 복지의 질을 높이는 데 우선적으로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진국 모델의 ‘사기성’

그렇다면 선진국들의 경우는 어떨까. OECD 국가 중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는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공립 학교에서 초·중·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 영국도 공립학교는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립 초등학교 무상급식과 같은 것이다. 사립학교들의 급식은 정부가 일부만 부담한다. 
백승희 신구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급식 수혜자를 소득수준별로 차등하여 무상급식 혹은 감면급식을 하고 있다. 영국도 공립학교에 한정해서 무상급식이 제공되고 있고, 전체의 약 17%에 해당하는 생활보호대상자에게 무상급식이 제공된다.

이러한 미국의 무상급식 비율은 49.5%, 영국은 34%로 우리의 16%보다는 높은 편이다. 그 외,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 11개국은 아예 무상급식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한국과 OECD 국가의 학교급식 실태 분석’에 따르면, 무상급식 지원율(급식 이용 학생 수 대비 무상급식 비율)은 2010년 기준으로 미국 52.2%, 폴란드 13.7%, 한국 13.2%, 영국 11.6%, 일본 1.7%이었다.
한편 2010년 6월, 미국 뉴욕시는 재정난 때문에 무상급식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야당과 전교조 등이 주장하는 선진국의 모델은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북구나라들이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로 거론하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부가가치세율은 우리의 2배가 넘는 25%와 22%”라며 “무상급식에 따른 세금부담 증가가 불가피한데 이 같은 희생은 알리지 않고 혜택만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 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무상급식 논쟁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민주당 시의원들의 무책임한 행태다. 지난해 민주당 시의원들에 의해 통과된 조례안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공포를 거부하자 민주당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서울시와 타협 없이 직권으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날치기로 공포했던 것.
이 조례안 공포로 기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해온 근거가 됐던 ‘서울시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함께 폐지가 되어, 시에서 급식비를 지원받던 저소득층 중·고생 전원과 초교 일부 학생들이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오세훈 시장이 지금이라도 조례안에 승복하고 예산을 집행하면 된다”는 뻔뻔한 주장으로 교육 현장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서민들을 위한다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정략과 정치투쟁을 위해 서민을 희생시킨 정치 모리배들의 위선적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던 사건이었다.
24일 선택의 날, 서울시민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향후 어떤 대한민국이 열리게 될 것인지 염려하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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