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리더십을 해외로 수출한다
대한민국 청년 리더십을 해외로 수출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8.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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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태평양아시아협회, 15년간 7,000여명 대학생 봉사단 아시아국에 파견

 
여름방학은 학생들의 교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특히 해외로 떠나는 봉사활동은 경험도 쌓고 보람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여겨져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학생들의 해외 배낭여행이 흔해졌고 수학여행을 가까운 해외로 떠나기도 하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봉사활동은 커녕 해외로 나가는 기회조차 얻기 힘든 시절이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7,000여명의 대학생을 태평양 아시아 국가에 파견해 온 사단법인 ‘태평양아시아협회’(회장 정동구)은 올 여름에도 300여명의 대학생 청년해외봉사단을 파견했다. <미래한국>이 그들을 만났다.


태평양아시아협회(The Pacific Asia Society: PAS)는 ‘태평양 아시아는 영원한 이웃’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994년 7월 12일 김상철 전 서울시장(본지 미래한국 발행인)이 중심이 돼 창립한 시민단체다. 산하단체인 PAS 청년봉사단은 지난 10여 년간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및 전국 대학의 지원으로 태평양 아시아 국가 12개국(라오스, 러시아, 몽골, 베트남,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에 대학생을 파견해 왔다. 태평양아시아 지역을 선택한 것은 역사적, 국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단체가 결성된 90년대는 동구권의 붕괴로 인한 다극화 현상으로 과거, 교류가 금지된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던 시점이었다. 이어 EU, NAFTA, ASEAN 등의 광역 경제권이 만들어지면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 태평양아시아권 내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부상했으며 자연스레 이 지역의 중요성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청년들의 봉사활동 패턴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의 대한민국 역할 모색

당시 국내의 봉사활동이라 하면 7, 80년대 고도성장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농활’, ‘빈활’ 등의 단어 사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활동의 범위는 농촌과 빈민촌에 한정돼 있었다.하지만 90년대 들어 평등 정책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들이 제시되고 지자체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봉사활동의 성격도 달라지게 됐다. 소외지역에 대한 정책이 지방정부에 의해 집행되자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이 갖는 의미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가장 활발한 봉사참여자가 대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생들의 봉사참여 욕구는 여전한데 활동무대만 좁아진 것이었다. 이때 동남아를 비롯, 태평양아시아권에서 경제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위상은 점차 높아졌고 해외로 나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은 대학생들의 욕구와 맞물리며 ‘해외 봉사활동’의 붐이 일게 됐다.

태평양아시아협회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따라 1997년 PAS 청년해외봉사단을 창립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왜곡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상호경쟁 관계에 있는 대상 국가의 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변화 시키고 한국 대학생들의 활동을 통해 수혜 대상 국가의 젊은 여론 주도층의 상호 이해 폭을 확대시켜 한국의 전통문화, 역사, 상품(IT,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의 우수성을 홍보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한국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과 투자 및 문화 교류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목적으로 봉사자를 모집했다. 97년 1기의 인원이 212명이었다. 이후 IMF 위기 영향으로 100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많게는 매회  4, 5백 명 가까이 늘어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태극마크 달고 며칠 만에 집 한 채 뚝딱 

타 봉사단체와 다른 PAS 청년봉사단만의 특색은 ‘애국정신’이다. 참가자들은 태극마크가 달린 조끼를 입고 봉사하며 한국의 역사, 사회, 문화 뿐 아니라 독도 문제까지 알리기 위해 애쓴다.
또한 태권도, 소고춤, 부채춤, 한국 대중음악 공연, 한복예절, 전통놀이(투호, 윷놀이, 매듭공예), 한지 공예, 한국 음식 축제 등을 국내에서 공식적으로는 1박 2일간 두 번에 걸쳐 합숙하며 교육 받는다. 하지만 합숙 교육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소속된 팀별로 모여 학생들끼리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 나라마다 학교가 정해져 있으므로 조금만 소홀히 해도 ‘작년에 왔던 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이라고 한다.
봉사단의 프로그램에 현지인들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환영한다. 태국 봉사활동을 다녀온 전세희 학생(항공대)은 “태국 초등학교에서 기마전을 했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놀이를 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응원하는 아이들도 교실이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봉사를 받는 쪽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봉사단 기록집에 실린 인도네시아 학생의 소감문을 옮겨 본다. “63빌딩이나 이태원, 동대문에 대해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어떻게 지하철을 타고 가는지, 물건 값을 흥정하는 법,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 등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알기 어려웠거든요.(…중략) 씨름은 샅바 매는 법이 재미 있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쎄쎄쎄, 공기, 제기차기 같은 길거리 놀이도 재미 있었습니다.” 

 

스펙이 아니라 긍지를 위해

3주간의 다소 여유로운 일정이라 현지인과 융화될 시간은 넉넉하지만 그만큼 할 일도 많다. 봉사도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한국의 전통문화나 한글을 알려주며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봉사’와 장애우 돌보기, 식사 대접, 집 짓기 등의 ‘노력봉사’가 있다. 때문에 학교가 위치한 도시에서 교육봉사를 마치고 오지로 이동해 노력 봉사하는 빡빡한 일정도 빈번하다. 하지만 집 짓는 봉사의 경우는 의외로 수월해 ‘삽질, 벽돌 나르기, 땅 다지기, 시멘트 바르기’의 순으로 기초를 다져 놓고 나면 나머지는 현지인들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다음날 와보면 자기가 기초한 집에서 쉬는 일도 있을 정도다.

고된 활동을 대가 없이 하지만 언제나 칭찬 받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은 아름답지만 대학생의 봉사활동은 취업을 위한 일종의 ‘스펙 쌓기’로 보이기도 한다. 봉사단체의 정치적, 종교적인 목적으로 왜곡되는 경우도 있고 특히 해외 봉사활동의 경우 해외여행 삼아 놀러갔다 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있다.
PAS 청년 봉사단 참가자 중에서도 처음에는 봉사활동 경력이나 쌓을 겸 왔다가 봉사의 매력을 느끼고 전문 봉사자가 되거나 사회에 나가서도 꾸준한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참가자 이성제 학생(건국대)은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왜 굳이 외국까지 가서 봉사를 하느냐”는 힐책을 받을 때면 “횟수로 5년간 국내봉사만 꾸준히 하던 제가 해외봉사로 눈을 돌린 이유는 한 쪽방에서 만난 6·25 참전 용사 할아버지의 조언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너희 젊은이들도 지금 우리나라보다 더 어려운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넓게 봐라’고 하시더군요”라고 전했다.

2011년 상반기를 통해 24회(16기)활동을 마친 PAS 청년 봉사단은 벌써부터 올 가을, 한국에 올 현지인들을 맞을 준비로 바쁘다. 외국의 봉사자들을 맞아 주었던 현지인들을 한국에 초청해 산업단지 시찰, 관광 등의 일정을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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