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노트] 오세훈 시장이 생각하는 것
[편집인노트] 오세훈 시장이 생각하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1.08.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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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김범수

국민적 발의에 의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정책투표가 8월 24일 시행된다. 학교 내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가 과연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류에 제동을 걸고 나라를 옳은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까. 

투표 결과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50만명이 넘는 애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선거용 공짜시리즈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심판대에 올려놨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투표전을 통해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옳은 편에, 그리고 민주당 등 진보좌파진영은 그른 편에 서 있음이 또다시 드러났다. 부자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편가르고 약자의 경제적 박탈감을 부추겨 계층갈등을 조장하면서 한편으론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국가 재정을 거덜 내려 하고 있는 편이 어느 쪽인지는 자명하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그리고 우리의 양심은 바쁜 일상의 현실에서 무감각해져 있거나 미처 표현을 못할 뿐이지 어느 편이 옳은지 알고 있다. 지금 야권에서 무상급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신, 덮어놓고 24일 서울시 찬반투표장에 가지 말라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의 '양심'도 대다수 국민들의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모두가 한 가정에서는 책임 있고 상식적인 가장이거나 배우자이며 사랑스런 아이들의 부모들이지만, 정치논리에 함몰된 이슈에서만은 옳고 그름으로 갈리게 되는 것이 역사의 비극적 현실이다. 임진왜란 전 일본을 보고 돌아온 조선 사신들이 정치적 이유에서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던 일이 오늘날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제 자의든 타의든 복지 포퓰리즘에 관한 한 대한민국 미래의 방향타를 잡게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유력 대선후보로부터 열성을 다해 응원할 만한 이슈를 찾고 있던 애국시민들 앞에 모처럼 오 시장이 좋은 기회와 ‘꺼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통한 오세훈 시장 개인의 어젠다에 대한 온갖 정치적 해석도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 시장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그는 2004년 초선의원 시절에도 자신의 확실한 강남구 지역구를 버리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감동을 준 바 있다. 2006년 컴백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그의 정치적 결단이 선사한 행운이자 정치력의 승리였다. 

오세훈 시장은 원래 '보수'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79학번(61년 1월생)인 오 시장은 운동권의 체계적 '의식화' 세례를 받지는 않았더라도 386세대의 시대적 정서를 간직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이번 무상급식 이슈를 계기로 좋든 싫든 애국보수진영의 자유주의 깃발을 들게 된 것이다. 

스타 방송인, 포퓰리스트, 꽃미남 정치인의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있고, YS나 노무현의 승부사적 기질과 정치력을 드러내고 있다. 지는 싸움에는 쉽게 뛰어들 것 같지 않고, 한번 물면 놓지 않을 것 같은 악바리 근성의 정치적 '믿음직함'도 엿보인다. 

어찌됐든 이제 오세훈 시장은 국가적 명분을 완벽히 갖춤과 동시에 다시 한번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내걸게 됐다. 12일에는 ‘개인적 결정’을 전제로 내년 대선의 불출마 선언도 했다.  

기자회견 전날 오 시장을 만났을 때 그는 마지막으로 “내게 다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 ‘생각’이 국가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될 수 없겠지만 최소한 대한민국과 개인이 지켜야 할 원칙과 신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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